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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노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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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놈과 도둑님    
글쓴이 : 노정애    12-05-16 16:51    조회 : 6,483
 
  
                                             도둑놈과도둑님

                                                                                                                    노문정(본명: 노 정 애)
  꿈을 꾼다.  집에 누군가 들어왔다.  공포가 온 몸을 점령하여  떨고 있을 때 그놈이 내 옆에 서서 비웃기라도 하는 양 웃고있다.  소리가 되지 못한 '누구세요' 를 응얼거릴 때 남편이 흔들어 깨워 겨우 꿈에서 깨어났다. 얼어붙은 심장을 두 손으로 감싸며 쥐며느리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꿈에서 깨기는 했어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시 잠드는 것이 두렵다.
  정신 분석에서 꿈은 꾸게하는 충동이나 억압된 감정인 잠재몽과, 정신의 꿈 작업에 의해 억압된 내용이 전환되거나 상징화되어 압축된 내용을 꿈으로 보여지는 현재몽으로 나누고 있다.  정신분석가들은 잠재몽의 근본원인을 분석하고 해몽가들은 현재몽을 풀이한다. 내 꿈속의 그 놈은 잠재몽에 숨어 일년에 몇 차례씩 불쑥불쑥 튀어 올라 현재몽에 나타난다. 밀어내고 싶은 기억이다.
  몇 해전 남편의 부산지점 근무로 주말 부부가 되어 지내고 있을 때다.  가을 햇살이 여름 더위만큼 뜨겁게 느껴진 그 날은 큰아이 학교에서 알뜰바자 행사가 있었다.  봉사위원으로 온종일 물건을 팔고 집에 오니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마음은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라 서둘러 저녁상을 차리게 했다.  11시쯤 더위 피해 거실에서 아이들 끼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참 단잠에 빠져 비몽사몽 꿈속을 헤맬 때 갑자기 가슴 위가 답답해져 왔다. 
  졸린 눈을 떠보니 낯선 눈동자가 내 눈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다. 내 배 위에 엉거주춤 쪼그린 자세로 한 손은 입을 막고 다른 손은 목 밑에 칼을 데려던 순간이다. "뭐야" 하며 양팔로 그놈을 힘껏 밀어버리자 발 밑 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악-------"  놈은 내 비명에 놀라 후닥닥  몸을 일으키더니 바람 같이 사라졌다.  시계을 보니 새벽 4시였다. 엄마의 비명에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112를 눌렀다.  10분이 훨씬 지난 뒤에 경찰이 도착했다.  그 시간이면 놈은 10리 밖으로 달아났을 것이다. 
  빌라형 주택 2층이었기에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잠근 장치가 고장난 뒷배란다 창을 통해 들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인상착의며 잃어버린 물건 등을 조사했다.  무엇을 잃어 버렸나 ? 카드는 있는지? 목걸이나 반지는 있는지?  하나하나 챙겨보니 참 어이가 없다.  잃어버린 것은 현금이 전부였다.  방에 깔려 있는 면 카펫의 한쪽이 질펀하다. 그쪽 세계의 속설이라던가? 배설물을 남기면 잡히지 않는다고 오줌까지 한바가지 싸고 갔다.  
  30분 후쯤 다시 경찰이 왔다.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들을 길에 세워 두었다며 나를 경찰 차에 태웠다.  등산조끼 입었다는 내 말에 배나온 할아버지며 아침운동 나온 사람들, 우유배달 아저씨까지 길거리에 서서 불쾌한 표정으로 경찰 차를 응시한다.  그놈은 없었다.
   남편에게는 멀리서 걱정만 할 것 같아 아침까지 기다린 후 전화했는데 많이 놀란 목소리였다.  잃어버린 것이 돈뿐이라는 이야기에 "내가 갈까" 툭 한마디한다. "아뇨, 일 하세요" 했더니  "베란다 창문 고치고 방범 창 설치하고 문단속 잘 하고 조심해."라며 숙제만 잔뜩 내줬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천릿길 한 걸음에 달려와 줄 것이라 믿었던 그가 오지 않은 것에 지금도 가끔 무심한 사람이라며 바가지를 긁는다. 
  그 날로 난 감옥에 갇혀 버렸다. 집을 둘러싼 모든 창에 알루미늄 샤시를 두르고 나니 철창이 따로 없다.  갇혀야 할 사람은 그 놈인데 내가 갇히고 경찰차 까지 탔으니 내가 놈이 되어 버린 듯 했다.  일주일 동안은 목이 잠겨 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으며 집 창과 현관문 잠금 장치를 두세 번씩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  몇 달 동안은 길을 걸을 때도 그놈을 보지 않을까 하여 형사라도 된 양 두리번거리며 탐색하게 되었으며  범인이 가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웃조차 의심하여 마음의 문까지 닫아버렸고 어두워지면 혼자서 집 밖 출입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의 무게로 조금씩 잊혀져가도 잠재몽 속에서 현재몽으로 뛰어 들어 가위눌림 당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두려움이 컸던 때문인 것 같다.  사건 후 주말에 남편이 와서 농담하듯 "참 대단해,  도둑놈을 다 퇴치하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나" 했을 때 모기 만한 소리로 그놈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야기하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알아. 힘들었겠다. 그래도 돈만 가져갔지 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도둑놈이 아니라 도둑님이라 해야겠다."
  2002년 한해 강력범죄는 전년의 7만 건보다 3배 이상 오른 29만 건을 넘어섰다.  절도사건은 20만 건을 넘은 지 오래다.  절도에서 훔친 물건이 소액의 현금이거나 생필품인 경우가 많고 초범이 많은 것을 보면 배고픔이 부른 생계형 범죄가 늘어서라고 풀이한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실업자 증가, 불량거래자 증가와 함께 범죄 또한 같은 선을 그리며 올라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려운 경제 사정과 무분별한 카드사용이 범죄를 부른다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등 떠민 이 사회와 우리 모두의 책임은 아닐까?
  강도 상해사건이나 흉악범 이야기처럼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 현실에 도둑놈을 도둑님이라 불러야 한다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나를 공포와 두려움에 떨게 하고 하늘조차 줄무늬로 보도록 가두어버린 놈이 꿈속에서 괴롭히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라며 다시 한번 문단속을 한다.
 
                                                                                                           <책과 인생>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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