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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이 깊으면 노래가 되리    
글쓴이 : 오길순    26-03-17 12:21    조회 : 103

                                      그리움이 깊으면 노래가 되리

                                                                                                                                                    오길순

 쌍무지개 피던 옛집 저녁놀 지면/된서리 즈음까지 한 해 일곱 번//노을빛 천사의 나팔꽃 피고 또 피어/밤마다 그 향기 울을 넘었네//지나는 나그네들 달빛 아래 쉬라고/무궁무진 신비여, 그 고운 꽃향기//한 생애 무거운 짐 훌훌 벗으라고/밤마다 그 향기 울을 넘었나//내 마음 씻어주던 그 고운 꽃향기 /아아아, 내 사랑 다 태워() 그리 향기로우랴.

                                     「천사의 나팔꽃가사 1, 오길순

 한 이십 년 전원에서 살았다. 아침마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달아 분무하면 감나무 아래 뜨던 쌍무지개는 얼마나 환희로웠나. 내 손끝에서 쌍무지개가 피다니! 산새들 노는 마당에서 무지개를 만들고파 해 돋는 아침을 기다렸다.

 그즈음, 옆집 아줌마가 천사의 나팔꽃 (Angel's Trumpet)을 분양해 주었다. 그는 병든 부모를 홀로 부양하면서도 차마 고달프다고도 하지 않았다. 해거름이면 천사의 나팔꽃을 울타리 삼아 턱을 괸 채 앉아 있는 모습이 몹시도 쓸쓸해 보였다. 노란 꽃 무리 속에 숨은 듯 앉아 있는 그가 마치 천사처럼 여겨졌다.

 천사의 나팔꽃은 초파일 연등처럼 매달려 핀다. 물구나무선 듯 대롱대롱 매달려도 한 해 일곱 번이나 피었다. 삿갓을 깊이 눌러쓰고도 수행자처럼 고개 숙인 향기에 취해 한밤을 서성이노라면 꼭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향기가 나지?”

  “ 그러게. 무슨 향기지?”

  “ 우리 여기서 좀 쉬다 가자.”

 담 너머 고샅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수런대는 소리였다. 나는 대문을 열고 숨어 있는 꽃입니다, ‘얼굴을 감춘 겸손한 나무입니다, 말하고도 싶었다. 베드로 전서 56, 신은 겸손한 자를 높이신다는 구절처럼 지고지순 향기로운 꽃을 수필로도 쓰고 싶었다.

 퇴임 후 맨 먼저 달려온 곳이 수필 반이다. 임헌영 평론가의 수필 반에서 숨어 있던 그리움을 풀기 시작했다. 터널에서 나온 것 같은 등단의 기쁨, 그 벅차오르던 순간을 어찌 잊으랴!

 더불어 절망으로 아득할 때도 수필 앞에 앉았다. 활자를 치다 보면 어느새 망각의 강물을 헤엄치고 있었다. 홀로 서러웠던 영혼이 손끝으로 빠져나간 듯 홀가분해졌다.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수필에 매달린 것은 그 홀가분한 순간을 찾으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내 수필을 읽었다는 시인이 그 몸부림친 흔적을 발견했던가. 낚시꾼에게 낚시질을 허락한 강나루처럼 그는 곧 시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몇 년 전 고인이 되었지만,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해 준 고마운 인연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 통의 메일을 받은 것도 인연이리라. 자작 수필로 노래가 가능하다는 문학방송 메일이었다. 서툰 가사와 일정량의 수필과 소프라노 가곡 몇 곡을 녹음하여 보냈다. AI시대, 달리며 충전하는 전기차처럼 꿈꾸던 환상이 유튜브를 타고 현실이 되었다.

 처음 유튜브에서 노래가 나올 때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속옷만 입고 벼랑에 선 듯 부끄러웠다. 굳이 위안하자면 어린 아기의 눈에 비친 첫 무지개처럼 신비한 점도 있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던가. 레코드 취입을 하려다가 접었던 젊은 날이 껍질을 박차고 나온 병아리처럼 늦게나마 햇볕을 본 것도 같다.

 그동안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반 산업협회에 등록한 곡이 30여 곡 된다. 그 음원들은 멜론(Melon) 벅스, 지니 등에서 유료 제공되고 있다. 더불어 메마른 세상을 적시는 한 방울 이슬 같은 아티스트가 된다면 보람이라 여기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을 한 올 미소로 채운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다.

 가장 마음이 가는 노래는 내 마음의 호수이다. 사라진 호수가 노래로 부활한 것만 같다. 여름엔 농토로, 겨울엔 철새들의 놀이터였던 고향 마을 앞의 반 호수 무시기, 반세기 전, 금강 하굿둑이 막히지 않았다면 지금도 철새들의 오아시스로 남았으리라. 호수가 사라진 소식은 불타 버린 고향집을 보듯 망연했다.

 호수의 수문을 여는 하짓날이면 사람들은 환호했다. 겨우내 갇혔던 가난의 설움이 한꺼번에 풀리는가. 천지연보다도 웅장한 폭포수로 쏟아지는 물줄기 옆에서 통곡처럼 포효하곤 했다. 금강을 거쳐 새끼 참게들을 싣고 오가던 서해의 밀썰물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참게장을 담그던 솜씨 좋은 아낙들도 세월 따라 멀리 가 버렸다.

 고니 떼 울음소리 영영 사라졌어도/내 마음의 무시기 영원히 노래하네//금강둑 종종걸음 등굣길 이십 리/윤슬로 배웅하던 고향 호수 무시기여//물새들 풍어 춤 휘몰이 하늘 닿아/찬란한 생명 환희로운 숨결이여//눈감아도 들려오던 물새들의 찬가/서해로 흘러간 내 마음의 오아시스// , 명사산 월하천도 그보다 아름다울 리야.

 청둥오리 날갯짓은 영영 사라졌어도/내 마음의 무시기 순백으로 살아있네//숫눈길 조심조심 질러가던 겨울날/갯버들 눈부시던 실개천 상고대여//개구쟁이 썰매 타듯 바람 속을 달릴 때/내 마음 성탄 카드 환희의 주인공//눈감아도 그려지던 동화 속 그림자/반세기 전 사라진 소녀시대 풍경화//, 알프스 만년설도 그보다 눈부실 리야/그보다 눈부실 리야.

                                       「내 마음의 호수가사, 오길순

  한국산문2026.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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