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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같은 사람 [한국산문]    
글쓴이 : 장정옥    12-06-14 14:52    조회 : 4,474
개 같은 사람
 
 
 
 
                                                                                                            장정옥
 
TV프로그램에서 태국 미녀가 말했다. 자국에서는 ‘개 같다.’ 라고 말하면 ‘좋은 사람’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그녀는 덧붙여 말하기를 한국에서 어떤 이에게 ‘개 같다.’ 라고 말했다가 큰 낭패를 당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물론 문화적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표현은 우리에겐 낯설다. 그건 아마도 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유독 상대를 나쁘게 말하거나 비난할 때 ‘개’ 와 관련된 욕이 많아서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개’는 좋지 않은 표현을 할 때 주로 사용된다. 해를 끼치거나 비열한 사람을 ‘개자식’이라고 한다거나 일이 꼬이고 뒤엉켜 엉망진창이 되면 ‘개판’이라 투덜대기도 하고 부모 속 썩이는 사람을 ‘개망나니’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인간적 행실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에게 칭하는 ‘개 같은 놈’이란 표현은 압권이다.
사실 이런 말들은 아무데서나 볼일을 보고 낯 뜨거운 행위를 일삼는 개의 본능적 생활 습성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지만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 어디 개뿐인가. 다른 동물들은 인간과 가깝게 살지 않아서 그렇지 동물의 왕 사자도 개와 생활이 별반 다르지 않다. 수사자는 자기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 다른 수사자의 젖먹이 새끼도 물어 죽이고 심지어 잡아먹기까지 한다. 암사자들이 힘들여 먹잇감을 잡으면 냅다 달려와 새끼조차 아랑곳 하지 않고 제 뱃속만 먼저 채우는 비열한 놈이다. 그러나 아무도 ‘사자 같은 놈’하며 욕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사자 같다.’ 라고 하면 ‘멋지다.’ 라는 뜻으로 통해서 우쭐해하기까지 한다. 개로서는 대단히 억울한 노릇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또한 개는 사람들이 오만가지 불평불만을 해소하는데 자기 이름을 사용해도 침묵으로 감수하면서도 오히려 화풀이 대상으로 어느 땐 발길질까지 당한다.
 
그럼에도 개는 왜 사람에게 그토록 충직한 동물일까.
술 취해 잠이든 주인에게 불이 붙자 몸에 물을 적셔 불을 끄다 죽었다는 오수(獒樹)의 전설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개는 사람에게 언제나 헌신적이다. 완도에서는 몸이 아픈 주인과 단 둘이 살던 개가 주인이 죽어 들것에 실려 나가는 것을 보고 일주일이 넘도록 밥은 고사하고 물도 안마시며 빈 집에서 꼼짝을 안했다고 한다. 제주도 갯바위아래 비바람이 몰아쳐도 일 년이 넘도록 자기를 버리고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개가 있는가 하면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를 잊지 못해 다섯 해가 지나도록 빈 집을 떠나지 않는 개도 있다. 휠체어에 탄 주인을 보호하는 개도 있고 정신지체 주인의 언어 전달을 행동으로 돕는 개도 있다. 사실 이런 실례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데 개들의 특이한 점은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장애를 가졌거나 약자인 경우 스스로 더 충성스레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무심코 사용하는 ‘개 같은 놈’ 이란 얼마나 잘못 된 표현인가를 반증해주고 있다.
 
얼마 전 세계를 가슴 찡하게 한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떠돌이 개 두 마리가 도로를 가로지르다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쓰러지자 다른 한 마리가 쓰러진 개를 물고 도로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이었다. 동물학자들은 협동이 필요한 일부 동물들은 옳다 그르다 같은 도덕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동감과 동정이라는 감정도 있다고 주장한다. 개들도 모르는 사이는 무관심 했지만 가까운 사이 일수록 도덕적 사고와 감정의 반응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런 개들의 행동을 보면 짐승이라며 함부로 대하는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유치한지 참으로 부끄럽다. 이쯤해서 사람의 속성을 떠올리자면 그야말로 ‘개 같은 사람이 되자’ 는 캠페인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개는 사람과 가장 오래 살아 온 동물로 알려져 있다. 최초로 발견된 개의 화석은 1만2천 년 전 것으로 이스라엘 원형 집 자리(Ain Mallaha)에서 개를 안은 자세로 묻힌 여인의 유골과 함께 발굴되었다. 미국 일리노이주 리버밸리의 한 선사유적지에서도 기원전 8,500년경에 정성스럽게 매장된 네 구의 개 유골이 발견되었다. 개들을 가지런히 묻은 것으로 보아 사람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개를 다정한 친구로서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알 수 있다. 개의 학명은 ‘카니스 파밀리아리스(Carnis familiaris)’로서 ‘친근한 동물’ 또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만큼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개는 거의 모든 민족에게서 ‘충성. 수호. 고귀. 조력. 수호. 안내’의 상징으로서 나쁜 뜻보다는 좋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는 좋지 않은 뜻으로 표현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지금도 개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그러나 ‘개’를 통하여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높아 정신 의학이나 심리 치료에 그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또한 맹도견(盲導犬)이나 구조견(救助犬)등 사람을 돕는 일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제 우리는 사람의 불친절에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는 그들을 위로해야 하겠다. 그것은 사람은 듣지 못하는 타인의 마음소리를 듣고 울적한 사람들을 위로하며 슬픔을 알아채고 돕는 행동에 대한 답례이다.
개구멍은 개가 파놓은 구멍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말처럼 사람들이여 이제 더 이상 개들에게 덮어씌우기는 그만하자. 그리고 이제는 정말 개의 충직한 모습을 보고 배워 ‘개 같은 사람’ 이 더 많아지는 인간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 공허한 외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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