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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왜 글을 쓸까    
글쓴이 : 박옥희    20-11-09 20:33    조회 : 7,660

    나는 왜 글을 쓸까                                             

  얼마전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이신 이양하 선생의 수필 <>을 읽었다. 선생은 평남 강서 출생으로 일본의 동경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미국의 하버드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영미문학을 공부했다. 연희전문대, 서울대 문리과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한미사전을 편찬했다. 정통적 유럽풍의 수필을 도입, 본격적 수필을 발표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선생의 <신록예찬>을 추억하면서 읽어 내려간 선생의<>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장난기가 가득한 순진함으로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원고 청탁을 받고 마감 날짜를 지켜야 하는 글쓰기의 고통을 하소연하면서 열 줄 한 장의 원고지를 헤엄쳐 가야 할 10리 바다와 비교했다. 담배 한 개비를 붙여 물고 그것을 다 태울 때까지 글이 이어지지 않을 때 작가는 거울을 앞에 놓고 들여다본다 비쭉 나온 코털이 보이고 이마에 흉한 여드름이 하나 눈에 뜨인다. 좋은 구실이 생긴 거다. 가위를 찾아 코털을 자르고, 다음은 아플세라 조심조심 여드름을 짠다. 여드름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다음 단계는 손톱이다. 손톱을 깍고 고루고루 줄질한다. 서너 줄 나아 가고 가다가는 한두 장 써지는 일도 있다. 그러다 평소에는 그리 친하지 않던 친구나 손님이 찾아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글을 쓰지 않아도 될 구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가의 글쓰기를 읽으면서 어릴 적 숙제가 하기 싫어 요리조리 꾀를 부리던 시절이 생각나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그 심정을 알 것도 같아 동정심도 일었다. 사람마다 글쓰는 습관이 각양각색이어서 어떤 분은 글이 이어지지 않을 때는 온 집안을 휘젖고 다닌단다. 나는 컴퓨터를 미련 없이 꺼버리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마츄어 새내기 글쟁이인 나로서는 몸부림을 치면서까지 글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즉시 베란다로 가 런닝 머신에 몸을 싣고 글에대한 생각은 멀리 멀리 날려 보낸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붙잡는다. 단골 수다 친구와 길게 수다를 떤다. 여전히 아쉬운 통화를 끝내고 컴퓨터 앞에 다시 돌아와 못다한 수다를 이어간다. 횡설수설 되는 말, 안되는 말을 퍼붓고 난 후 글을 읽어본다. 무언지 가닥이 잡힌 것도 같다 

  이양하 선생은 글이란 무엇 때문에 쓰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대학시절의 영작문 강의실에서의 기억을 떠 올린다. 글은 왜 쓰느냐는 교수의 질문에 어느 학생은 돈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어느 학생은 할 일이 없어 갑갑해서 쓴다고 했다. 그 시절 선생은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쓴다고 대답했단다. 대학 시절에 선생은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었이었는지를 알지 못하던 때였다고 했다.

  선생의 결론은 위에서의 답변이 모두 해당 되는 모든 것을 위해서 쓴다는 것이다.

글이란 돈을 위해서, 사랑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기쁨을 위해서, 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쓰기도 한단다 

  ‘나는 왜 글을 쓰지?’ 명쾌한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어느 학생의 대답처럼 할 일이 없어 쓰기 시작했다. 한 가지 색다른 이유가 있기는 하다. 그것은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있는 외할아버지와의 추억이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입학 후 생일이 나보다 두 달 늦는 동갑내기 장손과 나를 앞세우고 논두렁 밭두렁 산책을 즐기셨다. 도중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할아버지는 국어책을 잘 읽는 외손녀를 자랑하면서 장래 작가가 될 거라고 떠벌리셨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그 추억은 이따금 되살아났지만 작가가 되어 보겠다는 꿈은 꾼 적이 없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강산이 다섯 번씩이나 변해버린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5년 전부터 나는 우연히 수필 연구반에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물을 무서워했던 나에게 첫 글쓰기는 처음 수영장 물에 뛰어드는 만큼이나 두려웠다. 글을 한 두편 내놓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틈틈이 배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잦아졌다. 편리하고 신기한 컴퓨터와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도 나의 친구가 되었다.  컴퓨터는  나의 모든 수다를 불평 없이 받아 주었다. 글쓰기와 사랑에 빠질 무렵 컴퓨터의 배신이 시작되었다. 애써 써 놓은 글이 날아가 버린 거다. 몇 차례의 배신에 나는 글쓰기를 포기한다고 아이들에게 선언했다. 글쓰기와의 이별이다. 얼마 동안 홀가분한 기분이 되어 나는 전화기와 수다 재미에 다시 빠져들었다.

  엄마의 글쓰기에 위기를 느낀 둘째 아들이 나에게 컴퓨터 재교육을 실시했다. 덕분에 나는 컴퓨터와 만나 다시 글쓰기를 하게 되었다.

  얼마 전 딸아이가 말했다. “다시는 글을 쓰지 안겠다더니딸아이는 힘들게 글 쓰지 말고 자기 애들이나 봐 달라고 한다. 1초의 여유도 두지 않고 내가 대답했다. 애들 봐 주느니 차라리 글을 쓰겠노라고 

  열 줄 한 장의 원고지 앞에서 헤엄쳐 가야 할 10리 바닷길과 비교한 이양하 선생의 글과 나의 첫 글쓰기를 깊은 수영장 물에 처음 뛰어든 심정이라고 비교한 글을 되씹어 본다. 그렇게도 겁을 냈던 수영을 요즈음은 몸과 마음을 물에 띄우고 편안하게 즐길 만큼 제법 익숙해졌다. 머지않아 나의 글쓰기도 즐거운 수영처럼 남아있는 날들의 동반자가 되어 나와 함께 가기를 기원해 본다.

                                                                                                          한국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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