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기도
오길순
신이여, 오늘도 당신 앞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당신을 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가슴에서 잃어버린 것은 더욱 아닙니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기도할 힘을 아직 얻지 못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어느 날 힘이 불끈 솟아 몇 십 년 익숙했던 묵주를 다시 들고 일상처럼 편안히 기도 할 소망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신이여, 당신은 어디 계시기에 욥처럼 애타는 제 음성을 듣지 못하시나요? 24시간 밤새워 표절내용을 분석한 날이 365일이 넘으며 구원자 당신의 이름을 부른 것 또한 수천 만 번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미울 때도 있습니다. 세상을 사랑한 게 후회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 죄악이었기에 제게 이토록 엄청난 시련을 주시는 것입니까?
상대는 눈을 부릅뜨고 모함을 서슴지 않습니다. 천만 번 고맙다고 해도 모자를 지경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제격입니다. 한 마디 대답도 없이 침묵의 공범자들과 한 통 속으로 제 청원을 묵살하고 있습니다. 그 비웃음은 차마 부끄러워 고백하지 못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신이여, 얼마나 크게 외쳐야 당신 귀에 들릴 수 있습니까? 얼마나 더 엎드려야 당신 무릎에 앉을 수 있습니까? 이제는 기어갈 힘도 사라졌습니다. 제 서러운 굽은 등 위에 악마의 조롱소리 크게 메아리칩니다.
사랑하는 신이여, 제 어머니는 현명한 여성이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좌절할 줄 모르고 맞부딪쳤습니다. 전주이씨 효령대군파를 긍지로 사셨습니다. 가족을 성실히 부양한 어머니를 온 가족이 치료 했어도 뇌졸중 후유증인 치매가 끝내 남았습니다. 그게 <사모곡>입니다.
신이여, 님은 어디 사시기에 바름을 보고도 못 본 척 하시나이까? 어떻게 생기셨기에 음흉한 도둑들의 계략을 눈감으십니까?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가져간 이를 두둔하는 세상, 과연 올바로 된 세상인가요? 그 도둑들은 제 글을 모조리 가져다가 자신의 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이십년 동안 도둑은 제 인생을 우려먹었습니다. 제 마을도 제 집도 제 사진도 그들의 번득이는 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제 숨소리까지도 도난하려 눈을 밝힌 흔적이 많습니다. 제가 쓴 글들은 족족 그의 번득이는 레이더에 걸렸습니다. 영혼을 빼 먹으려는 독거미처럼 무서운 집착으로 60편 이상 가져갔습니다.
신이여, 한마디만 대답해 주십시오. 진실은 밝혀진다고. 아무리 세상에 도둑떼가 넘쳐도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 많다고. 그 사람들이 세상을 살려내는 위대한 선지자라고요.
사랑하는 신이여, 제 머리는 희어지고 얼굴의 주름은 깊어졌습니다. 머리가 희어지도록 글을 쓴 개 죄인가요? 얼굴이 주름 깊도록 문학을 사랑한 게 이토록 형벌을 받아야 하나요? 흑도 백으로 만들려는 사악한 악마들의 힘 앞에서 저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신이여, 사모하는 이여, 그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오로지 당신을 찬양합니다. 지금껏 못난 저를 70평생 사랑해 주신 그 깊은 은혜, 어디에 비유하겠습니까? 당신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환희가 넘칠 때도 많습니다. 끝이 창대하리라는 말씀, 늘 진실이었기에, 당신의 심판은 늘 진실만을 찾으셨기에.
알곡은 천국으로, 가라지는 유황불로 가는 판결을 저는 끝내 믿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신이여!
<<수필시대>>2018.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