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조 정 숙
드디어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이로써 내가 가진 자격증은 세 개로 늘었다. 1종 보통 운전 면허증, 2급 정교사 자격증, 그리고 미술 심리 상담사2급 자격증.
지난 일 년간 하루 다섯 시간씩 쑤시는 허리를 주물러 가며 감기는 눈을 커피로 달래며 고생한 결과는 뿌듯했다.
가족들의 축하와 딸아이의 “엄마 내년엔 또 다른 것도 해보세요” 하는 격려 아닌 격려에 ‘그럼 또 해볼까?’ 하는 욕심이 슬그머니 동하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속으론 이미 다른 계획이 서 있었다.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실행하면서 우정 사랑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깨달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으로 입원 하게 된 카터 제임 버스(모건 프리건)는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과 병실을 함께 쓰게 된다. 배경 성격 살아온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은 병실에서 티격태격하며 투병생활을 하던 중 서로에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돌아보고 정리 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남은 시간 동안 마음속에 접어둔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이었다.
에드워드 콜은 돈 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을 했다. 억만장자가 되기 위해 돈을 버는데 모든 열정을 바치느라 사생활은 거의 없었다. 사업가로 성공을 했지만 인생의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카터 제임 버스는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정비공 일을 하며 가족을 돌보고 자식을 교육시키느라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두 주인공은 죽음 앞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삶에 대해 서로 다른 후회를 안고 있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버킷 리스트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병실을 나와 길을 떠난다.
1.장엄한 광경보기 2.낯선 사람 도와주기 3.눈물 날 때까지 웃기 4.무스탕 셀비로 카레이싱 하기 5.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6.영구 문신 새기기 7.스카이 다이빙 해보기 8.로마, 홍콩 여행,피라미드,타지마할 보기 9.오토바이로 만리장성 질주 하기 10.세렝게티에서 호랑이 사냥. 그리고 화장한 재를 인스 턴트 커피 깡통에 담아 전망 좋은 곳에 두기.
광활하고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그들은 하나씩 실행에 옮기며 목록을 지워 나간다. 그리고 각각의 행선지에서 삶의 새로운 단면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기쁨을 찾는데 늦은 때란 없음을 보여주면서
두 세 종류의 옷을 바꿔 입었을 뿐 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또 다른 한해가 시작 되었다. 세월이 가는 속도와 나이는 비례한다는 말처럼 나이 앞자리 숫자가 익숙해질 만 하니까 다른 숫자가 낼름 차고 앉는다.
아이들의 육아에서 벗어난 작년부터 나는 내 나름대로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거창한 것 까지 하루 단위에서 일 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엄마랑 단 둘이 일박 이일 여행 하기. 뱃살 일 인치만 줄이기. 기타 연주무대에 서서 멋지게 기타 쳐보기. 작가란 이름 가져보기....
살다보니 이루어지는 그런 삶보다는 한 번쯤 더 노력하고 생각하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
누구나 가슴속에 꿈 하나 쯤은 품고 있다. 이 룬꿈 혹은 아직 이루지 못한 꿈 아니면 포기한 꿈. 그로 인해 슬퍼하고 좌절 하기도 한다. 먼 곳의 꿈만 바라보다가 바로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 하기도 한다.
이 나이 쯤에는 오늘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