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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김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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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 약국    
글쓴이 : 김부조    13-04-09 09:33    조회 : 5,357
 
간이 약국

  김부조

 

상경하신 다음날,
어머니의 머리맡에서
간이 약국이 문을 열었다

혈압강하제와 관절통증완화제가
낡은 처방전의 텃세를 이어가고
골다공증예방약의 따분한
눈치 보기가 시작되었다
젖은 욕실 바닥에 기우뚱하신 날은
원방우황청심원이
신경성소화불량엔 반하사심탕이
그윽한 황톳빛을 발했다
가끔 실핏줄이 터지는 오른쪽 눈엔
말간 지혈용액이 성큼 다가서고
새끼발가락을 괴롭혀 온
악성 티눈 앞에선
뿌리도 뽑지 못하는 연고가
뻔뻔한 장수(長壽)를 꿈꾸고 있다

간이 약국의 작은 문이
젖혀져야 시작되는
어머니의 아침

찜질파스에 눌린 아스피린이
참아낸 하품을
막 토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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