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노재선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1225juli@hanmail.net
* 홈페이지 : http://blog.daum.net/1225juli
  총체적난관    
글쓴이 : 노재선    12-07-06 01:51    조회 : 3,255
총체적 난관
노재선
  :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남편은 눈 수술을 하고 난 뒤 내가 다니는 단골 미장원에서 매일 머리를 감고 다녔다. 거금 10,000원이나 받는 그곳에 배신감이 들어 오늘은 물 안들어 가도록 선글라스를 끼고 집에서 샤워를 했다며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요즈음 어떤 상황인지도 모른다는 둥 중얼거리면서.
경제가 어려워지자 사람 모이는 곳에는 그게 주요 화제가 될 지경이니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놓칠 수 없는 문제는 건강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이없는 일들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서서히 예방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남편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운동과 음식으로 종합검사로 철저히 대비를 하는 편이다. 얼마 전 내가 큰 수술을 했다. 갑작스런 일이라 남편의 충격은 무척 컸나보다. 점점 기가 빠진 듯 하더니 유난히 피곤을 많이 탄다. 그 나이쯤 되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일축해버렸다.
학창시절에 유도를 했던 남편은 건강한 사람이었다. 어릴 적 입이 짧아 숟가락을 들고 다니며 섭생을 시켰다는 말을 듣고부터는 스스로 운동을 열심히 했나보다. 결혼 후 목 디스크로 고생한 것 말고는 별 탈 없이 지냈다.
 
대기업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던 사람 중 대부분은 위장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관례인 잘못된 음주 문화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남편 역시 14년 전 퇴직할 무렵 역류성 위염으로 병원에 오래 다닌 적이 있었지만 그후 지금껏 별 문제는 없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제 어미에게서 받은 면역력으로 마흔 살까지 살고 그 이후엔 후천적인 면역력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어릴 때 건강하던 사람이 나중에 허약해지는 것은 자신이 관리를 잘못한 것이라 비판 받을 수 있다.
 
환갑을 넘긴 2~3년 전부터 남편에겐 웃지 못할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출석부로 귀를 맞았던 게 화근이 되어 청력이 약해졌다. 그것은 시간과 반비례하여 갈수록 더 떨어져 같이 사는 나에게 적잖은 고통을 주고 있다. 그뿐인가. 찬바람만 불기 시작하면 알레르기 때문에 재채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도 잠시 그럴 때가 있었으므로 이해는 하지만 점잖은 사람이 가끔 훌쩍거릴 땐 내가 더 겸연쩍어진다. 식사 할 때나 조금 흥분된 이야기를 할 때는 자율신경이 둔해졌는지 입안을 깨물어 상처 내기가 일쑤고 입술은 당치않게 잘 부푼다.
최근의 일이다. 돋보기 교정을 위해 안과를 찿았다. 미세하게 백내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눈까지...남편의 얼굴에 야릇한 웃음이 보이더니 나즈막하게 중얼거린다. “총체적 난관이군.”
나라가 어지러운 것도 문제지만 남편의 연이은 난관이 나에겐 더 큰 일이라는 걸 고백 할 수밖에 없다.
 
며칠 후 뜬금없이 남편은 덜컹 수술 날자를 잡아 2시간 검사 후 5분 정도 수술을 받았다. 백내장은 각막에 붙어있는 하얀 막을 걷어내고 인공수정체를 넣어 시야를 밝게하여 시력도 회복시키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라고들 한다. 불편하지 않으면 천천히 받아도 될 수술이다. 수술 다음 날 남편은 세상이 밝아졌다고 흡족해 했다.
모든 수술 뒤엔 언제나 부작용의 가능성은 따라 다니는 법. 간단하다는 수술 뒤 며칠 좋은듯 하더니 점점 뿌옇게 보이며 붓기도 했다.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져 짜증을 내는 날도 많아졌다.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다더니 그런 것인가. 내가 겪었던 날들이 생각나 고개를 저었다.
남편은 지금 종합병원으로 옮겨 의뢰서를 참고로 치료 중에 있다. 꼼꼼하던 준비성에 구멍이 나버린 결과다. 각막이 부어있는 드문 현상이라했다.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이었는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솔뚜껑 보고도 놀란다’ 고 나 때문에 너무 겁을 먹었던 것이다.
눈에 시간 맞추어 넣어야 되는 안약만 4개. 눈의 피로 때문에 오전 근무만 하고 귀가해야하는 남편의 자잘한 시중에다 짜증까지 받아주자니 나에게도 총체적인 압박감이 밀려 오는듯하다. 퇴직한 남편들이 아내의 치마꼬리만 잡는다더니 얼핏 엉뚱한 발상에 웃어버린다.
앞으로 2~3주 동안만 꼬리를 잡히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세상에 공짜가 없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더니 부부 아니랄까봐 내가 퇴원한지 몇 달이나 되었다고 일을 만들었는지.
치자 빛 얼굴로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간호해 주던 남편을 생각하며, 그래도 한쪽 눈이어서 다행스럽고 꽃바람 부는 봄날에 티끌 하나라도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의 처방대로 선글라스를 늘 끼고 다니는 남편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어느 가수는 멀쩡한 눈인데도 트레이드마크인 양 선글라스를 낀채로 화면에 나오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 집에서도 끼고 있다던데, 그 가수의 노력엔 박수라도 보내겠지만 눈의 건강엔 좋지 않을 듯하다. 아무튼 남 걱정 할 때가 아니라 오늘 저녁엔 내 손수 머리도 감겨주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샤워를 하는 남편을 보고 웃지도 않을 것이니 어서 빨리 그 난국을 헤쳐 나오라고 말하련다.
 

 
   

노재선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92588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94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