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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1)    
글쓴이 : 정민디    18-08-20 22:52    조회 : 5,167

                                                

                                              비둘기                                                                                                                                                                                                                                                                                                                                                   정민디

  비둘기를 죽였다. 한 번도 아니고 족히 서너 번은 죽였을 것이다. 비둘기는 차 앞으로 날아가다 내가 운전하는 차 헤드라이트에 부딪혀 장렬하게 깃털을 날리며 길 위에 널브러졌다. 내가 바퀴벌레 보다 훨씬 큰 동물을 죽였다 생각하니 가슴이 벌떡 거렸다. 또 다른 비둘기들은 지가 알아서 바퀴로 들어가거나, 또는 미처 피하지 못해서 치인 것이다. 나는 분명히 경적을 울리고 날아갈 때까지 기다리곤 했으나 그들은 정말 멍청하게 들 굴었다. 나는 그렇듯 마음을 비운, 죽음에 초연한 비둘기가 두려웠다. 그런 비둘기들이 밉상이다. 공원, 광장, 길 어디서나 그 놈의 비둘기들은 몰려다니며 넘쳐난다.

  며칠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한 동영상을 봤다.

장수의 상징으로 딱딱한 등껍질을 갖고 있는 거북은 느림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거북은 물속에서는 사람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육지에서는 개구리보다 느리다. 동화 속 거북은 끈기와 인내로 토끼를 이기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거북은 느리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그런 거북이 사람도 잡기 힘든 새를 잡아먹는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호주 코우리얼메일(Couriermail) 웹사이트는 1일 비둘기를 잡아먹는 거북 동영상을 소개했다. 41일 만우절 영상이겠거니 생각했던 네티즌들은 실제 카메라에 잡힌 거북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튜브(youtube)에 올라온 이 동영상에서 거북은 물속에서 기어 나와 주위에 있는 비둘기 3마리를 향해 느릿느릿 기어간다. 사람만큼이나 거북이 느리다고 생각했던지 비둘기는 거북의 등장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주위를 배회한다. 순간 거북은 겨냥했던 비둘기의 목을 낚아채고 재빠르게 물속으로 들어간다. 얼마 후 물위에 비둘기의 깃털만이 떠올라 착각에 빠졌던 비둘기의 처참한 최후를 암시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남은 비둘기들이 멍하니 물속을 바라 볼 뿐이다.”

이 기사와 동영상이 남편과 비둘기를 한데 묶어 생각하게 했다.

그렇다. 남편은 비둘기랑 같은 족속이다. 거북이보다 느리고 비둘기같이 무심하다. 그들은 늘 아무 걱정도 없는 화평한 얼굴로 살고 있다. 내가 답답함에 지르는 목소리를 피해, 남편은 단지 3,4미터 정도 몸을 이동할 뿐 아무 반응이 없다. 한 번도 내게 대든(?)적은 없었다. 뭇 사람들이 비둘기를 쫓건만, 고 정도만 나는 척 하다 다시 먹이를 찾아 쪼아댔다.

   남편의 무심함의 끝은 아들 둘이 어떤 학교를 다니는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루는 남편이 우리 아들들이 그렇게 좋은 학교를 다니느냐고 물었다. 자기 친구들이 부러워하더란다. 어째 그렇게 관심이 없냐고 따지니, 공부를 꼭 잘해야 된다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아무 학교나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단다. 그런 그가 아들의 장래보다 더 관심을 가지는 게 있다. 축구다. 비둘기들이 항상 구구거리며 종종 걸음으로 떼 지어 다니 듯 그도 사람 숫자가 많은 축구를 즐기며 몰려다닌다. 비둘기 남편은 축구를 할 때만 유일하게 날아다닌다.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있다는 속담은 자기에게 이득이나 흥미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정신을 파는 경우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렇게 남편에게 꼭 맞는 속담이 있다니!

  남편과 비슷한 인간상이 어디엔가 흔하긴 한가보다. 어떤 모임에서도 다른 사람의 화제에는 관심이 없고 생뚱맞게 축구 얘기만 꺼내 주위를 춥게 만든다

                                                                                                      _-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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