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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머리 교육    
글쓴이 : 장은경    13-08-13 21:31    조회 : 4,445
 
                                                   밥상머리 교육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직후 공개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었다. 국어 시간이었는데 <국물 이야기>란 수필을 토론식으로 수업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갈 즈음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아침 식사를 같이 하는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3명의 아이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다시 혼자서라도 아침을 먹고 오는 사람 손을 들어 보라고 했다. 열댓 명의 아이들이 밥이나 시리얼, 빵 등으로 아침을 먹는다고 했다. 엄마들은 뒤에서 선생님의 느닷없는 질문에 다들 얼굴이 달아올랐었다.
옛 어른들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갈 때’가 내 배부른 것 보다 더 행복하다고 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라 그러했겠지만 시대가 변해도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행복한 일일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아침을 가족과 함께 먹지 못하겠지만 한 반에 3명이 손을 들었다는 것은 좀 심각한 문제라 느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소중하게 여긴 때는 아마도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매일 아침 30분 정도 함께 식사하는 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눈을 마주보는 시간이다.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도 신문 기사나 그날의 아침 뉴스로 말문을 열며 비가 올 것 같으면 우산 챙기기를 당부하고 기온이 떨어지면 따듯하게 옷 한 겹 더 입고 가라고 일러준다. 이른 아침이라 입맛이 없어하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먹여 보려고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주고 생선은 먹기 좋게 가시를 발라서 앞 접시에 놔 주는 일은 엄마인 나의 몫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모유가 부족했기에 일찍 이유식을 시작했고 혹시라도 영양 불균형이 올까봐 육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먹는 것에 초점을 맞췄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별 탈 없이 잘 커줬고 인스턴트 음식을 먹이지 않아서 그런지 된장찌개, 김치 등 어른들이 먹는 음식도 곧잘 먹었다. 매끼니 엄마 표 반찬으로 챙기다 보니 딸은 엄마가 해 주는 만두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무뚝뚝한 아들도 다정스레 말을 걸어오는 한 마디가 ‘오늘 메뉴 뭐에요?’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녁 시간은 모이기 힘들어서 아침에 닭볶음탕, 청국장 등 먹기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음식을 준비하곤 한다. 그래야 한입이라도 함께 먹을 수 있으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침식사 시간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먹는다. 우리 집 아침은 조용하고 따듯하다.
 
얼마 전 한 신문 사회면에서 <저녁이 없는 아이들>이란 기획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학원시간에 쫒긴 아이들이 빠른 시간에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길거리 음식과 편의점 삼각김밥 등으로 저녁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였다. 저마다 다른 꿈을 꾸는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 내몰려서 밤마다 비슷한 학원을 전전하며 저녁식사 시간을 잃은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가 차려주는 따듯한 밥이 아니라 3분 만에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채 익지도 않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기사를 읽으며 그런 저녁을 해결하게 만드는 일차적인 책임자가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들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입시경쟁에 내 몰린 아이들이 저녁 식사만을 잃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아이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 또 어떤 아이는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각기 다른 꿈을 꾸는 아이들이 똑 같은 틀에 맞춰져서 성장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공부가 우선시 되는 교육 현실에서 그들이 꾸는 꿈은 그야말로 꿈일 뿐인 것 같다. 배고픔 보다 우선은 학원 수업시간이고 설익은 라면을 흡입하듯 허겁지겁 삼키는 시간조차 경쟁의 연속인 현실이다. 가족과 함께 오붓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광경은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된 것 같아서 씁쓸하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맛있는 행복을 포기한 엄마들에 의해 아이들이 등 떠밀려 나오고 있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과 편의점 음식들로 그들의 꿈을 키우고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배를 채우는 아이들에게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물질적인 환경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가족이 밥을 함께 먹는 것도 정부가 주관하는 정책의 하나가 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선 2012. 02월부터 매주 수요일을 ‘밥상머리 교육의 날’로 정하고 있다. 또한 맞춤형 학부모 교육, 공모전 등을 통해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지역과 시간을 초월하여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은 유대감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임을 강조한다. 또한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소통의 시간의 중요성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국내외 명문가인 류성룡가, 케네디가, 유태인등의 밥상머리 교육의 예를 들며 식사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서 상대에 대한 예절과 배려, 자연스런 소통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 결과 어떤 교육의 효과보다 월등한 결과로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양성을 한 가문들이 되었다고 한다.
밥을 함께 먹는 다는 말은 상대와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 설 수 있는 자연스런 방법이 ‘밥 한번 먹자’다. 혹은 친근함을 표시하는 인사치레로 ‘밥 한번 먹자’는 기약 없는 약속일지라도 기분 좋은 인사다. TV광고에서 가수 이효리가 전기밥통을 끌어안고 ‘밥 한번 먹자’를 외치는 것을 보더라도 함께 밥을 먹는 일이 상대와 밥만 먹는 것이 아닌 다른 말이 필요없는 소통의 방법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미래의 꿈과 희망인 아이들은 매일 당연히 따듯하고 귀한 밥상을 상으로 받아야 한다.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하고 가족 간의 깊은 신뢰감도 더불어 나누어야 한다. 귀한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행복을 포기한 엄마들이 얻는 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과연 아이들이 살면서 엄마가 해 주는 따듯한 밥상만한 큰 상을 어디서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 밥상머리교육 실천지침 10가지* - 교육과학기술부-
 
1.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가족식사의 날’을 가진다.
2.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한다.
3. 가족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함께 정리한다.
4. TV는 끄고, 전화는 나중에 한다.
5.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다.
6. 하루 일과를 서로 나눈다.
7.‘어떻게 하면 좋을까?’ 식의 열린 질문을 던진다.
8. 부정적인 말은 피하고 공감과 칭찬을 많이 한다.
9.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경청한다.
10.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 식사가 되도록 노력한다.
 
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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