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의 명상 캠프에 참가한 마리온 팁의 <민들레>란 시다.
뉴욕의 사월은 변덕쟁이가 아닌가 싶다. 따뜻해졌다 싶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칼바람에다 찰떡같은 함박눈을 펑펑 쏟아놓거나 진눈깨비를 흩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만개한 꽃으로 화사하다.
민들레를 캐려 공원에 나왔다. 물오른 나뭇가지의 잎새들이 앙증맞은 손바닥을 활짝 펼치고 있다. 미풍에 살랑거리는 연두색 그 아기 손들이 꽃보다 어여쁘다는 걸 새삼 느껴본다. 공원 한 모퉁이 오른쪽에는 한국 노인들에게 소일 삼아 가꾸라고 나눠준 텃밭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햇살을 이고 지고 씨를 뿌리는 자그마한 몸집의 노인들을 바라보자니 고향 들녘에 선 듯하다.
공원의 한쪽면을 거의 뒤덮어서 어디서든지 만날 수 있는 민들레의 한약 명은 "포공영(蒲公英)"이다. 건위, 건장, 해열, 천식, 이뇨, 진정, 암, 당뇨, 간질환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냉한 성질을 지니고 있어 포식을 막아주는 일등공신이다.
들판 어느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포공영은 중국 명나라의 의사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본초, 곧 한방의 약재·약학에 관한 책 <<본초강목本草綱目>>에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민들레 즙을 계속 마시면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위와 뼈가 튼튼해진다"고. 또한 중국의 최고 의학전서인 <<천금방千金方>>에는 "해충에 물린 독에 민들레즙을 내어 바르면 즉시 해독된다"고 써있다.
민들레를 씹어보면 쓴맛이 강하다. 단맛이 있지만 쓴맛이 압도하니 느끼지 못할 뿐이다. 생것으로 갈은 생즙은 염증치료제로 쓰인다.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산모에게나 위와 장이나 유방이 쑤시고 아픈 증세에는 특효약이다. 그리고 찬 성질이 있어 불에 데인 화상을 다스리고 여드름까지 치료한다. 해열과 해독제로 쓰이는 들판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잡풀에 불과하지만 육체의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 명약이 아닌가.
짓밟아 뭉개도 다시 살아나는 잡풀이 생명력이 강하듯 세상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밟히고 뜯기고 캐도 캐도 없어지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가진 민들레. 그 꽃을 닮은 인생을 꿈꿔 본다. 매일 샐러드로 상용하면 신경통 관절염까지 막아주는 민들레는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다.
'농부들의 예언자'라는 꽃말을 가진 민들레는 생긴 모습이 사자갈기처럼 길고 자잘한 노란 꽃잎으로 만들어 졌다. 그 꽃잎이 오전 5시 5분에 열리고, 오후 8시 9분에 그 잎을 닫으니, 들판 어디에서든 볼 수 있어 농부들의 시계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해서 약이나 먹거리인 민들레는 춘곤증으로 늘어진 몸을 추스르기엔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어린 생 잎은 갖은 야채와 과일을 섞어 샐러드로 만들어서 먹어도 좋고 쌈을 싸 먹어도 좋다.
끊는 물에 살짝 데친 것은 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그리고 간간한 소금물에 며칠 담가서 쓴맛을 제거한 민들레로 김치를 담그면 거의 고들빼기와 맛이 흡사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말려진 뿌리는 곱게 갈아서 커피로 마셔도 손색이 없고, 잎, 줄기 꽃 모두 건조시켜 장기 보존이 가능하며 이것을 달여서 보리차를 마시듯 상용하면 날로 늘어만 가는 성인병 예방에 더 없이 좋다.
갓 캐온 쑥으로 된장국을 끓이고, 흙을 털고 깨끗이 씻은 민들레를 갖은 양념을 한 초고추장에 무쳐서 한 접시 담았다.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식탁을 마주한다. 한 입 씹은 민들레의 달콤 새콤 쌉싸름한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틱낫한은 삶이 곧 예술이라 한다. 농사짓고 글을 쓰며 평화로운 삶을 일깨우는 그는 포도와 옥수수, 밀과 보리, 해바라기 밭으로 둘러싸인 프랑스 보르도의 '매화마을'에서 명상공동체를 이끈다.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 모두는 꽃/ 우리의 눈꺼풀은 장미 꽃잎"이라고 노래부르는 시인이기도 한 그는 호흡하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서 일상에서의 작은 행위들에 깨어있으라고 가르친다.
마음이 깨어있는 자는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깨닫는다고.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나는 느낀다.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시인 이동주는 세계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는 자기나라 대한민국이라 했다. 몇 해를 모국을 떠나서 살다가보니 이 시인의 말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 진다. 그 땅으로 돌아가리라.
어버이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곳으로. 그곳에서 나는 묵은 마음 밭을 갈아엎어 생명의 씨앗을 움트게 하여 가꾸는 아주 자그마한 농부로 살리라. 그런 나와 마주친 민들레꽃이 햇살처럼 밝게 웃는 경이로 가득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