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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정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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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    
글쓴이 : 정민디    18-05-16 11:20    조회 : 3,888

 

< 자기소개서 >

                             지금 여기 

                                                                  정민디

 유배지에서 돌아왔다. 격한 휘둘림에도 객사를 안 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아메리카에서, 미처 눈치 챌 사이 없이 젊음의 시간이 사라졌다. 내 여성 호르몬이 모두 소진됐다. 머리털 수만 개가 세월에 실려 날아가 버려 모양새 또한 심히 남루해졌다. 나를 억누르는 문화의 이질감도 참기 힘들었다. , 한 가지 불린 것이 있긴 하다. 이십오 킬로그램에 몸무게다. 천 칼로리에 육박하는 햄버거세트를 이십오 년이나 먹어 얻은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내 몸에 적용됐다. 그렇게 무겁게 돌아왔다.

 귀양살이 중 아무도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도 차츰 잊어갔다. 내가 늘 쓰던 말을 하고 싶었으나, 어쭙잖게 다른 언어가 나의 뇌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갈증과 혼동이 늘 교차되었다. 나의 정체성은 부르주아였다 프롤레타리아를 반복했다. 나의 의지와 의식과는 상관없이 단지 물리적으로 그랬던 것이다. 목마름이 심한 탈수증으로 변할 즈음 치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탈출을 감행했다.

 

 진지하게 살지 못했다.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떠다니며 어느 한 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나는 늘 산만했다. 어느 순간, 좀 진지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왜 진지하게 살지 못 했는가 나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동안 만큼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을까 하고 매달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산을 찾아 갔다. 방해 받지 않고 땀을 흘리며 올라갈수록 더 멀리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산 아래로 내려와서는 무언가 할 얘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기름진 글밭에 와 있다. 나의 탁월한 안목에 안도한다. 문우님들이 반들반들 빛이 나 보인다. 부럽다. 동정을 살핀다. 분위기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낯선 곳이라 적이 주눅이 든다. 과연 그들이 이 이방인의 엄살과 넋두리를 들어 줄 것인가! 수줍은 소녀도 아닌데 긴 낯가림은 좀 그렇다.

내 몸이 슬슬 따뜻하게 덥혀져 오는 듯해 용기를 내어본다.

여러분, 저에게도 좀 나누어 주세요. 척박한 땅에서 온 미물에게 쨍쨍한 햇볕과 풍성한 비, 그리고 비료를 나누어 주세요. 글 농사를 잘 짓고 싶습니다. 비록 그 열매가 못생기고 맛없는 수확일지라도 달게 먹겠습니다.’

 조금 진지해진 내가 참 좋다.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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