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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형 남자 B형 여자    
글쓴이 : 박병률    21-04-01 06:50    조회 : 6,292

                     A형 남자 B형 여자

 고향 친구와 산행에 나섰다. 아차산 긴고랑길을 지나서 고개를 넘자마자 친구가 잠시 쉬어가자고 했다. 벤치에 앉아 보온병을 꺼낸 다음 종이컵에 물을 따라서 커피를 탔다.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질 때 친구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어이, 자네 부인 혈액형이 뭐여?”

 “B.”

 “자네는?”

 “A.”

 “우리 부부랑 똑같네.”

 “자네 부인은 어떤가, 고분고분 혀?”

 “무슨 소리야? 커피 식어.”

 친구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커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내 말 좀 들어보소! 요즈음 집사람이 미스터트롯에 빠졌단게.”

 “사랑의 콜센타? 나도 가끔 티비를 보는데 재밌더구먼.”

 “사람이 어느 정도껏 해야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시청률이 얼마나 올랐나 궁금해서 휴대폰 검색을 하고, 좋아하는 가수 사진을 벽에 떡 붙여 놓고 재방송 프로를 보고 또 보고 한단게.”

 “코로나19로 사람들 마음이 울적한데, 사진을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기분 전환하면 좋지 않겠어? 우리 부부는 딸이 표를 예매해줘서 서울에서 하는 콘서트를 봤는데 사람이 엄청 많더군.”

 내가 거들자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말 마소! 집사람은 서울에서 콘서트 구경하고, 지방까지 콘서트 보러 또 내려갔었단게. 하루는, 밤중에 티비를 크게 틀어놓고 사랑의 콜센타를 보는겨. 옆집 방해될까 봐서 소리를 좀 줄이라고 했더니 티비도 맘대로 못 보게 한다며 화를 내는겨. 집사람은 앞뒤 안 보고 내지르는 성격이고 나는 A형이라 세심해서 그런지 이웃 신경이 쓰이더라고, 내가 큰소리를 지른 게 화근이었단게. 티비를 끄더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겨, 나가자마자 뒤따라가서 현관문을 잠가 버렸지.”

 “분위기가 싸늘했겠네.”

 “얼마쯤 있으니까 집사람이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고 하더라고, 못 들은 척했어. 그랬더니 조금 있으니까 경찰 두 사람이 온겨.”

 친구 말을 빌리면, 경찰이 문을 두드리며 열어 달래서 할 수 없이 문을 열었단다. 경찰이 문을 반쯤 열고 얼굴을 내밀기에 이 여자가요, 미스트롯에 꽃혀서 정신을 못 차려요라고 했단다. 그러자 경찰이 직업이 뭐냐고 물었단다. 그래서 삼식이요라고 말하자 아무리 그래도 밤인데 문은 열어줘야지요.’ 하더란다.

 “이 정도면 졸혼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녀?”

 친구가 분이 안 풀렸는지, 부부가 마음이 안 맞아서 각자 따로 떨어져서 산다는 일부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빗대서 하는 말 같았다. 내가 맞장구를 쳤다.

 “싸우지 않고 사는 부부가 얼마나 있겠어? 우리야말로 꽃밭에 꽃을 심을 때도 말씨름하는데. 나는 꽃씨를 뿌릴 때면 미리 도면을 그려서 채송화, 봉숭아, 튤립 등 꽃 심을 자리를 생각하는데, 집사람은 도면이 머릿속에 다 있디야. 결국 집사람 하는 대로 두 손을 들고 말지. 그러니까 A형은 꼼꼼한 편이고 B형은 화끈하며 추진력이 강하다는 생각일세.”

 이야기 끝에 혈액형별 특징이 떠올랐다.

 ‘B, 독립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 주위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개성이 강한 성향이다. A, 소심하고 세심하며 계획적이고 신중한 편이다.’

 아내가 B형이고 내가 A형인데 우리 부부 성격이랑 대체로 맞는 편이다. 혈액형 분석이 절대적은 아니라지만 우리 부부를 보면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친구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는 게 다 그런가 봐. 누가 부부싸움 했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겠어. 나도 한 번은 의견 차이로 집사람이랑 말다툼을 크게 했지. 다툼 끝에 아내가 말없이 핑 나가더라고. 걱정은 됐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말리지 않았어. 아내 뒷모습을 볼 때 시원했는데 왠지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해서 휴대폰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단게. 내 마음이 통했는지 해 질 무렵 아내한테 전화가 왔는데 시골 언니 집에서 며칠 쉬었다 오겠대. 나는 말없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만 듣고 있었어. 전화를 끊고 3일째 되는 날 처형이 맛있는 것 사 줄 테니까 바람 쐬러 내려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못 이긴 척 차 가지고 내려가서 아내를 모시고 왔네. 많이 쉬었은게 어서 내려가세.”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한마디 했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세. A형과 B형의 차이 아니겠어?”

 라고 하자 친구가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런가?”

 

                                                                      한국산문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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