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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정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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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2)    
글쓴이 : 정민디    18-08-20 22:57    조회 : 5,684

   그는 한 번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무엇하고 사는지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내가 바람이 나도 모를 사람이다. 내 친구들은 나를 참견 안하는 남편의 성격을 무척 부러워했다. 남편이 도사급 이라며 내가 시집은 정말 잘 갔단다. 나는 그런 무 개념 도사는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하고 세상 철이 없는 그는 늘 평화스러운 비둘기의 얼굴로 저 혼자 행복해 했다. 최소한의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작년 가을, 아들 둘이 동시에 이년 여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집을 떠났다. 남편과 나만 남았다. 나는 제안을 했다. 남편 보고 이제 그만 따뜻한 나라로 훨훨 떠나보라고 했다. 내가 주는 모이만 먹고 날지도 못하는 닭 비둘기로는 이제 그만 살라고 했다. 비둘기도 훈련을 시키면 1분 동안에 1km를 날 수 있다 한다. 그러니 당신도 훈련하면 잘 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남편과 나는 결혼생활을 잠정적으로 해지 했다. 억지로 이름을 붙이자면 졸혼관계가 된 것이다. 호적까지 건드린 것은 아니다. 각자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 보기로 했다. 경제적인 문제나 여러 가지 다른 문제 일체를 당분간 의논을 않기로 했다. 나는 한국으로 친정 식구를 찾아 왔다. 남편은 평소에 늘 가고 싶었던 곳, 그리고 친구도 좀 있는 중국으로 떠났다. 우리는 매너리즘에 빠질만한 충분히 지겨운 시간을 지나왔다.

  얼마 전, 남편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비둘기 2세 아들을 찾아간 모양이다. 아들이 나에게 전화로 하는 말이, 아빠는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한다. 남편은 끝내 적응 못했던 아내의 동토에서 풀려난 것이다. 진작 내 몰아 줄 걸 하는 후회를 잠깐 했다. 하지만 비둘기의 귀소본능이 걱정이 된다.

   비둘기남편은 귀소본능을 아주 잃어버릴지, 아니면 어떤 메시지의 쪽지를 입에 물고 나타날 지 자못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20009 / 4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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