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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깅자야(경자)축하한다    
글쓴이 : 문경자    12-08-05 16:43    조회 : 4,985
깅자(경자)야 축하한다
                                                                                                     문경자
 
     
 
  고향에 갈 생각을 하니 첫 사랑 애인을 만나는 것 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도대체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에 5번 서울에서 출발하는 합천 행 버스는 주말인데도 몇 사람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나마도 성주에서 내리고, 고령에서 내리고 나니 버스에는 기사와 나 둘 뿐이었다.
  차창 밖을 보니 먼 산이 그림처럼 보이고 하얀 구름 사이로 어릴 때 뛰어 놀던 생각도 나고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돌아가신 어머님을 대신해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하기로 한 귀향 길은 내 마음과는 달리 조촐했다. 언젠가 꼭 한번 사드리고 싶었으나 구실을 찾지 못해 지금까지 미루어 왔는데 <<한국 산문>>으로 등단을 하게 되자 고향사람들의 축하를 많이 받아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릴 구실이 된 것이 즐거웠다. 기사는 내 맘을 알았는지 노래를 틀어 주었다.  내가 알고 있는 노래가 나와 더욱더 신이 났다.
 여고시절, 미련, 그 얼굴에 햇살을, 내게도 사랑이, 순이 생각, 눈으로 말해요, 등 계속 나오다가 진미령의 ‘민들레’ 라는 가사를 듣는 순간 ‘엄마 품이 아무리 따뜻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요. 할 수 없어요. 안녕 안~녕 안~~~녕 손을 흔들며 두둥실 떠나요.’ 하는 가사가 이날 따라 내 맘을 슬프게 만들었다.
   눈물 속에 아련히 떠 오르는 고향의 어르신들 모습도 겹쳐 온다. 어머니와 같이 살아오신 그 분들이 젊었을 때는 다 예쁘고 고운 분들이었다.
 
  작은 집 할머니는 설 명절에 색색의 물을 들여 유과를 기름에 튀겨 하얀 옷을 입혀 바구니에 담아 놓은 것을 보며 겨울 눈 속에 피어있는 매화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병희 어머니는 몸집이 큰 편인데 내가 기억하기에는 눈도 안 좋았다. 사물을 볼 때는 눈 모양이 약간 좁혀지며 눈 동자가 하얗게 보였다.
  고향에서 자랄 때는 주줏골에 있는 샘물을 길어다 먹었다. 친구들과 여름에는 찬 물을 먹기 위해 노랑색 주전자를 들고 우물가로 갔다. 산속에서 흘러 나오는 물이라 시원했다. 병희 어머니는 쪼그리고 앉아 바가지로 물을 뜨는데 앞을 약간 숙여 물동이에 물을 퍼서 담는다. 그럴 때는 저고리 속에 숨어 있는 하얀 젖 가슴이 둥실 보름달처럼 위로 붕 떠오른다. 신기해서 계속 보고 있는데 “가봐라.” 하며 눈치를 준다. 친구들과 같이 가다가 쉬기로 했다.
  드디어 물동이를 이고 오는 병희 어머니를 보고 뒤에서 살살 따라 가다가 보니 뭔가 저고리 바깥쪽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요상하게 보였다. 아까는 위로 보였고 지금은 아래 쪽에서 보이네. 신이 나서 앞을 가로 질러 가서 고개를 약간 옆으로 해서 보니 저고리가 올라간 곳에 두 개의 종이 흔들린다. 너무 신기해서 계속 볼수록 재미가 났다. 우리를 혼내다 물동이가 앞으로 쏟아져 물 벼락을 맞고 흠뻑 젖은 채로 집으로 왔다. 우리를 키운 젖줄인지도 모르고 웃던 때를 생각하면 철 없던 때가 그리워진다.
  영자 어머니는 항상 웃으며 우리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아저씨가 집에서 이발을 했는데 가죽 끈에다 면도날을 세우고 무쇠 같은 가위로 머리를 자르곤 했다. 예쁜 머리모양은 기대하기가 어렵고 기계충이라도 걸리면 평생 고생이다. 내 목 뒤에 그때 생긴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
  기사님은 합천 읍에 다 왔습니다, 하고 안내 방송을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저어 기사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하고 물었다. 책을 한 권 전해주었다. 천리 길을 데려다 준 고마운 마음에서였다.
 
