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지구 환경의 미래라는 인식을 갖고 아주 작은 부분이나마 일조를 하고 있다고 자부 하는 나는, 숲 해설가이자 유아 숲 지도사이다.
나이 차이가 60년도 넘는 친구들을 수년 째 만나고 있다. 우리들 소통의 주제는 숲 체험이다. 숲에서 우리들은 친구다. 어린이들은 나를 나비선생님이라 부른다. 매번 숲과 어울릴 만한 복장을 갖추고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1년에 10군데도 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4세부터 7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요일을 정해 유아 숲체험장으로 온다.
봄부터 숲 체험을 한 어린이들은 가을이 되면 숲을 안다. 지렁이가 튼튼한 근육으로 낙엽을 부셔서 지구가 온통 낙엽으로 뒤덮이지 않게 하고 땅을 비옥하게 한다는 것을. 다람쥐가 꼭꼭 숨겼다가 못 찾은 도토리가 땅속에서 발아하여 참나무가 된다는 것을. 숲에 갔던 개의 털에 붙어 온 도꼬마리 열매를 보고 어떤 아저씨는 ‘찍찍이’를 발명 했다는 것을. 그리고 숲에 쓰레기를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렇듯 숲은 동물, 식물, 사람이 다 공존하며 유기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어느 날, 어린이들과 만나 숲 체험을 몸 풀기 체조로 시작하려고 원을 만들고 있었다. 그 때 한 아이가 손을 들며 나에게 왔다. 물어 볼 말이 있다고 한다. 작은 소리로 “할머니죠?” 한다. 어쩌면 집에서 예의범절을 꽤 잘 배운 어린이일 것이다. 너무 궁금해서 못 참고 물어 본 것이지만 혹시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닐 까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온 것이다. “그래 맞아. 그런데 그냥 할머니가 아니고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야. 너희들의 미래 숲이 늘 울창하기를 바라는 할머니지.” 뭐래? 어린이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또 한 날은 내가 옷을 좀 전투적으로 입은 탓인지 한 어린이가 “오늘은 나비선생님은 없고 아저씨가 왔네.” 그런다. 유치원 교사와 나는 많이 웃었다. 목소리를 젊은 여자 같이 내며 “나에요 , 나, 나비 선생님이에요.” 했다. 할아버지가 아니고 아저씨라고 한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할지. 나는 이렇듯 할머니, 아저씨, 선생님 등 여러 가지 정체성과 캐릭터로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야망이 큰 할머니다. 늘 미래의 숲을 위해 무엇을 할까 하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요사이 부러운 할머니가 한 분이 있다. 감히 비견할 일은 아니지만 76세에 한국사람 중에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다. 나는 언감 생신 그 상을 추앙하는 것은 아니고 오로지 그녀의 나이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나이 까지 살아 있다면 과연 난 무엇을 하고 있을 수 있을까. 그 나이 사람에게 또는 그 나이로 가는 사람에게 그녀가 크게 던져 준 선물은 ‘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다. 누구는 그녀를 비저너리 (Visionary)라고 부른다
비저너리 라는 말은 영어로 선지자(선구자) 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다.한국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는 가수 방탄소년단, 영화감독 봉준호 등 K-문화를 널리 알리는, 업적이 있는 사람들을 일단 비저너리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날갯짓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위 비저너리 리더(Leader)라고 하는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을 상상을 통해 없는 미래를 그려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대한 꿈을 꿔야 한다. 비전에 의미를 더해 스토리를 실행가능 하도록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비전이 자신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한다. 구성원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고, 한 방향으로 조직의 힘을 결집을 시킬 수 있는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끝없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이를 공유함으로써, 그 비전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실천까지 잘 챙길 수 있는 게 필요하다. 대규모로 유연한 협력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어 상, 호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의 이름을 비저너리 리더라 칭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 얘기하고 있는 진정한 비저너리 리더 한 분이 가까이에 있다. 한국산문의 임헌영 교수다. 문학단체를 이끄는 문학가이시지만 인문학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스승이다. 역사와 인문학 등을 문학과 접목하여 진보적인 강의를 한다. 그리고 특별히 그가 미래를 읽고 전망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덕목과 자격은 ‘꼰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라떼는 말이야~~’를 그에게서 들어 본적이 없다. 권위적인 옛날 사람이 아니다.
오늘도 어린이들과 소통을 하며 먼 훗날 혹시 나를 기억해 줄 수도 있는 그들과 열심히 만날 것이다. 나무, 곤충, 애벌레, 새 들을 관찰하러 배낭을 둘러메고 숲으로 간다. 작은 부분일지라도 지구환경에 대한 얘기를 어린이들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숲은 우리의 미래라는 관점에 동참하려 한다. 나도 몸서리치게 비저너리가 되고 싶다. 그 꿈을 추앙한다. 혹은 소소하게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