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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의 귀재    
글쓴이 : 백두현    16-08-25 08:30    조회 : 5,531

주식투자의 귀재

백두현/bduhyeon@hanmail.net

 

내 아내는 주식투자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귀재중의 귀재다. 왜냐하면 십 수 년 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손해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본디 주식이라는 것이 오르지 않으면 내릴 뿐이라 50%의 확률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나 사고 팔 적마다 노름판의 고리마냥 세금과 수수료를 떼어가기 마련이라 계속해서 사고 팔다보면 확률은 그 50%의 절반으로 또 줄어든다. 게다가 손 안의 홀짝게임처럼 운7기3도 아니다. 그 많은 경제상식과 자본시장의 동향, 그래프 분석능력, 그리고 남보다 앞서는 정보 취득능력까지 있어야 유리한 법이라 종합적으로 판단컨대 평범한 개인은 10%의 확률도 되지 않는 경제행위라 본다. 그런데 아내는 투자분석 기법을 배운 적도 없고 경제상식과도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어떻게 단 한 번도 손해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내는 처음 주식을 산 후 가격이 오를 적마다 즉시 수익금을 인출해 써버린다. 가령 오늘 산 주식이 올라 5만원의 수익금이 생기면 수익금만큼 피자를 사먹는다. 수익금이 좀 더 나 십만 단위가 되면 아예 애들을 데리고 나가 짜장면 파티 같은 것을 한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계속해서 주식을 더 사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며 반등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다행히 다시 주식 값이 올라 원금을 회복하면 억눌렀던 환호성을 지르고 또 수익금을 인출하러 간다.

그러나 주식이라는 것이 반드시 원금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회복불능의 주식도 사게 마련인데 아내는 자신의 주식이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떨어지기만 해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터 내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가며 들들 참깨처럼 볶기 시작한다. 그러다 내가 지치면 은밀한 제안을 한다. 날더러 그 한심한 주식을 원가에 사달라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은 나름 파격적인 제안이다.

 

제안이란 말 그대로 제안일 따름이라 맘에 들지 않으면 거부하면 그만인데 문제는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거부할 힘이 내게 없다는 것이다. 무릇 계약이라 함은 청약자(請約者)와 낙약자(諾約者)간 주고받는 것의 무게가 같아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이 청약을 나는 거부하기 힘들다. 거부하면 당장 금전적인 손해를 볼 염려는 없지만 장차 닥쳐올 재앙에 대한 미래위험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우아하게 말하자면 가정의 평화를 위한 평화유지 부담금 같은 개념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부부간 힘의 논리라기보다는 숫자로 나타내기 힘든 무형자산 같은 것인데 일종의 위험회피기법과 비슷하다.

 

그래서 매번 나는 억울하다고 느끼면서도 결국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그것이 아내만의 독특한 손실회복 방법이고 나로서는 당연히 극복해야만 하는 학기말 수행평가 같은 과제물이다. 그러면서 생각하기를 아내는 참 위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지 않는가.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고도 완벽한 손실회피기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도 대견할뿐더러 힘들이지 않고 가장 만만한 대상을 골라 미안할 겨를도 없이 손쉽게 해결하는 방식이 존경스럽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대개가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부가 곧 삶의 목표도 아니고 행복의 잣대는 절대로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삶의 질은 높이는 것은 분명해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부의 축적과 함수관계다. 최저생활을 위해 적당히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일수록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는 것.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하루 24시간 자지 않고 일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만드는 것이 나를 대신해 일할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다. 내대신 24시간 쉬지 않고 돈을 벌어주는 아바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재산이 산처럼 쌓이고 또 쌓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바타를 만들 것인가. 우선은 부지런히 돈을 모아 통장에 입금하는 방법이 첫째다. 적금통장이 내 대신 쉬지 않고 이자소득을 올릴 테니까. 그렇게 모은 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산다. 그러면 그 땅이 나의 아바타가 되어 시세차익을 올리고 건물은 365일 쉬지 않고 월세를 거둬들인다. 주식을 사면 연말에 배당금을 챙겨오고 기계를 사들여 스위치만 올리면 쉼 없이 일한다. 아바타는 파업을 모른다. 월급을 주지 않아도 일하고 또 일한다.

 

따라서 아바타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누구든 부자가 되는 지름길로 들어서려면 자신의 아바타를 보다 많이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위에 부자로 살고 싶은 노처녀들에게 충고 한 마디 하자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서둘러 결혼부터 하라! 세상의 그 많은 아바타 중에서도 남은 삶을 부자로 인도하는 가장 확실한 아바타는 바로 남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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