   읍에서 아제를 만나서 미리 예약한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시장 골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자그마한 곳인데 방으로 되어 있고 읍에서는 이만큼 넓은 곳도 드물다고 주인은 설명을 해주었다. 아제는 시식을 해보니 맛도 좋고 어르신들이 좋아한다고도 했다. 주인은 서울에서 예약을 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으니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하여 안심하고 집으로 향했다.
 
   이튿날 아침 이장(문영식)은 동네 사람들에게 11시까지 회관으로 많이 나와 달라는 방송을 했다. 나는 웬지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회관은 바로 집 앞에 있어 아제가 갔다 오더니 “나가 보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해서 나는   뒤를 따랐다. 4살 된 아제 친손자 용수도 따라가며 “할배, 오데 가는데.” 하며 뛰어간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이구. 깅자 니가 참 고생이 많았다. 깅자야 우리 모두 축하한다. 손이라도 잡아 보자.” “아~이구 그래. 오늘 니가 한 턱 낸다고 이장이 방송을 해서 우리가 다 모였다. 책 한번 보여주라고 법석이었다. 책 표지를 넘기고 사진을 보여드리니 “그래, 니가 책에 얼굴도 나오고 너거 엄마가 얼매나 좋아 하겠노. 아휴, 정말이네.” 박수를 치며 함박꽃 같은 웃음을 주름 사이로 삼켰다. 엄마를 대하듯이 얼굴을 묻고 “고맙습니다.”하고 안겼다.
“우리 새미실에 큰 인물이 났네. 저거 아버지가 우리 자식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담임을 해서 공부도 열심히 가르치곤 했는데 그 뒤를 이어서 자아가 그래도 축하 받을 일을 했네.”
회관 앞 계단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으며 “김치” 하고 웃는 순간 기쁨을 느꼈다.
 
  이장은 “좋은 자리를 마련 해주어서 고맙다.”며 축하 인사를 했다. 이준희님은 “우리 이쁜 아가씨가 등단을 했는데 큰 박수를 보내자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외사촌 오빠(백남진)는 오토바이 타고 꽃 집에서 예쁜 꽃다발까지 만들어 와서 “깅자야. 축하한다. 정말 잘 했다.” 고 하자 어르신들은 외가 쪽에서도 와서 축하를 해주니 참 보기가 좋다며 웃었다. 문병식 오빠는 “맛있는 거 사먹고 글 잘 써라.” 하며 흰 봉투를 주었다. 문홍찬 선생은 합천 신문사에 가서 좋은 일 했다고 이야기 해야 되겠다며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나도 일어나 인사말을 했다. “좋은 자리에 많이 참석해주시고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너무 감사하고 깅자는 아직도 밥도 할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예쁘게 봐주라고 답사를 하자.” 모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책은 서울 가서 부쳐 드린다고 하니 단체 사진도 꼭 보내달라며 남자들은 소주를 한 잔 하며 아버지가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건강은 어떠냐고 안부도 전했다.
계산을 하는데 주인집 따님은 “ 축하 드려요. 저도 꼭 책을 받고 싶은데 보내주세요.”라며 영수증에 이름과 주소를 적어서 내민다. 주인은 합천에 오면 꼭 맛있는 회를 대접하겠다며 작가님이 여기에서 축하행사를 해주어서 너무 고맙다며 배웅을 해주었다.
   어르신들은 합창으로 “깅자야 축하 한다.”고 손을 흔들며 차를 타는 모습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하늘에 계시는 어머님도 잘 했다고 웃어 주는 것 같았다. 
     
       2010년 10월 한국산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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