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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별의 딸, 버지니아    
글쓴이 : 김데보라    12-05-14 11:25    조회 : 4,082

그 별의 딸
 
<<시와 산문>> 2006년 10월 발표
 
가을은 만산홍엽을 이룬 풍경화다. 마음이 고우면 저리도 고운 빛이 드러날까. 곱게 물든 단풍의 향연이다.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눈에 이슬방울이 달린다. 다홍빛 둥근 호박이 들판 이곳저곳에서 뒹군다. 집집 대문 앞에는 호박이며 마른 옥수수다발을 예쁘게도 쌓아 놓았다. 지나가는 길손일망정 익은 곡식으로 배가 다 부르다. 열매로 풍성한 은혜로운 이 가을. 존 덴버가 노래한 쉐난도(Shenandoah)에 도착했다.
 
 
쉐난도는 "그 별의 딸"이란 인디언 단어다. 이 말을 들으니 문득 인디언의 역사적 비극을 다룬 영화가 생각났다. 캐빈 코스트너가 제작, 주연한 감독 데뷰작 <<늑대와 춤을>>. 백인 한 병사가 인디언과 교전 중인 요새에 홀로 배치된 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들 삶에 매료되어 동화하는 이야기다. 그를 백인 던바에서 늑대와 춤인 인디언으로 만든 수우족은 용맹스럽고 용기와 인내와 관대함과 지혜를 존중하는 수준 높은 종족이었다.
 
 
어느 날 인디언들이 늑대와 노는 그를 보고 새 이름을 지어준다. '늑대와 춤을'이다. 멋지지 않은가! 그들 이름 또한 흥미롭다. 주먹 쥐고 일어서(Stands With A Fist), 열 마리 곰(Ten Bears), 새 걷어차기(Kicking Bird), 머리에 부는 바람(Wind In His Hair) 등이다. 그저 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이름을 붙인 듯 하나 뭔가 모르게 신의 기운을 느낀 듯 해 뭉클해진다. 그 별의 딸 쉐난도를 돌아보면서 그때 받은 감동에 젖어든다.
 
 
쉐난도 국립공원은 버지니아 서북쪽에 자리한다. 이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인 종족이라는 인디언의 영토였다. 약육강식이라 했던가. 광활한 이 옥토는 미국의 소유로 넘어갔다. 검은 곰과 사슴 그리고 희귀식물(500여종)이 서식하는 환경보호구역인 이 지역은 예전에는 황. 백. 적갈색의 여우가 떼지어 살았다고 한다.
 
 
대량 포획하여 모피로 사용되어 지금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가장 아름답다는 야생화의 천국인 빅 매도우(big meadows, 대평원)엔 석양이 지면 수 천 마리의 야생사슴이 모여든단다. 상상하며 감탄할 뿐 애석하게도 가보지는 못했다. 종류석이 자라는 루레이 동굴은 길손들로 넘친다. 종류석과 연결된 파이프 오르간에선 교향악이 울리니 자연의 영롱한 보석인 이 굴은 유독 사랑을 받는다.
 
 
애팔래치아 산맥 쉐난도 국립공원 스카이라인(Skyline Drive, 105마일)의 시작지점이다. 가을이면 이 드라이브 코스는 하늘로 오르는 환상의 길이다. 머리에 깃털을 꽂은 인디언이 말을 타고 내달렸던 길이다. 대 공황을 극복하려고 대 공사를 벌여 실업자들을 구제했던 그 스카이 라인이다. 이 길을 가는 내 마음은 오색으로 물든다.
 
 
스카이라인 정상에 올랐다. 목가적인 버지니아가 한 눈에 보인다.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n)을 비롯한 역대 미국 대통령(3,4,5,9,10,12,28대)을 길러낸 모태다. 저널리스트이자 미국의 학자인 톰 울프(Tom Wolfe. <현대 미술의 상실>의 저자)도 낳았다.
 
그는 이곳 자연에서 그 순리를 배운 듯 명망 높은 비평가나 재력가에게 빌붙어 단번에 성공하려는 타락한 사회현상을 풍자한 작가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전원풍경이 발아래 아득하게 펼쳐졌다. 시가 절로 나올 것만 같은 가없는 길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선 것이다.
 
 
하늘 가까이 다가온 듯한 길이다. 존 덴버가 부르는 쉐난도의 노래를 들으며 숲의 나무를 바라본다. 마지막 정열의 불꽃을 태우다가 진 낙엽이 수북수북 쌓였다. 머지않아 나도 저 낙엽처럼 땅에 떨어져 썩어지리라. 사각 사각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다.
 
 
멀고 먼 곳에서 인디언의 말발굽소리가 아련히 들려온다. 그 소리를 들으며 부패하고 쪄든 마음을 흠씬 방망이로 두들겨 빨았다. 오색이 얼비친 흐르는 물에 말갛게 헹군 후 가을빛에 뽀송뽀송하게 말린다. 가을 향내가 깊이깊이 배어들 때까지 …….
 
 
인생의 가을이다. 지난 세월은 무상하고 속절없다. 젊음이 큰 자산이었다는 것도 깨닫는다. 결실의 계절이지만 열매를 달지 못해 허허하고 쓸쓸하다. 겨울이 다가 온다. 나무는 잎을 떼어내는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영양이 부실해진 나뭇잎은 푸른빛을 상실하고 엽록소에 가려졌던 붉고 노란색이 도드라져 오색의 옷을 입는다.
 
 
가을을 보내는 길목이다. 단풍은 일교차가 클수록 숨겨진 빛깔을 선명하게 나타낸다.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의 삶도 그 파고를 넘다보면 감춰진 고운 인간미가 살아나리라.
천지만물이 은혜로 충만한 이 가을! 수우족 인디언의 기도문을 암송하는 나는 내일을 준비하는 식물의 지혜를 배운다.
 
 
바람결에 당신의 음성이 들리고
당신의 숨결이 자연에게 생명을 줍니다
나는 당신의 수많은 자식들 중에
힘없는 조그만 어린아이입니다
내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소서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 안에서 걷게 하시고
내 눈이 오랜 동안 석양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당신이 만드신 모든 만물들을 내 두 손이 존중하게 하시고
당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내 귀를 열어주소서
당신이 우리 선조들에게 가르쳐준 지혜를
나 또한 배우게 하시고
당신이 모든 나뭇잎, 모든 돌 틈에 감춰둔 교훈들을
나 또한 깨닫게 하소서
다른 형제들보다 내가 더 위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장 큰 적인 나 자신과 싸울 수 있도록
내게 힘을 주소서
나로 하여금 깨끗한 손, 똑 바른 눈으로
언제라도 당신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소서
그리하여 저 노을이 지듯이 내 목숨이 다할 때
내 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 품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 주소서
<<늑대와 함께 춤을>>중에서 -구전된 '자연과 사람을 위한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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