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등산을 가서 예쁜 무지개를 보고 사진을 담아 놓고 들여다보였다. 나지막하게 뜬 무지개. 그 밑으로 옹기종기 엎드려 있는 마을, 유년에 뜨던 무지개이다. 한국에서는 무지개를 자주는 못 본다, 무지개가 뜨면 밖으로 튀 쳐 나와 쳐다보던 환상의 나라이었다.그런 무지개가 하와이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기도 하고, 자주 보게 된다. 하와이는 무지개 주라고, 말하기도 한다. 골짜기에는 항상 안개구름이 끼고 안개비가 내리고, 안개비는 맞으며 걸어도 속 깊이는 젖지 않고 겉옷만 젖는다.
부대서 청소 할 적에 같이 일하던 남자분이 하와이로 처음 이민 와서 운전을 하는데 앞에 나지막하게 무지개가 떴는데 곧 잡힐 것 같아 그 무지개를 따라 가니 조금 다가서면 조금 멀어지는 무지개를 한 시간을 따라 가다가 무지개를 잡지 못하고 도로 집을 왔다고 아쉬워하며 말하던 그가 기억난다.
무지개는 우리의 꿈이다. 꿈꾸는 환상이다. 우리들은 꿈꾸며 환상을 쫓으며 살아간다. 그게 허황한 꿈이고 환상이라고 하여도, 그 환상과 꿈이 있기에 오늘 내가 여기 있지 않는가 싶다.
하와이 살면서 우산은 안 쓰게 된다. 우산 준비란 말이 없다. 안개비에 젖다가 소낙비가 쏟아지다가 그치는 하와이 비다. 비가 모자란다고 해마다 말하지 않는다. 35년 동안 살면서 서너 번 물 절약하자 말을 들은 것 같다. 양호 하지 않는가. 한국을 보면 가물어서 논이 쩍쩍 갈라지는 영상을 보는가 하면, 장마가 북상을 합니다. 전라도 지역에 호우 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아나운서의 옥이 굴러 가는 듯한 음성을 들으면 아나운서가 비에 젖은 것 같은 듯하다.
5개월 동안 등산을 못가서 등산에 대한 향수가 목구멍까지 차서 그리움으로 젖어 있었는데, 지난주 등산을 가서 그 그리움을 마냥 풀어냈다. 산에 가면 산 내음에 킁킁 거리며 맡고, 찬물 날아가듯 노래하는 새들의 청아한 목소리는 빼 놀 수 없는 운치다. 산에 가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산과 대화를 하고 인사를 나누고 산에게 묻고 답을 듣고 등산을 한다.
하와이는 더운 나라라 사철 무슨 열매든지 익어져 있다. 지난번에는 채리 구아봐를 땄다. 다 떨어지고 끝물 몇 개가 나뭇가지에 빨갛게 매달려 있는 것을 따서 담았다. 그걸 깨끗이 씻어 병에 담고 소주 한 병 넣고 설탕을 넣어 두었다가 일 년 지나 먹으면 그 맛이란 새콤하고 달달한 것이 어릴 적 술 찌꺼기 먹는 맛보다 더 운치가 있다. 선인장 꽃, 술과 구와바 술과, 석류 알로 담근 술이 잘 익어 골고루 향을 내고 있어, 그이야기를 했더니, 한국서 사돈이 왔는데, 술을 좋아 하니 조금만 덜어 달라 해서 두 컵 정도 덜어 드렸다. 나는 술을 담그지만 먹지는 않는다. 문인모임 망년 모임 때나, 송년 모임 때나 가지고 가서 먹는다.
등산길에 간신히 나뭇가지에 매달린 몇 개 안되는 채리? 구아봐를 따서 담으니 그래도 한 병은 되어 보인다.
등산 가면서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좀 억울할 것 같아 보인다. 산에는 수많은 말을 담고 있다. 태곳적부터 내려오는 전설도 고이고, 아랫마을 일어난 일들은 산은 다 알고 있다. 책에서 읽어 보니 나무가 잘려 나갈 때 구슬프게 운다고 한다. 비움이 있는 마음엔 들린다고 한다. .
등산을 하면서 무언가 얻으려고 가면 산과의 대화는 많이 못한다. 산이 전해 주는 말을 듣지 못 한다. 마음이 맑아야 산의 고요 속에 전해 주는 말을 듣는다. 인디언들이 글 중에 백인 찍어 놓은 나무가 다 넘어가지 못하고 반쯤 넘어진 상태로 서서히 넘어 지면서 울어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글을 읽었다. 자연은 무조건 포용하고 나누어 주고 비워 내면서 왜 말이 없겠는가. 산도 고였던 그리움을 퍼내고 싶지 않을까. 그 산에서 나오는 꽃향기를 좋아 할 것이고 사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사랑스러울 것이다.
산 전체가 밤나무 산을 올라가면 빽빽이 들어찬 밤나무 손바닥만 하게 보이는 파란 하늘이 그 나무들도 다투어 보려고 키를 재며 올라간다. 자연도 약육강식이다. 오늘 신문에 보니 거대한 별이 작은 별을 잡아먹는 것을 사진으로 보았다. 설명을 그렇게 하여 그런가 한데 큰 별에 작은 별이 한 귀퉁이가 찌그러진 것이 보였다. 그렇게 큰 별에 흡입이 되어 사라진다고 말한다. 산에 와서 보아도 마친 가지이다. 큰 나무 밑에는 작은 나무들이 자리지 않는다. 그들도 그들의 영역이 있다. 그 영역을 침범하면 죽음이다. 언젠가 자연을 마구 해치는 사람들 그 자연의 피해로 인류가 멸망할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염려가 된다. 산에서 내려오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산을 향하여 인사를 했다 잘 있어, 다음 주에 또 올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