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구두
김부조
너는 너무 오래
나를 떠나지 못하는
애꿎은 맨발로 살고 있다
삐걱거리는 내가 덤으로
자잘하게 쌓여 가는
삶의 무게에 무너질 듯
언 땅을 아프게 딛고 설 때
너는 이미
차갑게 부르튼 맨발이었다
세상에 지지 않으려는 내가
아득한 줄서기의 끄트머리에서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틈새에 한껏
달아오를 때도 너는
더 잃을 것 없는 맨발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더 가벼워지려
서둘러 불을 끈 채
염치없는 잠을 즐길 때도 너는
뜬눈으로,
내가 멈추지 않았던 길과
내가 되돌아 나오지 않았던
막다른 길에서 묻어 온 회한에
대신 물들고 있었다
그러다 날이 밝으면 너는
내가 가지 않은 길 쪽으로
몰래 놓이겠지만
이미 나는 굽어 버린
그 길만 기억할 뿐
너는 너무 오래
나를 떠나지 못하는
애꿎은 맨발로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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