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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둣방에서 세상 엿보기    
글쓴이 : 진연후    19-07-29 23:36    조회 : 3,706

구둣방에서 세상 엿보기

                                                                             진연후

  눈이 오면 신이 나서 풍덩풍덩 발자국을 만들며 걸었는데 남은 건 젖은 양말뿐이다. 망가진 신발창이 둔

한 주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어서야 찾아간 구두 수선방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애매한 아저씨가 구

두 소식을 먼저 챙긴다. 

  아저씨는 한참을 문지르고 닦아보고 하더니 창이 두 종류로 이어져있어 좋지 않다고 한다. 다행히 가장

자리는 다른 판을 댈 수 있다기에 수선을 해 달라고 하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아저씨가 구두는 어떤 것

이 가장 좋은지 아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무조건 백화점에서 파는 유명 메이커 제품이면 완벽한 줄 아는

데, 그건 판매로서의 제품 이야기일 뿐이고, 사용면에서의 제품에 대한 가치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물건이 가장 좋은지는 중고시장에 가면 정확히 알 수 있단다. 중고시장에서 값이 나가는 물건이 진

짜라는 것이다. 신제품을 만드는 유명 회사 사람들보다 중고품을 다루는 사람들이 그 제품의 진가를 더 잘

 안다고 한다. 신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새로운 재료를 구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하고 만들어 마케팅

을 하는 것까지밖에 모르는데, 중고품을 다루는 사람들은 어느 제품을 가장 많이 고치러 오는지, 어느 부

분이 가장 잘 망가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시장이나 수리를 하는 곳에서 가장 받아주지 않는 것이

 중국제나 대만제 등이라며 그것은 수리를 해 주어도 금방 또 고장이 날 것이기에 아예 수리를 받지 않는

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는 고장 난 그 부분만 고치면 한동안 잘 쓸 수 있어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란다. 물

론 특정 제품에 대한 일부의 견해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헌 구두의 수선에 관해서라면 구둣방 아저씨 관점

에서의 설명이 타당해 보인다.

  새 구두도 어떤 것들은 미리 밑창을 수선해서 쓰면 더 오래 잘 신을 수 있는데 그런 얘기를 해 주면 사람

들은 유명한 회사 제품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 만들었겠냐고, 오히려 수선비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오해하

고 화를 낸다며, 만들어 내 놓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만을 믿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사람 얼굴로는 언제 어

떻게 만났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구두로는 기억을 한다는 아저씨에게 ‘구두’가 갖는 의미가 내겐 무얼까. 창

을 덧대어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은 신발을 들고 나오며 그 사람의 무엇이 아닌 ‘사람’ 자체에서 느끼는 것

은 얼마나 복잡할 것인가 싶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신발도 자꾸 관심을 갖고 닦아주고 관리해 주어야 더 오래 편하게 신을 수 있다는데 하물며 인간관계에

서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평균수명의 절반을 넘겼으니 지금 맺고 있는 인간관계에서 나는 분명 중고인데

중국제와 일본제 중 어디쯤에 있을까라는 생각에 찔끔하며, 가끔은 멀쩡해 보이는 것이라도 관심을 가져

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수필과 비평. 20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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