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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한번 먹읍시다.    
글쓴이 : 백춘기    14-04-29 09:10    조회 : 6,358
밥 한번 먹읍시다.
                                                                                                                                     백 춘 기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말을 들었어도 그 약속이 꼭 지켜진다고 믿는 사람도 또한 많지 않다. 전에 밥을 같이 먹자고 말해놓고 왜 그 약속을 안 지키느냐고 따질 일도 아니다. 밥 한번 먹자고 말한 사람도 그 말을 잊어먹고 듣는 사람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밥을 같이 먹는 다는 것은 단순히 그냥 한 번의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에게 손을 내밀어 최대의 호의를 내미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흔히 친구를 비롯하여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이렇게 식사를 제안하게 된다. 이성에게 호감을 사고 싶을 때, 누군가와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개선하고 싶을 때 또는 중요한 거래처를 설득해야 할 때 등 낮선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해야 할 때에 가장 쉽게 이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밥은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을 먹는 것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여럿이 같이하는 식사모임에 어느 특정한 사람이 참석하면 참석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나도 싫어하는 사람이랑은 밥을 같이 못 먹는 편이다. 정말 불편한 사람과 밥을 같이 먹었다가는 속이 불편하고 어김없이 얹히고 만다. 나는 직장생활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발이 넓고 교우관계가 비교적 좋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그런데도 의외로 꽁하는 성격이 있는 것 같다. 직장동료였던 한사람과는 겉으로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것처럼 웃으며 대하지만 식사자리 만큼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만나면 서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한 뒤 정작 식사테이블을 정할 때는 슬쩍 다른 자리에 가서 식사를 한다.
그런가 하면, 같이 밥을 먹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 첫 번째가 가수 조영남이다. 그 두 번째가 한국 최초로 휴를 강의하는 김정운교수이다. 세 번째는 개그맨 김제동이다. 왜 이 세 사람과는 밥을 같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까! 세 사람의 공통점은 곱슬거리는 머리와 두터운 안경테를 쓰고 키는 나보다 작든지 비슷한 짜리몽땅하다. 또 세 사람 모두 재주가 많고 걸쭉한 입담으로 방청객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요물덩어리로 주위를 즐겁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편하게 생각되어서 일지도 모른다. 주변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 사람과는 무엇을 먹든지 어디서 먹든지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밥을 먹을 때나 먹고 난후에도 유쾌하면 그만이지! 밥이 아니라 같이 먹어줄 사람이 그립다는 말일게다. 그리움이 허기로 찾아들 때 꼭 듣고 싶은 말이 같이 밥 먹을래?”로 나타내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과 먹으면 밥 한 공기에 김치 한가지하고만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나 직장생활이 바쁘기도 하고 생활패턴이 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침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가 어렵다. 예전에 8남매의 대가족 생활에서도 식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상에서 같이 식사를 하며 자랐다. 가족이 한 밥상머리에서 아옹다옹하며 밥을 먹으며 동기간의 정이 두터워졌을 것이다. 군대에서 같이 밥 먹으며 전우애가 싹트는 것처럼 하숙생활 할 때 같이 밥 먹던 동료가 평생친구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음식을 대접하거나 함께 먹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늘어나는 현상, 즉 오찬효과( Luncheon Effect.午餐效果)가 생긴다고 한다. 오찬효과가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뭔가를 받으면 그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상호성의 원리로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았으면 어떤 식으로든 호의를 베풀려고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맛있는 음식으로 인한 유쾌한 감정이 함께 밥 먹는 사람의 제안까지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연상의 원리이다.
결국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게 되고 식사한 사람과 긍정적인 감정이 연합되어 그 사람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게 된다.
식사는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목숨을 이어가는 행위이며 인간관계의 큰 바로미터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따라서 같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친밀도를 재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단순히 먹는다는 것 이상의 뜻이 있을 수 있다. 누구와도 편안하게 밥을 먹는 사람이 되고 함께 밥 먹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삶에서 밥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밥 한번 대접 받으면 나도 대접하면 된다.
 
오늘은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겠다.
우리 같이 밥 먹을래요?"
 
 
2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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