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스카로 가는 노르웨안 배안엔 하루 종일 안개비 나리고, 안개비에 젖은 바다만 쳐다보려고 하면 무료하여 옥상으로 올라가면 온몸이 촉촉이 젖어 온다, 이렇게 추운 줄 알았으면, 소매 긴 옷만 가져오고, 재킷도 몇 개 더 가져 올 것을 알면 편리 한 것을 생각했다, 여행을 한다고 하면서, 적어도 어디로 어떻게 가는 가를 생각 해  보지 못하고, 막연히 여행 그 자체만으로 설렘을 가지고 떠나오니, 우리가 상상 한 것은 꿈같은 환상이었다, 
   그래도 여유 있게 탁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저 먼 산의 풍광을 바라보며, 이런 여유가 어디야 하고 위로를 한다, 배안의 즐길 만한 것은 다 유로다, 그런 호사는 기대 말자, 마음에 다짐을 하고, 수영만 했다, 사우나도 찾아 갈 줄 몰라서 스퍼에 물어 보니, 여러 종류로 늘어놓으면서 어떤 것 할 것이냐 하는데 백 불이 넘는다, 그냥 나오고 안개비 내리는 속에서 밖은 차갑고 춥지만, 수영장 안에는 따뜻하여 즐길만하다, 이런 수영만 하여도 행복하였다. 모르는 것이 행복이다,    기대와 설렘이 있으니, 시행착오를 하면서 찾아다니는 것도 행복이다 싶다,  일행은 어디를 갔는지, 남편과 바다를 쳐다보니 점점 날이 개기 시작하여 온다, 밤하늘이 온통 붉게 물이 든다. 안개비가 내리었는데, 금방 하늘이 맑게 개더니, 온 하늘을 붉게 물을 들여 놓는다. 밤 9시 50분에 해지는 시각이라고 하더니, 9시가 넘으니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해가 넘어가기 위하여, 먼저 하늘을 붉게 물을 들여 놓는구나, 
  9시에 하늘이 붉은 것은 처음 본지라 우리는 연신, 플래시를 눌러 대며 참 예쁘네, 곱네, 하며 사진을 찍어 댔다, 사진 작기이신 일행이 사진 찍는 법을 간간히 가르쳐 주었다. 작가님이 하는 대로 나도 열심히 사진을 박았다.
  얼마나 고운지 저녁노을이, 우리가 살아오면서 언제 이렇게 여유 있게 노을을 보며, 제대로 감성에 젖어 보았던가 싶다. 하와이로 이민을 오고 나서 저녁놀이 지면 공연히 서러워 울어 본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게 딱히 고향이 그립다 보다는 서러워서 운 것 같다,
  누가 등 떠밀어서 이민 온 것 아니 것만, 몇 년 동안은 노을만 보면 서러워 가슴이 싸하게  바람이 불고 눈이 젖어 왔다. 한가한 사람이구먼. 할지 모르지만, 고향하면 괜히 눈물이 나는 것을 주책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책갈피 속에 넣어 둔 네잎클로버처럼, 가슴 깊은 곳에 고인 그리움을 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을 하며, 꺼내볼 고향이 있잖아 위로를 했다. 한동안 고향하면 울던 생각이 난다,
노을은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앞에 사진작가님은 무엇을 끄집어내는지 그 얼굴에 노을이 붉게 채색이 되었다, 참 잘 왔네, 이런 호강을 언제 해 볼 수 있겠어요 말한다, 언주님은 소녀같이 볼이 볼그레하여 가지고 실실 웃으며, 곰이 못 안보이네요, 얼음도 안보이고요 말한다, 남편은 눈을 감고, 무엇을 감상을 하는 건지, 두고 온 이북 고향 땅을 밟고 있는지, 무표정이다, 그가 언제  표정 짖고 살아 왔을까, 표정은 항상 감추고 살아 왔을 것을 안다, 남하 직 전 엄마를 언 땅에 묻고 왔다는데, 서럽다고 표현할 만한 손바닥 한 여유라도 있었을까, 달랑 혼자서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고 하는데, 감추지 않고 살아갈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방송에서 9시 52분에 해가 넘어 간다는 방송을 이미 들었으므로 느긋이 노을을 맘껏 감상하였다. 돈 안 드는 일인데, 이런 시간 다시 오지 않을 터, 언제 우리가 크루즈여행을 다시 올 건가 싶어, 조금이라도 그 노을을 각인하고 싶어 ,마주 앉아 눈으로 대화를 했다,
  결혼 한지 10년 안된 일행은 천생 연분 같다, 왜 진작 못 만났소. 하니, 그러게 말이요 한다. 인연이란 참 신비하다, 인연은 묵을수록 깊은 향이 나오는 것을, 그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너와 내가 부부가 됐는지, 50년이 넘어서니 그가 눈을 감고 있으면, 무얼 생각하나 알 것 같기도 하다. 많이도 싸우고, 많이도 안 산다, 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니 ,행복이 벌 것인가 싶다, 마주 앉아 있어도 편한 한 사람이 행복이지 싶다,  
   노을은 우리를 저녁 10시까지 붙들고 있었다. 홀린 듯  발갛게 물드는 하늘에 우리들 마음도 붉게 채색하기에 바빴다,
우리는 일어 설줄 모르고, 배가 움직이는 대로 붉게 물드는 하늘도 따라오고 있다, 열시 넘어도 여전히 붉게 물이 들어있는 하늘을 뒤에 두고 방으로 들어가려니, 더 함께 있어 주지 못함이 미안하여 온다, 별게 다 미안하다고 하네.  남편은 핀잔을 준다. 배 뒤로 사진작가님이 달려가므로, 나도 달려가니 달이 중천에 떠서 배를 따라 오고 있다, 바다의 달은 유난히 퍼렇다, 겨울밤이라면 처절하게 아픈 달이라고 하고 싶다, 오늘 밤 파란 하늘에 싸늘하게 떠있는 달을 보고, 배를 밀고 가던 저 물살에 달빛이 부셔지는 것이 이렇게 힘드니, 달이 서럽도록 슬퍼 보였나 보네 말하니 달은 고개를 끄덕인다, 퍼런 달이 가지 말라 하는데 그냥자리 박차고 방으로 들어오니, 잠이 안 올 것 같다.  날 두고 네가 잠 잘 잘 것 같아, 달이 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