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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시아    
글쓴이 : 문경자    12-08-05 17:29    조회 : 5,420
아카시아
문경자
아카시아 꽃은 5~6월에 피어나는데 푸른 잎이 무성할 때 꽃이 피어난다. 푸른 잎이 하얀 꽃과 잘 어울려 얼른 보면 파란색 커튼으로 얼굴을 가린 듯 수줍어 보이기도 한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 이웃집 순이는 어린 나이에 밥 숟갈 하나 덜어 달라는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시집을 갔다. 나이가 많은 신랑은 울며 따라가는 색시가 그저 예쁘기만 한 듯 싱글벙글 했다.
온 동네 아카시아 꽃 향기가 강하게 퍼지면 처녀 총각들은 밤에 여기저기 모여서 연애를 하였다. 밤에 식구들 몰래 마실을 가는 척하며 달빛이 비치는 아카시아 나무 아래서 만나기도 하였다. 그들은 안전한 곳이라 여기며 소곤거리지만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말처럼 지나가다 누군가 들을 수 있다. 이튿날이 되자 아카시아 꽃 향기를 풍겼는지 온 동네에 소문이 짝 퍼졌다. 남자들은 그냥 수군거림에 지나쳐 버리지만 처녀들은 당분간 얼굴을 들고 문 밖 출입도 어려웠다.
 
아카시아 꽃송아리를 보면 무명 실타래에 꽃을 달아 놓은 것처럼 탐스럽다.  손을 뻗어 꽃을 따서 습관처럼 먹어보고 싶어진다. 향이 좋고 맛이 달기 때문에 생으로 먹을 수 있다. 배가 고플 때 허기를 채워주기도 하며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기도 하였다. 꽃을 말렸다가 병에 보관해두고 차를 만들어 먹기도 하며, 꽃을 깨끗하게 체취를 해서 술에 담가 먹기도 한다. 유행하던 아카시아 껌도 그 향수를 느끼며 많이 씹었다.
아카시아 전설에 나오는 여인은 어느 날 아름다운 시를 읊으며 지나가는 시인을 보고 사랑에 빠졌다. 그 시인은 외모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 언어의 아름다움을 숭상하였다. 구애를 해도 받아 주지 않자 마녀에게 찾아가 남자의 사랑을 뺏을 수 있는 향수를 얻고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녀에게 주어버렸다. 이렇게 해서 얻은 향수 한 병을 통째로 몸에 바르고 그녀는 그 시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시인은 공교롭게도 태어날 때부터 냄새를 맡지 못하는 병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사랑을 얻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 아카시아 꽃이 피어났다. 아카시아 꽃 향기만은 오래오래 남아있게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꽃말은 우정, 비밀스런 사랑, 희귀한 연애란다. 못다 이룬 사랑을 비관하여 삶을 포기한 불쌍한 총각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시골 총각의 죽음이다.
때는 아카시아 꽃이 한창 피었고 시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흘러갔다. 그 곳에서 빨래를 하다 보면 남녀간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었다. 나는 돌 위에 올려놓은 빨래를 힘껏 때리며 나도 이담에 크면 꽃무늬 양산을 들고 똑 같이 해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슬쩍 훔쳐보았다. 그 때가 사춘기였나 보다. 그 날도 빨래를 하고 있는데 한낮이라 햇빛이 내려 쪼였다. 동네를 이어 주는 다리 위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 나도 그 속에 서 있었다. 어른들은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핀 나무 아래 무엇인가 있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도 가르키는 그곳을 바라보니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햇살에 눈부신 하얀 꽃들은 바람이 불 때 마다 향기를 더 진하게 날렸다. 사람이 죽어있어, 하며 궁금해 서로 물어 보곤 하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이 혼자 중얼거렸다. 꾀죄죄한 얼굴이며 말하는 입 모양이 어눌하여 보아하니 지난 밤에 한잔 걸치고 아직 잠도 채 깨어나지 못하고, 아침 밥 한 술도 못 먹은 그야말로 거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니 누가 그 말을 듣고 믿겠나.
 “ 늙은 총각인데 여자 집에서 결혼을 반대해 약을 먹고 자살을 했다.”는 말을 떠듬거리며 하였다. 총각이 불쌍하다며 저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깟 여자 때문에 귀한 목숨을 끊다니 바보라고 하였다. 누군가 가마니를 덮어 주었다. 한 쪽 팔이 밖으로 나와 있어 더 무서웠다. 그 위에 아카시아 꽃이 떨어져 내려 그의 혼이 꽃잎 되어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경찰 모를 쓴 분들이 와서 잘 정리를 하고 들것에 실려 응급차로 가버렸다. 모두 혀를 차며 부모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불효자라며 각자 헤어져 갈 길을 갔다. 
 
아카시아는 콩과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북미대륙이 원산지인 아까시 나무가 1897년 중국을 통해 건너왔으며 인천 월미도에 처음 심어졌다.
6.25이후 황폐화된 산림 복구차원에서 미국선교사 루소의 적극적인 권장에 의해 60년 전후로 우리나라 전역에 집중적으로 심기 시작했다.
아카시아는 강한 번식력으로 여름철 홍수를 막아주는 홍수조절기능과 함께 산성비와 대기중인 공해를 중화하고 맑은 공기를 제조해 주며 촉박한 토질의 산사태 방지용 환경수로 가치가 뛰어났다.
 
  산소에 가면 아카시아나무가 많이 자라 애를 먹은 적도 있다. 묘소로 파고 들어간 아카시아 뿌리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유골 속으로 다시 파고들어가 망자의 유골을 해치기도 한다. 아카시아 생명력은 대단하다. 어지간해서 잘 죽지 않는다. 제초제를 아카시아나무를 자른 부위에 발라주거나 뿌리를 흔적도 없이 캐서 버려야 한다.      
 
아카시아에 대한 노래 시도 많이 있지만 이제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추억 속의 꽃으로 더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것이다.
 
2011년 제11회 수필의 날 <숲>에세이 수록
2012년 6월 합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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