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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데 사시네요    
글쓴이 : 윤기정    20-08-16 02:51    조회 : 6,917

좋은 데 사시네요

윤기정

 “좋은 데 사시네요.” 양평 산다고 하면 으레 듣는 말이다. 초면인 사람도 오랜만에 만난 이도 그렇게 말한다. 간혹 부럽다’, ‘로망인데라는 말로 인사치레가 아님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겨울에 춥지 않아요?”라는 걱정도 빠지지 않는 질문 중의 하나다. “양평이 뭐가 좋아요?”라고 되물으면 대개가 공기 좋고, 경치도 좋지 않으냐?”고 답을 한다. 공기와 경치의 차례를 바꾸어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보면 순위를 따져서 말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공직생활 마감을 앞두고 아내에게 전원생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농촌 출신인 아내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전세로 살아 보고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가평군 설악에서 1년여 전세로 살아보고 나서 양평에 터를 잡아 전원생활을 계속하기로 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며 땀 흘려 집을 가꾸고 상추, 고추 등 채소를 심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흙을 만지며 뭇 생명과 교감하며 사는 게 편안했다. 쏟아질 듯 많은 별이 박힌 밤하늘이 아직 있다는 게 신기했다. 어린 시절, 순수의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행복했다. 전원생활에서 얻은 소소한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내와 집을 보러 다녔다. 교통편과 집의 향() 두 가지를 고려했다. 설악서 살던 집이 동향으로 실내에 햇빛과 볕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향의 중요성을 먼저 생각했다. 전원생활이 과거 또는 도시와의 단절이 아니니 교통도 편해야 했다. 여러 곳을 다니다 두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진 곳을 양평에서 찾았다. 전철역이 가깝고 집은 완만한 언덕 위의 남향이었다. 널찍한 골목 양편으로 마주한 십여 호가 자리 잡은작은 동네였다. 집 마당마다 큰 감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몇 십 년은 지난 마을 같았다. 오래된 동네가 주는 고즈넉함도 마음에 들었다. 흔히 말하는 전원과는 거리가 있지만, 집 뒤는 조그만 야산이고 집안에만 들어서면 동떨어진 공간이니 전원과 다를 게 없는 느낌이었다.

양평 살이 4년째다. 새로 집을 짓고 마당에는 유실수와 관상수 몇 그루를 심었다. 화단의 야생화와 화초도 자리를 잡았다. 때 되면 꽃 피고 잎 지며 계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집 꼴이 잡혔다. 텃밭도 만들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힘에 부치지 않을 정도만 갈았다. 다치거나 병이라도 나면 전원생활이 무슨 소용인가? 가끔 친구 내외를 불러서 조촐한 식사를 할 만큼 정리가 됐다. 마을 이웃들도 눈인사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 집은 향과 교통편이 좋으니 좋은 데라고 할 수 있겠다.

 양평을 좋은 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좋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양평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행복 도시 양평’, ‘맑은 행복 양평’, ‘물 맑은 양평등의 슬로건 때문일까? 서울 사람들의 주말 주택이 많다(?)는 소문 때문일까? 연예인들의 집이나 별장이 있어서일까? 모두가 좋은 데의 조건이 된다. 또 양평이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이를 잘 보존하고 있으니 환경이 좋은 곳을 찾는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투자 가치를 따져서 좋은 데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으나, 환경오염이 덜 한 데다 산 빛 곱고 강물이 맑기 때문이려니 짐작한다. 게다가 오고 싶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도시 생활을 접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망까지 더 해져서 양평이 좋은 데가 된 것 같다. 서울 주변에서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도시로 양평만한 데도 없다. 양평은 좋은 데맞다. ‘좋은 데라고 생각하여 터전을 잡았다. 지자(知者), 인자(仁者)가 아니니 요산요수(樂山樂水)의 경지는 어림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리되고 싶은 욕망까지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 터이다. 양평에 살면서부터 산책을 시작했다. 동네 고물상 허 사장이 강변길이 좋다고 일러주기에 강변으로 나가 보았다.

 덕평천을 따라 난 길을 가다 보니 왼편으로 작은 무지개다리가 걸려 있었다. 무지개다리 너머로 양근 성당이 보이고 성당 오른쪽으로는 섬을 감싸 도는 덕평천과 조금 멀리 보이는 남한강줄기, 그리고 천변의 갈대와 반쯤 물에 잠긴 나무들이 피어나는 물안개에 젖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덕평천을 따라 곧게 난 길은 강변으로 나고, 이정표에는 하늘사랑길이라 적혀 있었다. 그 길 앞을 남한강 물길이 막아서고 길은 오른쪽으로 굽었다. 물결이 잔잔하여 감호(鑑湖)라 불렀다는 강물을 왼편에 두고 걷다 보면 덕구실 육교를 만난다. 길은 양평 남산 기슭에 놓인 자전거도로와 만난다. 물과 산을 따라 걷는 이 길이 4년여의 산책 코스가 되었다.

 감호 위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넓고 푸른 하늘은 강변 풍경과 어우러져 하늘사랑길이란 이름이 아니더라도 이미 사랑하고 있다. 강변 풍경은 계절 따라, 시각에 따라 다르다. 어느 계절이든 계절 나름의 풍경이 좋다. 시각에 따른 풍경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중 정신을 아득하게 하는 풍경은 백병산 너머로 지는 석양이다. 계절 따라 백병산마루로, 기슭으로 조금씩 자리를 바꾸어 해가 넘어간다. 산마루에 걸친 붉은 노을이 눈부시다. 붉게 물든 강물이 보글거리며 빛나는 물비늘 또한 눈부시다. 저무는 것들의 눈부심에 마음을 주고 있노라면 흐르는 강물처럼 속절없는 시간이 가슴으로 들어와 흐른다.

양평은 동으로는 홍천, 남으로는 여주, 서로는 남양주와 경계하고 북으로는 유명산 정상까지 아우르는 큰 도시다. 겨우 양평읍내 지리 정도를 익히고 살고 있으니 언제쯤 다 둘러볼지 알 수 없다. 그런 형편에 양평이 다 좋은 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내 사는 곳은 내가 행복하니 좋은 데맞다. 그동안 좋은 데 사시네요.”라는 말에 뭘요”, “서울. 더 좋은 데 사시면서라는 말로 얼버무리면서 . 좋은 데 삽니다.”라고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다. 짬짬이 양평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아야겠다. ‘양평문화역사연구회에 가입하였으니 양평이 왜 좋은 곳인지 알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러 커뮤니티 활동도 하면서 사귐의 폭도 넓혀야겠다. 정말 좋은 데좋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닐까? 물 맑은 양평에 좋은 사람이 물보다 많이 넘치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산책에 나선다.

! 양평 그렇게 춥지 않아요. 청량감 있는 추위라고나 할까? 소주병 얼어 터진 곳은 양평에서도 강원도 홍천 가까운 마을이랍니다. 그곳은 강원도 날씨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데가 좋은 데입니다.

양평이야기 3201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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