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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고비 寓話    
글쓴이 : 오길순    13-11-24 14:00    조회 : 6,056
 
   동고비 寓話
                       오 길 순
동고비 떼가 돌아오지 않는다. 마을을 떠난 지 벌써 4,5년이나 되었다. 숲 아래 집이 개축을 시작한 후부터이다. 어떤 이들은
“ 왜 멀쩡한 집을 허물고 고층을 짓냐구!”
새로 지은 고층 집을 향해 볼 멘 소리들을 했다. 첨탑처럼 높아진 지붕 위 TV안테나는 주인 떠난 까치둥지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거기에 7,80년생쯤은 될 떡갈나무를 여러 그루 베어낸 것은 새들의 안방을 송두리째 불 지른 격이 되었다. 돌아와도 쉴 집이 없는 것이다.
그 해 여름은 발파 음과 도끼 소리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늘을 찌를 듯 날카롭던 철근들과 빈번하던 중장비 요동, 그리고 매캐한 시멘트 냄새는 무차별 산탄처럼 쏟아졌다. 가녀린 새들이 작은 머리를 피할 곳도 사라졌다.
이 후 숲과 마을은 무정란을 품은 닭장처럼 고요해졌다. 아기 울음이 끊긴 시골집처럼 황막해져버렸다. 오늘도 기척이 없는 동고비들의 무소식은 오랜 친구의 부음을 들은 듯 애달프기만 하다.
마을에 이사해 온 6,7년 전 늦가을, 새떼들을 반길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그 즈음 지닌 것 다 잃을 위기감으로 창밖을 볼 새가 없었다. 수백 마리 새떼들이 회오리 치고 다녀도 소슬바람쯤으로 지나쳤나 보았다. 폭설이 내린 12월, 마당 가 소나무 가지를 더투고 다니는 수백 마리 새떼들을 보았다. 뒷산 눈 속에서 내려온 작은 동고비류였다.
동고비 떼가 하얀 눈 위를 나는 풍경은 참으로 신선했다. 춤추듯 몰려다니며 노니는 휘몰이는 온자 보기 아까웠다. 그들의 경쾌한 지저귐 속에서 나도 덩달아 상쾌해졌다. 숲 속으로 들어온 작은 햇살이 큰 나무 그늘에도 평화를 준다던가. 몇 줌의 좁쌀에 춤추듯 왔다 가는 새들은 내 어두웠던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이고도 남았다.
특이한 것은 새 떼들이 추락하거나 부딪치지 않는 것이었다. 비밀의 무선신호를 하는 듯 한 방향으로 휘몰이를 쳤다. 수백 마리 새떼들이 출렁이는 날갯짓으로 하늘에서 휘몰이 칠 때면 나도 그들과 강강술래를 노는 것만 같았다. 수천수만 철새들이 곶과 만을 난무하면서도 부딪치지 않는 것은 간질이듯 밀고 당기는 그들의 아름다운 본능 때문일 것이다.
동고비는 참새 과 텃새로 도시의 공원에서도 쉬이 볼 수 있다. 머리를 거꾸로 하여 나뭇가지를 기어 다닐 때는 작은 곡예사가 따로 없다. 길이 9cm 정도, 날개 7.5∼8.5cm 날렵한 몸이 잿빛 숲 속을 날 때면 청회색 등과 흰색 배는 깊은 밤 검은 옷을 입은 듯 보호색이다. 버려진 딱따구리의 둥지나 나무구멍을 흙으로 막아 쓰는 지혜 또한 칡넝쿨아 나무를 타고 오르듯 슬기롭다. 큰 동물이 버린 집에서 더부살이 하는 생명의 꾀는 가녀린 생명을 지금껏 살아남게 한 비기의 위장술일 것이다.
거미 류, 곤충류, 씨앗 류, 열매 등을 먹기에 농약과 화학약품 또한 천적이나 다름없다. 박새나 쇠박새에 섞여 맹금류를 이겨낸 작은 야생조의 모듬살이는 척박한 땅에서 수천 년을 내리 살아온 야생초의 군생처럼 가슴 뭉클하기만 했다.
참새를 잘 잡는 친구가 있었다. 겨울 날 마루에 다리를 접고 명상하듯 앉아 있으면 마당에 몰려왔다. 삼태기에 길게 노끈을 늘여놓고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휙 낚아채면 여지없이 몇 마리 잡혔다. 끈에 묶인 나무 지주가 무너지면 고였던 삼태기가 참새 위에 엎어진 것이다. 볏낱에 초싹대던 참새 목숨은 시간문제, 불에 구워진 한 점 살로 사라지는 운명, 그렇게 말못하는 날짐승은 멸종되다시피 사라져 갔을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동고비도 참새의 운명이 된 것은 아닐까. 개발과 소음, 매연과 배기가스는 가녀린 그들을 죽음의 그물 속으로 내몬지 오래이다. 남겨진 숲마저 인간의 욕망 앞에 무릎 을 꿇을 처지이다. 이제 그들의 숲 속은 휴화산일 뿐이다. 새들의 해맑은 영혼이 사라진 세상, 인간이라고 행복하랴.
동고비들은 안방을 빼앗기고 혼비백산 절망하면서도
“숲을 놓아두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의 우화를 들려주었는지 모른다.
“나를 살려두면 안 잡아먹지.”
떡갈나무 숲도 앵무새처럼 웅얼거렸는지 모른다. 야생초와 야생조의 모듬살이, 나무와 숲의 들숨날숨은 우리의 소중한 날숨들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크러설크러 엮어질 칡넝쿨이라면 숲은 우리의 목숨을 대대로 엮어줄 하늘과 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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