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자 개인전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은 덜할지 모른다. 지나쳤다가 생각나서 돌아가 그 앞에 다시 서게 되면 비로소 더 머물고 싶어진다. 고요하지만 적막하지는 않다. 그의 작품에는 뭔가가 있다.
첫 개인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작품 수준이 수려하다. 젊어서부터 순수미술에 대한 열망을 지녀온 공영자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수채화를 그리곤 했는데, 노년에 시작한 유화는 그의 작품세계에 깊이를 더해주었다.
공영자의 그림은 온화하고 정직한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화가 자신과 닮았다. 그의 작품은 색채가 강하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그림을 그릴 때 찰나의 느낌에 매달리지 않아서다. 모과의 울퉁불퉁함, 레이스의 무늬, 그릇의 문양까지, 디테일을 살린 세밀함에서 화가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공영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있을” 거라고 여기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대상을 관찰하면서 대상이 보여주는 것을 캔버스에 옮긴다. 너무 밝은 탓에 희미하거나 빛이 닿지 않아 어두운 부분은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는 대신 부드러운 터치로 색을 다양하게 더한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은 섬세하지만 난잡하지 않다. 비뚤어진 건 비뚤어진 대로, 찌그러진 건 찌그러진 대로, 공영자는 자신이 보는 그대로를 화폭에 담고자 한다.
그래서일까? 풍경이든 인물이든 공영자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화가가 그리는 동안 옆에서 함께 바라보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잔잔한 풍경을 보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다리의 각도나 손의 길이나 조금만 이상해도 인물화는 어그러져 보이기 마련이다. 의사로서의 오랜 경험이 토대가 되었을까. 공영자의 인물화에서는 모델의 자세가 휴식이라도 취하는 듯 안정적이다. 보는 이도 덩달아 잡념을 떨쳐내고 평온함을 얻는다. 마치 인간 공영자와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한국산문, 202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