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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부르는 사랑 노래    
글쓴이 : 봉혜선    25-09-24 23:09    조회 : 1,473

오늘 부르는 사랑 노래

 

 노래가 흐르는 아침이다. “어느새 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어 봐도로 시작하는 최성수의 해후. 노래에서 나오는 계절은 초가을, 어느새 닿아있는 지금의 나이로 해석되어 다가든다. 눈은 창밖으로 향한다. 베란다에 가로로 걸쳐진 안전 가로막 틀에 빗방울이 수없이 달려있다. 비가 내리나보다.

 “창 넓은 찻집에서 다정스런 눈빛으로노래 중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실린 가사가 유난히 귀에 박힌다. 집에서 가장 넓은 창을 마주하고 있고 앞에는 차가 한 잔 놓여 있다. 차 종류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어느 노래처럼 갈색 빛 커피는 아닌가 보다. 그저 차 한 잔이면 되나보다. 유리창과 그 너머와 차를 바라보는 눈빛 역시 가사처럼 다정스러울 것으로 짐작한다. 멍한 상태가 아닐 것이며 매섭거나 맥을 놓고 있지 않으리라. 긴장하지 않은 상태이고 내리는 비로부터 피한 상태여서 안정되고 다정한 눈빛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유튜브에서 반복 듣기를 찾아 재생한다.

 “그대를 사랑하고도, 가슴을 비워놓고도, 이별의 예감 때문에한 바퀴를 돌아 이 대목의 그대에게서 잠시 멈추고 그대를 생각한다. 그대가 연인이 아니라 인생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절은 시절의 치열함이 인생을 살고자 했던 몸부림이었구나 하는 자각이 뇌리를 친 까닭이다. 대부분 그렇듯 인생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고 사랑했다. 나를 내려놓고 혹은 나를 버린 후에야 사랑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으로 그때를 지냈다. 이런 마음이 가슴을 비워에 아로새겨져 음률을 타는 것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한다고 믿는 상대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것 역시 그 시절의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온 시절은 옳았든 그렇지 않았든 지나갔으므로 휘발되고 왜곡되고 흐릿해지고 아련해지는 특성으로 인해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남게 마련이 아닌가.

 곧 이어진 이별의 예감에서 기어이 눈물이 쏟아진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 혹은 잊혀짐이라고 한다. 더욱이 이별이라니. 사랑이 흔히 만남에서 시작되듯 사랑을 끝낼 때 우리 이제 그만 만나, 라거나 헤어지자 라는 문자나 말을 하게 되는데, 이별을 하는 방식이 무엇이든 사랑은 그 시점에서 끝나야 하는 것이다. 주례사 단골 메뉴였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가 부부의 인연이라고 선언하는 말은 한 쪽이 죽으면 끝나는 무서운 말이다. 요즘은 주례 없는 결혼식이 흔한데 양가 부모들의 축사 등에서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혼주 본인은 물론 자식들의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는 상황까지는 상상이 안 되는 젊은 사람들의 세상이니 말이다. 네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통계는 고루하나마 이런 주례사가 없는 까닭일까.

 이별의 예감 부분에서 옆길로 새나왔다. 예감일지라도 이별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리라. 가까운 이들과 영영 이별을 한다는 것을 체득하고 실감하는 나이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 대목도 지나치지 못한다. 일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 중 하나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는 것이고 부정하고 싶었던 젊은 시절에는 철없이 지낼 수도 있었다. 생을 이별하는 대상은 상대이기도 하고 남이기도 한 동시에 나의 문제이다. 이어지는 대목은 어쩌면 나 당신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여기서의 당신 또한 인생이 아닐까. 정신이 깨어있을 때 하는 깔끔한 예감이나 유언으로 들리지 않는가.

 “사실은 오늘 문득 그대 손을 마주잡고서에서 또 그치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처연함에 음률은 떨리고 낮은 음으로 시작한 소리가 높아진다. 인생과 손을 정면에서 마주잡을 수 있다면,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얼마나 다르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찻집에 앞자리, 혹은 옆자리는 비어 있다.

 반복듣기가 끝났는지 생을 찬미하는 노래 한 곡이 기타 선율을 타고 이어진다. “모두가 이별이에요. 따듯한 공간과도, 수많은 시간과도 이별~ 이것이 슬픔이란 걸 난 알아요.” 음유시인 유익종의 굵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충고에 바르르 몸이 떨린다. 제목은 모두가 사랑이에요이다. 사랑과 이별이 이음동의어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도 많고 사랑해주는 사람도 많아 행복하다고 한다. 외롭지 않은 생이었음을 유추한다. 더 큰 이별이 앞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이 순간의 세상을 사랑하는 노래 두 곡이 창 밖에서 쉬지 않고 내리는 비와 어울려 가슴을 메마르지 않게 해준다. 매일 듣던 사랑 노래가 유난한 아침이다. 비가 내리지만 날은 화창하다.  

『에세이문학, 2025,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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