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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살려    
글쓴이 : 윤기정    21-03-19 22:02    조회 : 10,231

사람 살려

 

윤기정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 때 함께 치른 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인권의식이 커졌다. 이런 영향으로 1989장애자복지법(障碍者福祉法)’장애인복지법(障碍人福祉法)’으로 개정되면서 장애자' 대신에 장애인이 공식 용어로 자리 잡았다. 법명 개정 사유는 부정적 어감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내용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고 단지 '놈 자()’사람 인()’으로 바뀐 것뿐이었다. 결국 부정적 어감의 원인은놈 자()’였다. ‘사내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니 놈 자()’보다는 사람 인()’이 격이 높아 보였다.

‘-‘-은 '부랑자(浮浪者)?부랑인(浮浪人)'처럼 뒤섞어 쓰기도 한다. 또 범죄와 관련된 사람을 나타내는 말로 범인(犯人), 피고인(被告人), 피의자(被疑者) 등 정죄(定罪)의 단계에 가까운 범인, 피고인에는 인()으로 쓰고 아직 의심의 단계인 피의자는 자()를 쓴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에 비하 의미가 있었던 같지는 않다. 오히려 학자(學者), 선지자(先知者)’등에서 보듯이 ()’가 존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범죄, 도망, 배반 등 특정 어휘와 결합하면 낮춰 부르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

살펴 본대로 놈 자()’는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낮추어 부르는 호칭이고 또 하나는 남자에 국한하는 호칭이다. 물론사람 자로 한다면 두 가지 함의는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놈 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 교육청의 초빙 교장 공고문을 보자.

?학교, 지역사회,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창의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자

?풍부한 교육 경력과 민주적인 마인드로 학교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자

학생 ? 학부모 ? 교직원의 교육 공동체인 학교의 장을 초빙하면서 자격 요건을 모두 놈 자()’로 마무리하였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굳이 트집을 잡자면 여성은 원천적으로 배제하고사람으로 불릴 만한 인격을 갖춘 후보는 아예 응모조차 할 수 없다. 학생 ? 학부모 ? 교직원의 교육 공동체인 학교의 장을 초빙한다면 놈 자()’대신에 자를 사용하는 것이 예우에 맞지 않겠는가? 아니면 최소한사람으로 하든가. 이 같은 언어 소통의 혼란을 막자면 모든 옥편에의 훈()으로 사람'을 맨 앞에 놓아 언어 대중이 '사람 자'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만 하루 이틀에 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공?사문서에 놈 자()’ 대신에 사람을 쓰는 것은 의지만 있다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으로 한다면 더 교양 있는 일이 될 것이지만.

서울시의 '○○ 분야 모집 공고'에는 자격 요건에 ○○전문가, ◇◇전문가등 으로 적었다. ‘○○자격증 소지자, ◇◇자격증 소지자보다 모시는 측의 성의와 모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드러나 있다. 얼마든지 이처럼 바꿀 수 있는 일이다.

모셔온 사람모셔온 놈보다 더 많은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이고, ‘모셔온 분은 그보다 더 큰 사명감으로 일하지 않겠는가? ‘에 의해서 임명 또는 임용되는 경우에도임명()된 놈보다 임명()된 사람이 그보다는 임명()된 분의 업무 충실도가 높을 것이 뻔하다. 그래야 에게도 득이 된다. ‘염병으로 죽었다는 말과 장티푸스로 죽었다는 말의 뉘앙스를 생각해보라고 대표적 지식인 이어령은 그의 책에서 말한다. 단순한 병명 하나도 언어의 문제요 인간 문화?문명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런 연유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무 문제없는데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아라.’ '를 썼다고 임명()에서 여성들을 배제하지 않는다.’ ‘여성 단체에서 이의 제기도 없다.’ ‘ 남성들도 왜 낮추어 부르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없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문화의 문제로 생각해보자. ‘'까지는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른 이를 으로 부르면자기도 이 되고, ‘으로 부르면 자기도 이라 불리는 게 세상 이치다. 그래도 이 과하다면 먼저 가치중립적 용어인사람으로 바꿔서사람을 살리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용어 하나로 바꿀 수 있다면 살맛나는 세상 아닌가!

한국산문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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