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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 미켈란젤로    
글쓴이 : 오길순    19-01-11 19:52    조회 : 4,722

                                     헬로, 미켈란젤로

                                                                                         오길순  

  사모했던 이름은 스치기만 해도 보이는가. ‘헬로, 미켈란젤로 전작은 팻말이 눈에 번쩍 뜨였다. 리틀엔젤스 꼬마단원인 2학년짜리 외손녀를 기다리는 동안 어린이 대공원을 산책 중이었다. 나무그림자도 피서를 하려는 6월 오후인데 HELLO MUSEUM(어린이대공원기획전시관)에서 미켈란젤로를 만나다니. ‘당신과 마주하는 위로의 순간이라는 전시주제가 한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도 남았다. 89년 생애에 500여 편 작품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의 삶은 어떠했을까?

 

  오래 전,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에서 피에타 상을 만났을 때였다.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입에서 금방이라도 자비를 베푸소서’, 구원의 기도가 새어 나올 것 같았었다. 아들의 십자가가 서 있던 바위에 앉아서, 두 손에 못 박혀 죽은 아들을 내려다보던 성모님의 시선 속에 조각가의 음성도 새겨졌을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숨을 내 뿜을 것 같은 아들의 갈비뼈와 핏줄을 보며 제발 깨어나라신의 애통이 들릴 것만 같았었다.

 

  전람회장은 영상으로 설치된 작품도 많았다. 특히 <천지창조><최후의 심판>은 시스티나 성당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입체적인 프레스코 화를 위해 애썼을 영상미디어전시기획자들의 노고. ‘예술은 길다는 한 마디를 위해 이 여름 얼마나 진한 땀방울을 흘렸을까? 한 천재예술가가 탐미했던 남성의 육체미와 부드러운 움직임까지도 탄생시키려 했을 기획자들의 정성이 영상마다 보이는 것 같았다.

 

  미켈란젤로는 돌 안에 자고 있는 형상을 자유롭게 풀어주기 위하여 돌을 깨뜨리고 그를 깨운다.’고 말했다. 결을 따라 조각했을 뿐인데도 무생물이 생명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돌을 깨우는 일이 신의 뜻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피에타 상 옷자락에서 사각사각 비단결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었다.

 

  특히 392명 나신들의 그림인 <최후의 심판> 앞에 섰을 때였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혼탁한 세상, 정의의 상벌을 내리려는가. 이승의 죄를 발가벗겨 놓은 예술가의 발상 앞에서 옷깃이 여며졌다. 지옥 연옥 사람들이 부활승천을 위해 울리는 나팔소리는 우리네 일상사처럼 좋은 곳을 찾으려는 삶의 소망이 아닌가?

 

  청년 예수가 중심인 <최후의 심판>, 조각가의 소망은 정의로운 세상이었나 보았다. 벌거벗긴, 권선징악적 징벌이 오늘날과 다르지 않았다. 예술작품이 아내이고 그녀였으며 자식이라고 말했던 미켈란젤로. 미남 청년 카발리에를 사랑한 것 또한 스스로의 죄였을까? 카발리에에게 보낸 소네트 형식의 연서는 고통과 열정으로 엮인 사나이 슬픔이 적힌 애절한 편지 같았다.

 

  “만약 내 눈을 멀게 하는 이 지극한 아름다움이 곁에 있을 때 내 심장이 견디지 못한다면 또 그 아름다움이 멀리 있을 때, 내가 자신감과 평정을 잃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안내자와 호위자가...... 다가오면 나를 태워버리고 죽게 만드는 당신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인가.“   

 

석공의 딸로 석공과 결혼한 유모 덕분에 미켈란젤로는 일찍이 석공소를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그러기에 그의 예술혼은 유모를 향한 효성에서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조각에 사용한 끌과 망치는 유모의 젖에서 얻은 것이라던 미켈란젤로, 카발리에와의 사랑 또한 돌을 깨운 창작의 원천이었을까  

백작의 후손이었지만 노동하느니 굶어 죽는 편이 낫다고 여긴 아버지 대신 가정을 책임졌던 미켈란젤로였다. 그런 효성스런 스스로를 미천하고 늙은 짐승으로 비하시킨 조각가의 겸허 앞에서 예술가의 또 다른 위대함을 보았다. 예술은 어쩌면 겸허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소네트> 역시 심혼 속에 남은 죄의식을 용서로 씻고 새로이 거듭나고픈 고해성사 같아서 그의 신앙심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신의 피로써 저의 죄를 씻고 멸해주시며 제가 나이 들수록 당신의 피가 넘쳐흘러 항상 힘이 되고 완전한 용서를 얻도록 바라옵니다.” <<헬로, 미켈란젤로>>에서   

 

(마음의 양식 <<행복의 나라로>> 2018.3.23.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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