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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기와 낯선사람    
글쓴이 : 문경자    26-06-01 22:34    조회 : 35


계산기와 낯선 사람

 

     지난 주말 서울 근교에 살고 있는 동생과 강남역 1번 출구에서 만났다. 배가 출출하여 추어탕 집을 찾아 가기로 했다. 한 번 가본 곳이라 자신만만하였다. 어릴 때부터 나보다 똑똑한 동생을 믿고 따라다녔다. 여기 저기 골목마다 들어가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폰을 열고 검색을 한 동생은 추어탕집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했다. 완전 다른 곳이라며 주인이 끊어 버렸다. 난감했다. 배도 고프고 힘도 빠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해도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추어탕집하고 말하면 검색해보세요 할 게 뻔했다. 1시간 헤매다가 지쳐 버렸다.

식사메뉴도 많은데 여기까지 와서 그 식당을 찾는 우리가 한심하기도 하다.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구수한 추어탕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여 군침이 넘어 갔다. 가을에 제일 맛있는 것은 추어탕이다. 미꾸라지 잡던 이야기를 하며 먹는 맛은 어머니 손맛보다는 못해도 한 끼 식사 정도는 괜찮았다. 골목마다 차들은 빵빵거리고 배달하는 오토바이는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내며 달린다. 사람들은 바쁘게 가고 있다. 우리는 오직 추어탕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찾아다녔다. 생각을 바꾸면 몸도 마음도 편할 텐데. 높은 빌딩을 쳐다보니 식당 이름은 없었다. 다른 식당을 찾아보았다. 겨우 찾아 지하로 들어가니 휴식시간이라 식사를 못한다고 하였다. 저녁시간에 문을 연다고 하며 다른 곳도 손님을 받지 않았다. 배는 더 고팠다. 여러 가지 광고들만 즐비하였다. 괜히 열불이 났다. 동생은 언니 우리 햄버거나 먹자.”고 하며 눈앞에 보이는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사람들도 없고 자리가 넓어 안심이 되었다. 그 안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니 계산하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햄버거 이름도 잘 모르고 맛도 모르는데 난감했다. 손으로 터치를 하니 외계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나보다 키가 큰 계산기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어떻게 하는지 보고 서있는데 동생이 직원에게 바로 주문해도 되냐 고 물어보았다. 현금은 받지 않는다며 계산기에 메뉴를 보고 주문하고 계산을 하면 된다는 말을 하였다. 동생보고 주문을 하라며 한 발짝 뒤로 서있었다. 여기저기 눌러 봐도 순서를 몰라 그냥 계속 그 안에 있는 그림과 햄버거 이름만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현금을 받고 주문을 받으면 편할 텐데 어려운 기계로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머리에 쥐가 났다. 햄버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할 수 없이 배를 채우려면 먹어야 했다.

동생도 어려운 것을 왜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손가락으로 터치를 하였다. 직원이 급하게 오더니어떻게 주문을 하실 건지 햄버거와 음료수 등을 말씀해 주세요.”라며 바짝 다가왔다. 우리는 갑자기 몸이 작아지며 모깃소리만 하게 이거요. 저거요. 콜라 2개요. 그리고 또 뭘 먹을까?” 생각했다. 답답한 직원은 어휴한숨을 쉬며 계속 질문을 하였다. 타바스코 슈림프, 티바스코 몬스터, 타바스코 더블비프, 골든 치즈렐라 와퍼, 프렌치 프라이, 치즈와프, 불고기 와퍼, 주니어 치즈와퍼 등 이름도 생소한 햄버거를 터치하니 척척 나왔다 사라졌다. 도대체 먹어 본 것도 없지만 맛을 몰라 답답하였다. 평소에 본 그림과 비슷한 것을 동생이 손가락으로 짚어 주문을 하였다.  

직원은 눈 깜짝할 사이 주문을 끝내고 카드를 넣어주세요라 고했다. 내 카드로 계산을 하는데 손이 떨렸다. 이름도 모르는 햄버거 2, 튀김 1, 콜라 2개 시켜 놓고 자리에 앉았다. “우리 오늘 진짜 웃긴다. 왜 바보가 됐냐?” “저런 기계는 왜 만들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까!”하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으로는 웃음도 나오고 계산기가 우리를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척척 누르고 계산하고 신나는 얼굴이었다. 번호가 뜨기를 기다렸다. 271 빨간 불이 들어왔다. 재빨리 가서 햄버거가 담긴 쟁반을 들고 와서 식탁에 놓았다. 그림과는 달리 볼품도 없었다, 종이를 벗겨 내고 보니 양배추가 다 흩어졌다. 숟가락으로 뜨거운 추어탕이나 한입 먹으면 기분이 좋을 거라 생각하며, 햄버거가 너무 커 한입에 베어 먹기가 어려웠다. 양배추와 살코기를 손으로 하나씩 들고 먹었다. 앞자리에 검은 테 안경을 쓴 남자가 쳐다보는 것을 알고는, 망신스러운 생각에 얼굴이 화끈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햄버거 광고를 보면, 입에 침이 고일 정도 맛있고, 배우들의 먹는 모습도 멋있었다.

    동생은 작은 것을 시켜서 예쁘게 먹었다. 나는 그 두배나 되는 햄버거를 먹는데 콜라 한 모금    마시고 먹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동생이 언니 입가에 뭔가 묻었다고 해서 웃었다. 배속은 더부룩하고 배는 부르지 않았다. 다시는 햄버거를 먹지 말자고 했다. “정말 주문하기가 왜 그렇게 어렵냐, 우리도 지금부터 배워야 하겠다는 말을 했다. 이제는 동네 식당이나 아이스크림 집이나, 카페나 다 기계로 주문과 계산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동네 아이스 크림집에 갔다. 똑같은 방식으로 주문을 하였다. 옆에 있는 학생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보니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햄버거 주문은 왜 어려운지 메뉴가 맘에 들지 않아서 그랬나 하고 생각해본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에는 꼭 주문을 해서 당당하게 계산을 하고 먹자하고 유리 문을 열고 나오는데 키가 큰 계산기는 일만 척척 잘했다. 누구든 와서 터치를 하며 알아서 계산을 하는 낯선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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