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ET 단상)

부시맨과 스마트폰 

                                                               이기식

 얼마 전만 해도 전차나 버스를 탈 때면 이미 앉아 있는 승객들 마주치는 눈길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모두 자동인형처럼 스마트폰에 대고 통화하거나 자판을 두드리느라 남을 쳐다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며칠 전 내가 시대에 너무 뒤떨어져 있지 않은가 하는 불안감에 유행은 좀 지났지만 값이 싼 스마트폰을 한 대 장만했다. 쓰다 보니 편리한 게 하나둘이 아니다. 외출할 때 챙겨야 할 것이 대폭 줄었다. 메모지나 녹음기는 물론 전자사전이 따로 필요 없다.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목욕탕, 화장실만 없지 모든 것이 손바닥만 한 곳에 다 들어 있다.  

 1990년대 시작된 휴대폰 보급은 인터넷 기술과 결합하면서 PC,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 등 과 같은 혁신적인 미디어를 대거 선보였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결합됐다.

 얼마 전에 '조직 효율 관리'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들은 내용이다.‘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라틴어 어원을 살펴보면 '공동체(Commune)'와 '공유화(Community)' 와 의사소통이라는 기본적인 뜻 이외에 인간, 지역사회, 국가 간 정보의 공유화·평준화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언어학자가 아니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라면 현대의 '소셜 네트워크 사회'가 추구하여야할 목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기능을 배우고 사용할 때면 감탄할 때가 많지만 회의를 느낄 때도 있다. 이렇게 좋은 미디어를 갖추고 있는 우리 사회가 정말로 정보 공유화나 평준화를 이뤄 가고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다.

 스마트폰은 현실에서 실체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도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인터넷 사회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항목이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약 150명이어서 정확하고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는 이 정도의 숫자로 제한된다. 아무리 좋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한다 해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또 이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말이나 문장이다. 내용이 아주 짧고, 빈약하며, 감정이 없다. 특수문자와 기호를 많이 사용하고, 이모콘도 많이 쓴다. 마치 원시인이 동굴에다 그려 놓은 그림 같다. 합리 및 과학 사고를 유도하는 문자 소통 방법은 점점 쇠퇴해지고, 원시인의 소통 방법을 흉내 내고 있는듯 한 느낌이다.

 무의미한 정보의 홍수일 가능성이 높다. 여러 웹사이트의 게시판, 카페, 커뮤니티에는 남의 동영상이나 글을 복사해서 올려놓은 것이 수 없이 보인다.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허위 정보로 남을 비방하고 희롱하는 내용 또한 부지기수다. 언어폭력이다. 생산성 있는 정보제공이나 교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빅 데이터’ 시스템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be In, Garbage Out)'는 말이 떠오른다.

 소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철학이 몸에 배어 있는 구세대와 한순간 및 찰나 관계에 익숙한 신세대 간의 대화가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다. 수직적이고 일방통행 의사소통이 대부분이 것이 현실이다. 수직과 수평으로 균형 잡힌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 사회는 제대로 성숙해진다. 고령화 시대에는 더욱이 균형 잡힌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계속 문명은 발전해 왔다. 역사적으로 빙하시대를 빼놓고 문명이 퇴보한 적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필자는 스마트폰을 이상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부시맨이라는 기분이 든다.

(2018.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