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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더와 마더 테레사의 고향, 마케도니아    
글쓴이 : 김데보라    12-06-09 12:13    조회 : 6,595
 

알렉산더와 마더 테레사의 고향, 마케도니아
 
 
기뻐하라. 기도하라. 감사하라. 그리고 사랑을 더 많이 하라는 여인을 생각하며 갈색으로 물이 든 비탈길을 내려가고 있다. 첼로의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는 나무와 숲을 지나며 국경을 넘어 가는 길은 가을이 오후의 상념처럼 깊어간다.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든 세르비아의 국경 산 중턱을 넘으니 마케도니아다. 1991년 옛 유고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마케도니아 정교와 이슬람 그리고 그리스 문화가 뒤섞인 작은 나라이다. 잠시 버스는 휴게소 언덕에 머문다. 얼마동안 굶었을까.
 
 
 
 
 
 
 
허기로 눈이 퀭하게 들어간 검은 개 한마리가 버스로 다가온다. 마침 점심에 못 먹고 싸 온 빵이 있다. 던져 주었더니 여기 저기 다른 개들이 다가와 버스 문으로 올라 탈 기세여서 닫고 말았다. 제일 못 사는 나라도 지나갔건만 개들이 그 형편을 말해 주고 있다. 이 미물들도 잘 사는 나라에 태어나야 먹거리 걱정을 덜 터이다. 안타까워서 입이 다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은 고독하고 쓸쓸하다. 바람이 이따금 불어오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나뭇잎은 숨을 죽인다. 우리나라의 사분의 일 면적의 작은 나라 마케도니아는 성경에 여러 번 언급된 지명이라 낯설지 않다. 바울이“마케도니아로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환상을 보고 내딛었던 땅으로 자주장사 루디아가 이곳에서 첫 크리스찬이 되었다. 외모가 변변치 않은 바울 사도의 행적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리라.
 
알렉산더 대왕의 고향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만든 알렉산더 대왕은 이곳 출신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알렉산더는 용맹스럽고 명석했다. 호메로스의 저작을 즐겨 읽었던 그가 부왕이 암살되자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그 후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지만 페르시아에서 얻은 열병이 원인이 되어 죽게 되자 그의 왕국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점령지마다 형성된 문물은 헬레니즘 문화와 간다라 미술을 잉태시켰다. 마케도니아와 그리스가 그 대왕을 서로 자기의 조상이라고 20년 우기며 싸우고 있다. 그 이유로 우리나라도 이곳과의 수교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략과 용맹을 함께 갖춘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이 땅에서 듣고 싶다는 그 기대를 잔뜩한 탓인지, 수도 스코페의 광장에서 실망스러운 눈빛을 가진 내 곁으로 찬바람만 휑하니 스치고 지나간다. 얼음같이 차갑고 날카로운 바람이다. 거리에 늘어선 건물들도 어째 활기가 없다. 광장 중앙의 분수대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새로운 동상이 세워져 있다.
 
'문화의 모자이크'를 만나게 되는 마케도니아는 도시를 관통하는 커다란 바그다르 강을 중심으로 신시가와 구시가로 나누인다. 구시가로 건너는 다리 입구에 예전에 세워진 알렉산더 대왕의 동상은 그의 업적마저 희석시키듯 하얀 석회석 덩어리라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스산한 바람은 우리를 따라다닌다. 옷깃을 감싸 여밀 만큼 쌀쌀하고 차가운 바람이다. 한때는 유럽에서 제일 큰 번화가요 시장이었다는 동방시장의 거리를 거닌다.
 
볼품없는 물건들이 자기를 보아달라고 애교를 떤다. 예쁘지 않다. 만지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도 않으니 여행객의 발길을 붙들기엔 역부족이다. 조잡한 물건들이 아우성치는 시장골목을 벗어나자 옛 시대의 번성을 보여 주는 모스크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슬람의 늘어지는 듯한 야릇한 음악이 흐른다. 발칸의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 정교회를 믿는 반면 종교의 색깔이 뒤섞인 것이 드러나는 곳이 마케도니아다.
 
