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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킷 리스트    
글쓴이 : 곽지원    26-01-13 10:18    조회 : 569

더킷 리스트

곽지원

 

더킷 리스트에서 가장 고수하고 있는 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밥 먹지 않기.

좋은 사람과 즐겁게 식사하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기 때문이다

(월간[샘터] 253월호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인터뷰 중에서)

 

버킷 리스트는 들어봤는데, ‘더킷(Duck it) 리스트는 또 뭐지? 요즘 그의 새로운 베프인 챗gpt에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대답은, ‘죽기 전에 피해야 할 일목록이고 버킷 리스트의 반대 개념이라고 한다. 죽어도 하기 싫거나, 하면 후회할 일이라! 그는 무릎을 탁 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갱년기와 임금피크제를 겪으며, 유한한 인생과 웰 다잉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그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얘기다.

 

문제는 그의 일상의 절반 이상이 하기 싫은 일로 채워진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아내에게 화도 내고 반항도 해봤지만, 이제는 자포자기하고 아침마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최대한 미루다가 하는 화장실 청소, 회사에서 꾸역꾸역 6시까지 앉아 있기 등. 학창 시절에는 공부가 지긋지긋했고, 지금은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는 그. 웬만한 일에는 끄떡하지 않는 의연함과 기개가, 그에게는 없다.

 

그는 이 세상에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자신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직원과는 담배도 같이 피고 싶지 않다. 동문 단톡방에 글이나 링크를 올려 단잠을 깨우는 선배 때문에 아침마다 화가 난다. 싫어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보지도 않을 만큼 호불호가 분명한 그에게, 학연으로 얽힌 사이는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더 크다.

이렇게 못마땅한 사람이 많으니, 남인들 다 그를 좋아할까.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다. 자기 자신도 갑자기 개조가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하면 도둑놈 심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피하는 수밖에. 혈연과 결혼으로 묶인 사람들을 봐주기도(?) 벅찬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견디는 건 고행이다. 그는 예수가 아니다. 고행을 자청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마라. 그런 태도는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꽁꽁 옭아매게 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 깜빡, 하고 밝은 전등이 켜진다. 그래! 마음이 편한 사람만 보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 ‘눈팅만 하는 단톡방 중에서 몇 개는 조용히 나가기기능을 쓰고 싶지만, 그는 맨날 망설인다. 남의 눈치 보느라, 남의 생각이나 감정만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의 행복은 저만치 뒤에 방치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를 지키는 일에, 무슨 용기씩이나 필요할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함정에서, 그는 허우적대고 있다.

 

*이 글은 [에세이 문예 겨울 2025]에 실렸고,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happy gangster 에도 낭독본이 올라가 있습니다.

https://youtu.be/tupv0igCZU8?si=WCrtgEmu8mw-Jf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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