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장정옥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ebony_eye@naver.com
* 홈페이지 :
  남성의 심벌    
글쓴이 : 장정옥    15-07-28 23:42    조회 : 7,292

남성의 심벌

                                                                                                                                                             장정옥

나는 무엇일까요. 나는 남성의 몸 한가운데 달려 대롱거리고 있습니다. 나를 잡고 힘을 주거나 잡아당기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답니다. 나는 굵거나 짧으며 가늘고 길기도 합니다. 답을 알면 손을 들어주세요.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거나 입 꼬리가 올라가는 이상한 상상은 여기까지다. 그저 한번 웃자고 해본 말이니 순간 저자를 형이하학으로 여겼다면 생각을 돌려주기 바란다. 

답은 ‘넥타이’ 다. 

넥(neck)과 타이(tie)의 복합어인 넥타이는 고대 로마 병사들이 무더운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천에 물을 적셔 목에 감던 것에서 유래한다. 본격적 넥타이의 등장은 프랑스 용병이었던 크로아티아 병사들이 승리의 시가행진을 벌이며 목에 붉은 천을 둘렀는데 이것을 루이 14세가 따라하면서 부터라 한다. 후에 이들의 이름을 따 ‘크라바트(cravat)' 라 불렀으며 지금도 넥타이의 점잖은 명칭으로 쓰여 진다.

사실 넥타이의 실용성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가끔 낡은 넥타이를 허리끈으로 사용하는 것은 봤지만 넥타이가 가지는 특별한 기능은 전혀 없다. 오로지 넥타이는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크라바트가 유행하던 시절 남성, 정확히 말하면 신사들은 목에 천을 둘러야 멋쟁이로 여겼다. 여러 겹의 리본 같은 하얀 천을 겹겹이 둘렀는데, 때론 크라바트가 너무 올라와서 옆을 보려면 고개가 아닌 몸 전체를 돌릴 정도였다. 싸움이 벌어지면 크라바트가 너무 두꺼워 칼이 뚫지 못해 다행히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당시 남성에게 가해질 수 있는 가장 큰 모욕은 크라바트를 잡히는 것이다. 크라바트를 잡혔다면 오직 붉은 피 만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 뿐이었다. 요즘도 넥타이 맨 목을 잡히면 남성으로는 큰 모욕이다. 넥타이는 신사적 남성을 상징하는 바로 ‘남성의 심벌’ 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만에 넥타이를 고르자니 눈이 부셨다. 웬만한 여자 옷 고르기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무슨 색깔이 그리 요란한지. 고상한 색상을 들자 판매원이 요즘은 화려한 색상이 유행이라며 거든다. 그러면서 골라주는 넥타이가 분홍계열의 화려한 무지개색이다.

그런데 그런 남성 넥타이를 만든 사람은 알고나 있을까.

분홍 와이셔츠, 분홍 티, 분홍 바지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눈에 띄는 남성 옷이지만 서양에서 분홍색을 착용한 남성은 ‘게이’로 취급당할 수 있다. 권해주는 이 또한 모르는 눈치이다. 어쨌거나 내 취향은 아니니 내려놓고 다른 걸 집어 든다. 무게감 있는 밤색 계열이다. 그것도 별로다. 너무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권위적인 것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한참을 들여다봤지만 화려한 넥타이들 속에 색을 구분하는 것조차 점점 힘들어진다. 감색 종류로 하나를 집어 올린다. 그건 너무 식상하다. 색의 소용돌이 속에 혼란스러운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며 불빛아래 찬란한 넥타이를 주시했다.

드디어 하나가 눈에 띈다. 연두 빛 가까운 노랑 바탕에 작은 그림들이 들어있는 것이다. 나비였다. 날아가는 놈, 서 있는 놈, 날개를 접은 놈, 쫓아가고 도망가는 놈들의 군무다. 언듯 봐서는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니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분홍색을 착용하는 남성도 있는데 아무리 고지식한 사람이라도 이 정도는 맬 수 있겠지. 더구나 색감과 그림이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전천후라 기꺼이 값을 지불했다.

순간 넥타이를 받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화려한 넥타이 하나를 목에 매어주고 더 많은 노동을 독려하려는 속내를 들킨 것 같아서였다. 아마도 루이 14세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유행시킨 넥타이가 훗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의 목을 옥죄는 것이 되리라고는.

시대가 변하면 주위의 모든 것도 따라서 변화한다. 요즘 시대에 목을 조이는 답답한 넥타이는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여 넥타이 없는 자유 복장이 많아졌다. 넥타이가 자유로운 사고를 억제한다는 전문가의 이론에 반기를 들 마음은 없다. 더구나 소매를 걷어 올리고 단추를 풀어헤친 와이셔츠 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이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듯하게 매어진 넥타이는 남성 패션에 화룡정점인 것은 분명하다.

오늘도 남성은 자진하여 목을 졸라매고 집을 나섰다.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 예를 갖추어. 멋진 넥타이를 골라 준 그녀를 위해. 기꺼이 당기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며. 남성의 몸 한 가운데 달랑거리며 집중 시선을 받는다.

넥타이는 남성을 상징하는 아주 중요한 물건임은 틀림없다.


 
   

장정옥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17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92582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94789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