스코페에서 10시간 더 가면 이스탄불이 나온다니 그 영향인 듯싶다. 걷다보면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대상들의 목욕탕 '다우트 피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세르비아, 알바니아, 그리스, 불가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민족분쟁, 종교분쟁, 영토분쟁을 다양하게 겪은 곳이라 수도를 둘러 싸고 있는 옛 시대의 흔적만 남아 있는‘칼레 요새’에서 내려다보이는 코소보와 가까운 알바니아 반군과의 분쟁을 겪는 테토보 지역의 아픔도 느낄 수 있다.
 
 발칸반도의 진주, 오호리드
 
오호리드는 365개의 교회가 있어‘마케도니아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린다. 호수가 시작되는 발원지 45개의 샘터에는 교회가 세워져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성스러운 곳으로 추앙받고 있다. 느릿느릿하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오호리드를 걷는다.
 
마케도니아의 보석이라 불리는, 500만 년 전에 만들어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호수에는 눈부신 햇살이 금빛가루를 뿌리며 물 위로 퍼져 나간다. 기뻐하는 영혼 속으로 <아베 마리아>를 부르는 신비로운 목소리가 스며들고, 호수 끝까지 부드러운 물결이 그 선율을 흘려보내고 있다.
 
오호리드에서 키릴 문자를 발전 시켰던 키릴 형제와 그 제자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고풍스러운 수도원들 그리고 영화 <비포 더 레인>의 배경이 된 성 요한 카네오 교회도 만나게 된다.‘발칸반도의 진주’라 불리고 있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후기 비잔틴 양식의 도시이다.
 
숙소인 하얀색의 호텔이 깨끗하고 분위기도 있다. 아침식사도 훌륭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맑은 호수는 은빛 물결이 수를 놓는다. 유럽에서 가장 깊고 깨끗하다는 명성에 걸 맞는 바다로 착각할 만큼 넓고도 크다. 호수의 물이 에메랄드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있다. 마케도니아에는 이것에 버금가는 호수가 2개나 더 있다고 하니 부럽기 그지없다.
 
빈자의 성녀, 마더 테레사
 
 
어디선가 부드럽지만 간절한 기도 소리가 들린다. '빈자의 성녀' 맨발의 여인, 가난한 자들을 불쌍히 여긴 여인, 아픈 자들을 사랑한 여인, 스코페에서 태어난 테레사 수녀가 세례를 받았던 성당 터에 세워진 기념관에 발이 머문다. 테레사의 생가를 현대적으로 보수하였다는 이곳의 박물관, 갤러리 등에서 굶어가는 사람들과 어린이, 병자를 돌보던 성녀의 유물들을 만난다.
 
 
“기도란 사랑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그녀의 음성이 들려 온다. 종교를 불문하고 예수사랑을 몸소 실천한 그녀의 동상을 끌어안고 사랑의 은사를 사모하며 조금이나마 닮기를 소원해 본다. 결코 그 길을 따라갈 자신은 없다. 하나님이 주시는 성령의 힘으로 그 빈자들을 품에 안았을 그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찰칵! 기록해 둔다.
 
 
오호리드 호수를 거닐며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 떼를 보았다. 깊고 맑고 넓은 어머니 같은 자연의 힘으로 마케도니아가 알렉산더 대왕이 누렸던 그 치세를 회복하기를. 테레사 수녀의 그 마음까지 빛내기를…….
 


 
한 조각 순결한 마음이
그리스도를 쉽게 뵈올 수 있다
굶주리는 사람 가운데서,
헐벗은 사람 가운데서,
집이 없는 사람 가운데서,
외로운 사람 가운데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가운데서,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 가운데서,
나환우 가운데서,
술 중독에 빠진 사람 가운데서,
거리에 누운 걸인 가운데서,
가난한 사람이 굶주립니다.
그것은 단지 빵 한 조각을 얻을
희망이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더 큰 사랑에 목마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헐벗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그가 입을 옷이 없어서만이 아니라,
누군가 그에게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존엄을 지켜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머물
한 칸짜리 작은 방 만을 바라지 않고,
사람들이 그를 버리지 않고, 잊지 않고,
그에게 무관심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테레사 수녀의 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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