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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명 : 박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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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 속으로 (시에 겨울호)    
글쓴이 : 박경임    24-12-14 11:31    조회 : 1,433


                                                태양 속으로

 

                                                                                                            박경임

 

 ‘나의 작품은 자발적인 고백이며, 이기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에드바르 뭉크의 작품을 보면서 그의 말이 계속 되뇌어졌다. 그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가족이 하나 둘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겪으며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하지만 그는 그 고통을 그림으로 풀어내며 많은 예술작품을 남겼다.

 그의 그림은 19세기를 살아 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현대 우리들의 감성에 더 가까워서 오늘날 더 많은 사람이 뭉크의 그림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그는 시대에 너무 앞서가는 생각으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 아는 그의 그림 <절규>에 미친 사람이 그렸다는 글씨를 작게 새겨놓은 것을 보면 그는 사람들의 평판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살았나 보다.

친구들과 산책하던 중 어머니와 누나의 묘가 가까이 있는 부근에서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보고 자연의 거대한 움직임에 무서움마저 느껴 귀를 틀어막은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는 <절규>. 나는 이제껏 내면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알고 있었으니 우스운 일이다실제로 본 절규는 생각보다 작은 그림이었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것을 보았는데 이번에 전시된 것은 부드러운 색이어서 처음 사진으로 보았을 때의 감흥은 없었다.그렇더라도 <절규>는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처럼 동질감을 가지게 해서 좋아하는 그림이다. 아들의 프로필에서 그 그림을 보고 아들의 고뇌가 크구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다.

  <생의 프리즈>라는 시리즈로 엮어진 이번 전시회는 이별, 질투, 우울, (죽음)의 테마로 이루어졌다. <>성적 행위에서 인간의 무능과 환상적 사랑이 끝나고 난 후의 중간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키스>에서 함께함이란 개인성을 희생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며 일시적인 것이다.’라는 그의 생각을 읽으며 합일의 순간에도 흠뻑 빠지지 못하고 외로웠던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다. 키스하는 남녀보다 유리창 너머 풍경이 더 돋보이게 그려진 그림이었다여성에게는 이별이 해방이지만, 남자는 상처받은 채 남겨진다는 말은 19세기 남성우위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고 현대 여성들이 인정할 만한 말인데 그는 여성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나 보다. 여자의 긴 머리칼을 성적매력으로 인식한 그의 그림에는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남자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작품이 많았다. 여자에게 보호받고 싶어 한 그의 심정이 보였다.연인들과 매끄럽지 못했던 그의 연애사가 안타까웠는데 결혼을 종용하던 연인의 총기사고로 왼쪽중지가 날아가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붓을 빼고 직접 손으로 채색하며 그림에 열중한 그는 <나는 내 그림 이외엔 자식이 없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총기사고 이후의 초상화에는 왼손을 가리거나 등 뒤로 숨긴 그림이 많았다.

 고통은 무릇 모든 예술 활동의 근원이 되어주니 다행이다. 고통이 없으면 예술도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다만 고통을 고통으로 치부하지 않고 뭉크처럼 노력한다면 말이다.나 역시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글쓰기에 매달리고 있으니 예술이라 이름 붙여도 될지.뭉크는 원판에 색을 바꾸어가며 새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특별한 방법으로 판화작업을 했다같은 그림인데 색깔에 따라 다른 감정이 표현되고 있어 신기했다.

 그의 많은 초상화는 변해가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검은 그림자와 어두운 색채의 초기 초상화가 말년으로 갈수록 색이 밝아지고 가벼워졌다. 스스로 병을 인정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유의 과정을 겪으며 새로운 세상을 그렸다. 치료 후에는 잘린 팔뚝을 그려 넣기도 했던 어두운 초상화에서 벗어나 초록의 그림자가 날아다니는 아주 경쾌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자발적 고백에서 시작된 그의 그림들이 상처받은 많은 현대인에게 공감과 치유를 안겨주고 있었다. 그는 어둡고 힘든 시간을 견디며 장수하였고 예술가로는 드물게 생전에 부도 이루었다. 그의 그림을 돌아보며 나도 그가 말년에 그린, 빛나는 <태양> 같은 삶이 되기를 희망하며 전시장을 나왔다. 아들의 프로필을 뭉크의 <태양>으로 바꾸라고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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