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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배    
글쓴이 : 정민디    25-03-11 01:05    조회 : 149
                                   유배   
                                                                                       정민디
  캘리포니아 태양은 새치도 금방 태워서 금발을 만들어 버릴 만큼 뜨겁다. 도시가 사막 땅 이라 비가 거의 오지 않고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 쪽은 쾌적하다. 태평양을 끼고 있어 그런지, 땅이 널찍널찍해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거의 없어 마스크가 익숙하지도 않은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손자도 봤을 나이 인데 아직도 ‘나 혼자 산다’를 하고 있는 아들이, 총각살림의 휴가를 좀 누리게 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래서 나는 국제 파출부가 되어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이 출근 하고 나면 아파트에 갇혀있다. 2년 7개월 만에 방문한  이곳은 살벌하게 변해 있다. 그전에는 근처에 내가 가고 싶은 마켓, 쇼핑몰, 음식점들을 자유롭게 내 두 발로 걸어 다녔었다. 아파트 단지 내는 경비원도 생기고 보안 카메라도 많이 설치되어 있다. 이제는 아파트 밖 큰길은 걸어 다닐 수도 없게 됐다. 큰 도시는 백인들이 소수 민족이 되었고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눈에 띄게 많이 있어 걸어 다니기가 불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퇴근한 아들만을 기다리는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 정약용은 유배를 갔을 때 많은 저서를 남겼다는 데 나도 천리타향 아메리카에서 갇힌 생활을 하고 있으니 글을 열심히 써, 노벨상은 좀 그렇고 노블 상 정도라도 꿈 꿔 볼까나.
 아들은 자기가 나이 먹은 것을 별로 의식하지 못한 듯 살고 있고, 내가 아직 부려 먹을 만한지 애써 엄마도 아직 젊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자꾸 내 나이를 강조하며 이제 나를 써 먹을  날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머지않아 비행기 타기도 버겁게 될 것이고, 인지능력도 떨어질 것이고, 했던 말 또 하고 또  할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이 왔을 때 아들들이 짊어질 무게를 생각해 본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니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자주 생각이 난다.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의 영향은 그다지 없으니 생활 습관으로 문제를 예방하고 빨리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그래도 가슴 밑바닥에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친정엄마가 전기 주전자를 가스 불에 올려놓아 불이 났던 날, 자식들은 당위성이 생긴 그날을 기점으로 삼아 요양원행을 정했다. 그동안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정기적으로 치매 늦추는 약을 처방 받고 있었는데  이제 집에서는 더 이상 간병을 할 수 없어 기관에 가시기로 했다는 얘기를 주치의에게 전하러 갔다.  ‘끝내는 고려장이네요,’ 뼈 때리는 말로 처방을 대신했다.  
엄마로 인해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겪어 본 나는 모든 기억과 인지를 계속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 순간 사람과 사물 등에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낭패감이 들어 끝까지 생각해 내곤 한다. 
  메타인지(metacognition) 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하여 한 차원 높은 관점에서 관찰, 발견, 통제하는 정신 작용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한 뒤 이를 채우기 위한 또 다른 계획을 구상하는 일련의 과정이 메타인지와 연관돼 있다. 자기 객관화 능력을 키우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그 부족함을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것은 메타인지적 사고의 좋은 예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그 유명한 한마디는 메타인지의 핵심을 잘 담고 있다. 또한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고 하여 메타인지의 본질을 꿰뚫어보았다”며 메타인지는 변화무쌍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유튜브나 인터넷 등, 모든 매체를  통해서 치열하게 새로운 정보를 매일 털고 있고,
트랜드를 읽어내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려 하며 메타인지의 알고리즘을 생성해 나가고 있다.
  아들과는 주말에 주로 산행을 한다. 여러 가지 가족 간에 얘기 끝에 아들이 외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궁금해 한다. 요양원에 있다가 돌아가시게 돼서 회한이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했다. 철지난 이야기지만(아들은 다 처음 듣는 얘기), 한국에 부모님들은 제주도 여행을 자식들이 가자고 하면 질색을 하며 절대 안 따라간다고 하며 고려장 역사를 얘기한다. 바다 건너섬이라 헤엄쳐서 올 수 없기 때문에 버리고 오기 맞춤이라고.
 하루는 산행을 가는 중에 한참을 가다가 아들이 으슥한 산기슭에 차를 세운다. 나를 내려놓고 휴대폰을 뺐으며 여기서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엄마! 오늘이야!”
“버리기 딱 좋은 날이네!”  하며 알려진 영화 대사를 작은 소리로 읊었다.
 “아들아! 여기는 아니야. 나는 아직 메타인지가 있어서 어설프게 버리면 안 돼. 엄마는 신기루가 난무하는 몽골 초원에서 길을 잃어도 유목민의 아내가 되어 양을 쳐가며 살아남을 수 있거든. 엄마가 마지막 유산으로 팁을 줄게. 전화가 안 터지고 야생 곰이 우글우글 한 세코이아 팍 이나 레드우드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놓고 와야 돼.”
 자칫 사약을 받기 전에 유배에서 벗어나야한다. 가사 도우미 일을 게을리 하여 국적을 빼앗기더라도, 하루 빨리 미국에서 추방 되어 그리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들이 여행시켜 준답시고 먼 길 가자고 하면 정신 차리고 곰의 밥이 되지는 말아야지.

                                                                          한국산문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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