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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띵    
글쓴이 : 박병률    25-03-07 07:48    조회 : 1,192
                                       반띵

 2020년 초부터 코로나가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고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가 범유행 전염병임을 선언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며 바깥출입이 두려울 때였다. 막내딸 숙이한테 전화가 왔다.
 “아빠, 당구대 보냈으니까 집에서 엄마랑 게임하면서 시간 보내세요.”
 “막내딸이 최고네! 고맙다.”
 딸이 사준 가정용 멀티게임 테이블로 미니 당구대, 탁구대, 볼링, 컬링을 즐길 수 있다. 당구대의 축소판인 미니 당구대는 포켓볼 공이 15개 흰공 1개에 세모 모양의 공 정리 도구까지 있다. 당구대 위에 올리는 탁구대가 있고 탁구대를 뒤집으면 하얀색의 볼링판과 컬링판이 그려져 있다.
 볼링판은 작은 크기의 핀이 10 개가 있는데 공을 굴려서 핀을 넘어뜨리는 방식이고, 컬링은 쇠구슬이 끼워진 컬링용 공을 쳐서 원 안에 많이 넣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아내와 집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게임을 자주 했다. 게임을 할 때마다 번번이 내가 이겼다.
 “여보, 탁구할 때 내가 석 점 접어줄게
 “그래도 안 돼, 당신은 학교 다닐 때 탁구 선수였다며?”
 “그럼, 다섯 점 접어주고 한판 할까?
 당구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탁구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 탁구 잘 치는 사람도 미니 탁구대라 실수가 잦다. 돈내기 게임을 하자고 아내를 부추겼다.
 “세 판 이기면 오천 원!”
 돈내기를 하자 아내의 집중력이 최고조로 달했다. ‘듀스까지 갔는데 마지막에 내리 두 점을 내줘서 내가 졌다. 아내가 경기 전에 묻어두었던 오천 원짜리 두 장을 꺼내서 내 앞에 대고 흔들더니 주머니에 넣었다. 아내가 한 판 더 하자고 했다.
 “당신 기술이 늘어서 내 주머니 다 털리겠어, 돈내기 안 할래.”
 내가 한 발 빼자 아내는 몸이 달았다.
 “아니면 볼링 하든가.”
 “내 돈 다 따먹을라꼬?”
 아내와 말씨름하면서 3~4년 동안 날마다 거실에서 게임을 했다. 그동안 집에서 아내랑 잘 놀았는데 코로나가 물러가고 바깥출입이 자유로워졌다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처럼 어느 날부터인가 당구대 보기를 소 닭 보듯 했다.
 막내딸한테 전화했다.
 “요즈음은 엄마가 아빠랑 안 놀아 준다야, 탁구를 혼자 칠 수도 없으니 당근마켓에 내놓으면 안 될까?”
 이야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딸이 일요일 날 차를 가지고 왔다. 딸과 함께 당구대를 차에 실으면서 말했다.
 “숙아, 인터넷 검색해 보니까 당구대가 십오만 원 하더라. 중고라 얼마에 팔릴지 모르지만 반띵하자, !”
 농담으로 당구대가 팔리면 돈을 반으로 나누자고 했다.
 보름 정도 지났을까, 아내가 말했다.
 “숙이한테 전화 왔는디예, 당구대 팔았다고 통장에 오만 원 넣었답니더.”
 “내가 농담으로 말했는디 돈을 부쳤디야.”
 혼잣말하며 딸한테 전화했다.
 “숙아, 아빠가 농담으로 반반 나누자고 했는디 돈을 보냈어?”
 “오만 원에 팔았어요.”
 딸이 사준 당구대로 몇 해를 지루한지 모르고 즐겁게 보냈는데 오만 원까지 챙기기는 염치가 없어보였다.
 “당구대 팔았다고 맛있는 거 사 먹을게요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건 그렇고 막걸리 값 만 원 빼고 사만 원 송금했다. 막걸리 사줘서 고맙다.”
 막내딸 숙이는 우리랑 한집에 살다가 오래전에 독립했다. 떨어져 살면서도 가끔 뮤지컬 표나 연극표를 끊어 주고, 내 책상 앞에 칠판을 걸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메모도 하고 동전 같은 자석을 이용해서 메모지를 붙여놓기도 한다. 칠판을 바라보면 숙이가 뻐드렁니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간의 보이지 않는 끈!
 숙이는 초등학교 선생으로 일 학년 학생을 가르친다. 일 학년들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말이나 행동에 아무런 꾸밈없이 순진하다. 딸이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딸도 아이들을 닮아가는가. 아이들을 바라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듯, 나도 막내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딸한테 받는 것만 같아서 당구대 팔았던 돈을 딸에게 돌려줬으므로, 반띵 하자는 나의 사탕발림이 무너지고 딸이 바라보는 세상과 나는 하나가 된다.

                                    한국산문 20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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