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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뾰족구두<제7회 한국산문이사회>    
글쓴이 : 박병률    25-11-15 09:22    조회 : 208
   뾰족구두.hwp (17.5K) [1] DATE : 2025-11-15 09:52:50

뾰족구두


어디니껴?”

청계천 한 바퀴 돌고 집에 가는 중이오.”

신발 할인 판매한답니더. 0마트 이불 가게 옆 신발가게로 오소.”

아내의 전화를 받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멀쩡한 신발 놔두고 또 신발을 산디야

아내 말을 잘 들어야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 몸은 자석에 이끌리듯 신발가게로 가고 있었다. 아내와 결혼 후 내 옷이며 신발을 살 때 아내와 함께 가서 고르거나, 아내가 알아서 사 왔다. 아내한테 고마워해야 할 텐데 번번이 딴지를 걸었다.

티셔츠 많은데 뭐 하러 사 왔어, 바지도 많은데 또 사 왔어?”

한번 입어 보소, 맞는가 보게.”

아내가 재촉하는 바람에 새 옷을 입고 아내 앞에 섰다. 아내가 위아래로 옷을 살피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 걸어보소.”

나는, 앞으로 몇 발짝 걷다가 왼손을 허리에 대고 다리를 비스듬히 벌린 채 뒤로 돌아서 뒷모습도 보여줬다.

뒤태는 청년 같십니더.”

아내의 칭찬에 고마워요라는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돌았다. 말은 갇혀있거나 짓눌려 있지도 않으면서 갑갑했다. 이참에 큰맘 먹고 용기를 내볼까,

신발 사줘서 고마워요’. 아니 신발 사줘서 고맙습니다’. 아니 신발 사줘서 고맙당게요’. 그럼 땡큐! 이것도 아니면 겁나게 고맙소’.

어떤 게 더 멋있는 말일까, 이말 저말 떠올려가며 신발가게로 가는 중이었다. 가게에 들어서니 나이 80쯤 보이는 노부부가 신발을 고르고 있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의자에 앉혀놓고 이 신발 저 신발 가져다가 신겼다.

영감, 이 신발이 예쁘고 젊게 보이지 않소?”

할멈이 좋으면 나도 좋아요.” 그럼, 이 신발로 합시다.”

할머니가 권하는 대로 할아버지는 따랐고 입이 귀에 걸렸다.

노부부가 정이 넘쳐흘러서 내가 끼어들었다할머니, 할아버지랑 사이가 좋아 보여요.”

그럼, 남편이 사랑스럽지 않으면 신발을 사주겠어요? 여기 부인이랑 함께 온 남편은 부인한테 사랑받고 사는 거랍니다.”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할머니, 제가 아내한테 겁나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알았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내 옆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가 나를 바라보고 한바탕 웃더니만 물었다남편 신발을 사러 왔는데요, 이 신발 어때요? 한번 봐주세요.”

고급스럽고 색깔도 예쁜데요.” 아주머니는 그 신발을 골랐고, 나는 밤색 캐주얼슈즈한 켤레를 아내한테 선물로 받았다. 집에 가는 길이었다옛말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던데.” 내 말끝에 아내가 한술 더 떴다.

연애 시절 말인교? 당신이 나한테 뾰쪽 구두사주지 않았소, 진즉 알았으면 도망을 갔을끼라 아직도 그 감정이 살아 있는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아내와 나란히 걸으면서 가수 조항조의고맙소를 흥얼거렸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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