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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찾은 기도    
글쓴이 : 오길순    18-10-30 14:25    조회 : 6,140

                   

           다시 찾은 기도

                                                                                                                오길순

신이여, 오늘도 당신 앞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가슴에서 잃어버린 것은 더욱 아닙니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기도할 힘을 아직 얻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어느 날 힘이 불끈 솟아 몇 십 년 익숙했던 묵주를 다시 들고 일상처럼 편안히 기도 할 소망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신이여, 당신은 어디 계시기에 욥처럼 애타는 제 음성을 듣지 못하시나요? 24시간 밤새워 표절내용을 분석한 날이 365일이 넘으며 구원자 당신의 이름을 부른 것 또한 수천 만 번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미울 때도 있습니다. 세상을 사랑한 게 후회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 죄악이었기에 제게 이토록 엄청난 시련을 주시는 것입니까?

상대는 눈을 부릅뜨고 모함을 서슴지 않습니다. 천만 번 고맙다고 해도 모자를 지경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제격입니다. 한 마디 대답도 없이 침묵의 공범자들과 한 통 속으로 제 청원을 묵살하고 있습니다. 그 비웃음은 차마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신이여, 얼마나 크게 외쳐야 당신 귀에 들릴 수 있습니까? 얼마나 더 엎드려야 당신 무릎에 앉을 수 있습니까? 이제는 기어갈 힘도 사라졌습니다. 제 서러운 굽은 등 위에 악마의 조롱소리 크게 메아리칩니다.

사랑하는 신이여, 제 어머니는 현명한 여성이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좌절할 줄 모르고 맞부딪쳤습니다. 전주이씨 효령대군파를 긍지로 사셨습니다. 가족을 성실히 부양한 어머니를 온 가족이 치료 했어도 뇌졸중 후유증인 치매가 끝내 남았습니다. 그게 <사모곡>입니다.

신이여, 님은 어디 사시기에 바름을 보고도 못 본 척 하시나이까? 어떻게 생기셨기에 음흉한 도둑들의 계략을 눈감으십니까?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가져간 이를 두둔하는 세상, 과연 올바로 된 세상인가요? 그 도둑들은 제 글을 모조리 가져다가 자신의 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이십년 동안 도둑은 제 인생을 우려먹었습니다. 제 마을도 제 집도 제 사진도 그들의 번득이는 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제 숨소리까지도 도난하려 눈을 밝힌 흔적이 많습니다. 제가 쓴 글들은 족족 그의 번득이는 레이더에 걸렸습니다. 영혼을 빼 먹으려는 독거미처럼 무서운 집착으로 60편 이상 가져갔습니다.

신이여, 한마디만 대답해 주십시오. 진실은 밝혀진다고. 아무리 세상에 도둑떼가 넘쳐도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 많다고. 그 사람들이 세상을 살려내는 위대한 선지자라고요.

사랑하는 신이여, 제 머리는 희어지고 얼굴의 주름은 깊어졌습니다. 머리가 희어지도록 글을 쓴 개 죄인가요? 얼굴이 주름 깊도록 문학을 사랑한 게 이토록 형벌을 받아야 하나요? 흑도 백으로 만들려는 사악한 악마들의 힘 앞에서 저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신이여, 사모하는 이여, 그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로지 당신을 찬양합니다. 지금껏 못난 저를 70평생 사랑해 주신 그 깊은 은혜, 어디에 비유하겠습니까? 당신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환희가 넘칠 때도 많습니다. 끝이 창대하리라는 말씀, 늘 진실이었기에, 당신의 심판은 늘 진실만을 찾으셨기에.

알곡은 천국으로, 가라지는 유황불로 가는 판결을 저는 끝내 믿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신이여!



 <<수필시대>>2018.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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