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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글쓴이 : 김데보라    12-05-16 12:38    조회 : 4,492

글쓰기
 
 
피 말리는 작업이 시작 된지 210일째다. 산문·수필·수상·수감·에세이 등으로 불리는 글을 쓰고 있다. 명칭이야 어떻게 불리건 상관없다. 이 작업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 문제일 뿐……. 특별할 것도 없는 사사로운 이야기들이니 붓가듯이 쓰면 되리라, 했던 치졸한 생각을 끝내야만 했다.
 
 
수필이란 무엇인가? 그 창작의 이론과 실제를 곱씹어 본다. 전문가가 되려면 자질과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자각한 것이다. 스승인 문학 평론가 임헌영은 <사사로운 추억에서 인생 무상까지>에서 수필의 별명은 잡문이라 한다. 잡다한 이야기를 고상 떨지 말고 쓰라는 요지이다.
 
몇 번을 들어도 지당 또 지당한 말씀이지만 고개가 갸웃해진다. 잡문답게 쓰라는 그 말 뒤에 나오는 박진서의 글쓰기에 대한 10가지 행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첫째 감동 어린 글을 써라. 둘째 인간애를 기초해서 써라. 셋째 공감의 여지를 발굴하여라. 넷째 전통계승과 새로운 변모를 병행해라. 다섯째 인류의 미래를 위하라. 여섯째 감정의 소재보다는 지성적인 모색을 하라.
 
일곱째 지구촌을 독자로 삼아라. 여덟째 사회계층의 단절과 불화를 해소하는 문학을 지향하라. 아홉째 모국어 발전을 위하라. 열째 인간의 생활향상과 개선에 기여하는 문학을 지향하라.
 
 

열 가지를 두루 갖춘 세계적인 전천후 문학인이 되라는 것이 스승의 의도로 루쉰이 즐겨 쓴‘잡감문’을 쓰라는 것이다. 난감하다. 잡문답게 쉽게 쓰라는 게 어려운 게다. 실력이 있어야 글은 쉽게 나온다. 첫 줄부터 마지막까지 글의 의미를 파악해야 쉬운 수필을 쓸 수 있다.
 
 
나의 글쓰기는 갈수록 두터운 벽에 부딪쳐 갈 바를 알지 못한다. 오리무중이다. 어떤 형식에 제약받지 않는 무형식의 수필은 저절로 된 것 같은, 물 흐르는 구조여야 한다. 곰국 우려내듯이 은근히 우려낸 삶의 여유로운 맛을 살려야 한다. 까다로운 시어머니 같은 이 짓으로 골이 지끈지끈 조여오고 있다.
 
 
톡톡 튀는 맛도 없다. 은은한 감성의 멋도 없다. 박학다식하여 지성이 무르익지도 않았다. 그런 솜씨로 지구촌을 무대 삼아 붓을 휘두를 자신은 아예 없다. 독창성 결여와 잡스러운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준에 불과하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심오한 철학과 사상이 담긴 것도 아니다. 인격의 멋과 맛을 풍기는 고차원의 세계로 비상할 처지는 더 더욱 아니다.
 
 
그 뿐 만인가. 감정이 풍부한 정서와 해학이 포함된 해박한 문학 창작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니 맹물 같은 내가 어찌 글쓰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이제는 결코 뒤돌아 설 수도 없고 빼도 박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쉬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진리다.
 
 
세상사 모든 것이 정성을 요한다. 늘 먹어야 사는 우리들의 식탁도 정성들인 음식은 그 맛과 멋이 다르다. 인간관계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글쓰기 역시 지극한 정성을 바치지 아니하면 한 글자도 공감이나 감동을 줄 수 없다.
 
그저 미사여구를 나열한 수사의 장난도 필요치 아니한 영혼의 깊은 샘물을 길어 내야 한다. 차원 높은 정신노동이 필요한 것이니 그러한 댓가는 영혼을 갈고 닦아야만 가능한 게 아닌가.
 
깊이 있는 글, 향기 나는 글은 깊이와 향기 있는 생을 살아야만 진솔한 의미가 전달된다. 진한 슬픔의 감동은 경험한 자만이 쓸 수 있다. 그래야만 펄펄 살아 있는 글이 되어 타인의 인생에도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걸 게다.
 
 
이제 글을 쓰는 자로써 나는 책임감을 느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바람직한 길에 들어선 것 같다. 나만의 바른 자세를 갖고자 이 길에서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정해 본다.
 
첫째, 나를 속속들이 발가벗기고 탐색해서 인생의 의미와 보편적 인간 실상을 추구한다. 둘째, 냉철한 이성과 지성적 성찰의 진실한 마음이 담긴 체험을 쓴다. 셋째 수필전문가로써 배우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며 용기를 잃지 않는다.
 
넷째 어떤 비평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절대 기죽지 않는다. 다섯째, 갈수록 부패하는 세상 속에서 참다운 인간성 회복에 그 초점을 맞춘다.
 
많은 원칙들을 더 세울 수 있으나 우선 이 다섯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참신한 자아발굴을 통한 타인과의 공감대를 넓혀 가도록 마음의 허리끈을 질끈 동여매 본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정성과 지식을 요하는 이 작업은 내 인생을 바꾸게 될 터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니, 그 시기가 도래한 것을 감지한다. 미지의 그 세계에 대한 신비와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나는 오늘 이렇게 빈다.
 
오, 하나님! 주옥같은 삼천 잠언을 지었던 솔로몬이 아닙니까. 초목에서 바다의 생물까지 논했던 그와 같은 재능과 지혜, 능력, 현명함을 내게도 부어 주소서. 이것이 너무 과한 일이 될까요? 아니라면 도우소서!
 
 

 
 
2002년 <문학21>> 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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