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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밥과 와인    
글쓴이 : 문경자    26-05-24 18:35    조회 : 52


배추밥과 와인

 

    새해는 제일 좋아하는 밥을 많이 먹어도 날씬하면 좋겠다. 한 두 방울 밖에 못 먹는 술을 두 잔정도 마실 수가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202211일 아침 전화기 카톡 방에 빨간 동그라미 속 숫자가 일렬로 줄을 섰다. 차례차례 열어보니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이 팡팡 터지는 새해, 호랑이 기운이 넘치는 새해, 소망하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 지시 길 등등 기쁨과 행복과 웃음을 주었다. 메시지가 가득 찬 새해맞이는 좋은 기운을 주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도 꿋꿋하게 힘차게 새해를 맞이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가족과 친척, 친구들과 이웃들 모든 분들께 서로 감사함과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따듯한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날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 앞에서 오순도순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막 웃어보고 싶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새해 초 하루 할 일이 없어 심심하였다. 유튜브에 노래를 찾아 조용필의 친구를 듣다가, 시집을 읽다가, 달콤한 믹스커피를 마시다가, 글을 쓰다가, 귤을 까먹다가, 동네 한바퀴 재방송을 보다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가, 까붕이 사료를 주다가, 화분에 물을 주고 하는 일들은 재미가 없었다. 시계는 낮 12시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분이가 배추밥을 해준다며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1시에 맞추어 와인을 한 병 들고 집을 나섰다. 동네 골목에는 사람들 발길이 뜸하고 자동차들도 다 서있다. 마른 나뭇잎들도 길옆 한 구석에 몰려 있고, 그 위를 고양이가 지나간다. 새해가 삭막하다. 마스크를 써도 찬바람이 스며든다. 그래도 얼굴을 반쯤 가렸으니 다행이다. 코로나 때문에 모임도 못하고 이렇게 만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집 앞에 도착하니 선이가 들어 가려는 참이었다. 함께 집안에 들어서니 반가워했다. 분이에게 와인을 주었다. 오늘 좋은 날이라 한잔 마셔야 되겠네 하며 웃었다. 조금 있다가 숙이가 왔다. 우리는 서울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다. 지금까지 만남을 잘 이어오고 있다. 오랜만이라며 서로 손을 맞잡고 눈만 쳐다보았다. 반가움에 웃는건지 우는건지 구별이 잘 되지 않았다. 3차까지 예방 접종 확인하고 마스크를 벗었다. 이렇게 눈, , 입을 다 볼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그동안의 이야기가 폭포수 같이 쏟아졌다. 음식 솜씨가 좋은 분이가 준비한 특식의 밥상을 차렸다. 우리는 달달한 맛을 느끼며 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물어보니, 옛날 엄마가 해주는 무밥을 생각하면 배추밥을 하는 것이 쉽다고 하였다. 손이 큰 분이는 비빔 용 그릇에 배추밥을 많이 퍼주었다. 양념장에 비벼 먹으니 생전 처음 먹어본 배추밥은 꿀맛이었다. 파김치, 배추김치, 동치미, 멸치볶음, 돼지껍데기 볶음, 우엉조림, 날고구마, 배추, 배추 부침개 등 푸짐한 상차림에 배가 불렀다. 나물밥 종류에는 곤드레밥, 시래기밥, 취나물밥, 콩나물밥, 쑥밥 등이 있지만 정성으로 지어준 분이표 배추밥 맛이 최고였다.

   이어서 새해 축하로 와인을 마시자고 했다. 와인 따개가 없었다. 난감했다. 송곳, 드라이버, 과도, 부엌칼자루, 긴 쇄 막대기 등을 이용하여 마개를 따기 시작했다.  분이가 있는 힘을 다해서 계속 리듬을 맞추며 두들겼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와인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조금 밀려 내려간 마개는 와인에 젖어서 더 이상 내려 가지 않았다. 여러 도구를 번갈아 가며 쓰는 기술은 대단하였다. 얼굴에 땀이 나고, 손에도 열이 난다고 했다. 우리는 쳐다보면서 웃기만 하였다. 과도로 결국은 과일껍질을 밀어 내듯이 마개를 밀어 넣었다. 갑자기 마개가 병속으로 뛰어내렸다. 순간 박수를 치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성공이다. 와인을 잔에 따르고 우리의 만남을 위하여하고 외쳤다. 술술 잘 넘어갔다. 똑같이 나누어 마시다 보니 반잔으로 세번 먹었다. 소주, 맥주, 막걸리도 먹어 봤지만 내 몸에 맞는 술은 와인과 양주였다. 사람들은 술이 센 편이라며 웃을 때도 있었다. 와인 안주에 돼지 껍데기 볶음을 맛있게 먹고, 배추에 된장을 찍어 먹고, 날고구마도 맛있었다. 배추부침도 쭉 찢어서 먹어야 제 맛이 난다고 했다. 서로 쳐다보니 얼굴이 볼그레했다. 다 예뻤다

저녁을 해준다며 호박죽을 끓였다. 드르륵 갈고 저어서 뚝딱 만들어 내는 솜씨는 여느 주방장보다 잘 한다. 큰 그릇에 호박죽을 퍼주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그 맛이었다. 동치미 국물 맛과 잘 어울렸다. 배는 부르고 입맛은 당기고, 모두 배를 만져보며 서로 배부르다고 자랑이다. 큰 쟁반에 매실차, 사과, , 삶은 고구마를 내놓았다. 우리는 이제 그만 먹는다고 손사례를 쳤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맘은 우주보다 넓다. 숙이는 배위에 뜨거운 팩을 올리고, 선이는 어깨 허리 운동기구를 사용했다. 그래도 배가 꺼지지 않고, 거실을 왔다 갔다 해도 별효과는 없었다. 분이는 배가 부르다며 아예 따듯한 거실바닥에 누웠다. 밥을 해준다고 힘들었을 텐데 아무 내색도 없이 그저 웃었다. 나는 두 팔을 위로 쭉 폈다. 몸은 시원하지만 배는 그대로였다. 집에 가야 해결이 날 것 같다. 새해 첫날은 배부르고 따스했다.   

    동네서 함께 지내다 보니 가족들도 서로 다 알고 아이들도 어릴 때 같이 놀기도 했다. 누구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사이라 먼 친척들보다 더 가깝다. 편안하고 이물없이 지내는 것도 도시 살이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잘 사는 게 제일인 것 같다. 별미를 만들어 준 분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배추밥을 해먹으려고 배추를 사가지고 왔다. 그 맛을 낼 수가 있을 지 걱정이 되어 다시 문자로 보내 달라고 했다. 문자내용을 보면 배추는 조금 잘게 썰어 넣고, 물은 무밥을 할 때보다 조금 덜 넣고, 물조절을 잘해야 맛있는 배추 밥이 된다고 거듭 알려주었다. 검색을 하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서로 주고받는 문자가 정겹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따듯한 겨울 밤 이불을 당기며 친구들 생각에 입가 미소가 봄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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