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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윤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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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낭 차례    
글쓴이 : 윤기정    19-10-18 23:57    조회 : 5,752

다낭 차례

 

윤기정

 

베트남 다낭 근교 호이안의 호텔에서 추석을 맞았다. 창 너머로 해 뜨는 방향을 가늠해보고 호텔을 나왔다. 호텔 뒤로 흐르는 투본강 강변을 따라 돋는 해를 바라보며 걸었다.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 계획을 세운 아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목적지가 베트남 다낭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낭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에 적힌 주소였다. 아버지가 마지막 본 하늘은 다낭의 하늘이었고, 아버지 일은 내 문제일 뿐이었다. 아버지의 얼굴도 못 본 아들, 며느리나 아내의 여행 기분을 가라앉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열대 과일 몇 개 놓고 호텔 방에서 조용히 차례茶禮를 올리려던 생각을 바꿔 거리로 나섰다.

파월 기술자였던 아버지는 현지에서 처우가 더 나은 회사로 옮기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치열한 전쟁 중인 이국에서 갈 곳이 없어진 황망함에 그런 선택을 했으리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사고가 나자 몸담았던 회사, 옮기려고 했던 회사 모두 우리 직원이 아니라고 했다. 초등학교 중퇴가 최종 학력인 어머니와 맏이지만 열여섯의 고등학교 일학년이던 내가 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진상을 알아낸다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신문기자인 친구 형에게 상황을 알아봐달라는 부탁과 청와대에 민원을 넣은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회신은 신문 기사대로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확인해줄 뿐이었다. 소속이 어느 회사인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산소는 할아버지가 정해 준 선산 한 쪽 기슭에 썼으나, 어린 눈에도 명당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바윗부리가 드러난 산기슭의 묏자리와 아버지가 세상을 버린 깊은 이유를 알아내지 못한 갑갑함은 아물지 않는 생채기로 남았다.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면 가슴이 먹먹했다. 이십여 년 전, 동생들과 뜻을 모아서 선친 산소에 석물을 세웠다. 몇 년 뒤에 산소를 조금 옮기면서 어머니 합장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생채기 하나 아무는 기쁨에 4형제가 뿌듯한 마음으로 일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베트남을 월남이라고 불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종로통에 늘어서서 파월 부대 장병 환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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