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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말하고 싶은 날( 미주 문협 봄호25)    
글쓴이 : 국화리    25-03-27 04:04    조회 : 1,280




                                                                              사랑을 말하고 싶은 날. 
                                              
                                                                                                                                                                               국화리

   글벗 세 여인이 비숍 단풍 여행 (캘리포니아 북부)을 가고 있었다. 목적지 중간지점인 모하비사막 공원 근처에서 가이드가 LA에서 주문한 점심 도시락을 나누어 주었다.  단풍여행으로 가슴이 들떠있는 우리들에게 음식은 심심했다. 
  나는 2년 넘게 숙성된 내 이야기를 살며시 뿌렸다. 내 스토리의 끝부분이 풀려나가자 두 친구는 한 목소리로 넷플릭스 영화의 스토리를 꺼냈다. <거짓 사랑 Deceitful Love>( 2024년도)이다. 이탈리아 영화로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영화는 주인공 이혼녀와 남성판 신데렐라의 사랑에서 출발했다. 여자는 연하남의 거짓 사랑을 어떻게 풀어 나갔을까.

   단풍 관광에서 돌아와서는 영화가 보고 싶어 컴퓨터부터 열었다. 맴머스 호수가에 노란 숲속을 거닐며 여주인공을 생각했다. 저녁노을을 닮은 그녀는 어떤 캐릭터를 가진 여자일까.
   여자는 육순의 이혼녀로 작은 아들과 호텔에서 살았다. 부친의 유산인 호텔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 있다. 여자는 호텔 테라스에 서서 지평선도 없는 청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달랬던 것이리라.
   한날, 그녀는 야성의 구릿빛 남성이 옷을 벗어 던져버리고 알몸으로 바다 품으로 안기는 것을 보았다. 여자는 어지럽게 흔들렸고 그남자의 영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운명의  여신은 그들에게 만남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었고 그들은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둘의 우연한 만남은 사연을 만들며 그는 호텔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가 그 호텔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보트에 사는 남자는 마음이 산처럼 부풀었다. 남자의 첫 키스로 시작하며 그들은 육체로 깊어졌다. 그들은 관계를 지속했고 남자는 여자를 잡기위해 집착했다. 
  영화를 보며 나는 좀 지루해졌다. 성적인 장면이 많은 것도 거슬렸고 스토리는 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연상의 여인이 연하남에게 빠져들었다는 널려있는 스토리는 나와 같았지만 나와 그녀의 사랑법은 달랐다. 여자가 그 사랑을 얻기위해서 건너야 할 강이 깊었고 애초로웠다. 부유한 이혼녀가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사랑을 찾는 길을 택한 것은 잘 한일이다. 거짓사랑이었던 연하남의 마음이 변화되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나의 사연은 탁구에서 만난 코치와의 인연이였다. 코비드가 기세를 부리던 2021년초 였지만 마스크를 쓰고 운동은 할 수가 있었다. 나는 LA에 살던 집을 팔면서  시작된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이 힘들었다.인간적 갈등으로 내가 무너져 내릴때 나는 탁구장에서 들리는 핑퐁소리에 끌렸다. 10년 전에 쳤던 탁구를 생각했다. 공을 때리며 빠르게 움직이면서 땀을 쏟으면 기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탁구 코치를 소개받았을 때 그는 나의 눈을 한눈에 잡았다. 메달리스트로 보이는 실력과 싱싱한 에너지도 넘쳤다. 나의 병은 이미 반은 치료된 기분이었다. 일주일의 한번의 개인지도 시간은  짧았다. 내 시간이 끝나고 뒤에 공백이 있으면 나는 계속해서 그와 공을 쳤다. 호흡이 잘 맞는 코치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탁구는 시들어가던 내 몸구석 구석에 산소를 공급했다. 나날이 나는 젊어지고 있었다.    운동하다 틈새에 그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 한의원에서 몇분거리에 있는 말비스타에서 자랐고 그의 부모는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단다. 그곳에 며칠 전에 다녀왔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끝내고 코치를 20여 년 하고 있다고 했다. 내 큰딸보다 3살 많은 그는 3번 이혼했고 아이는 없었다. 다정한 성품에 남성적 에너지에 빠지지 않을 여자가 있을까. 나는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탁구 코치에게 너그러웠다. 그가 탁구대회에 나가서 몇 주 빠져도 레슨비를 다달이 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몇 달 치고 그만두거나 레슨시간도 가끔 취소했지만, 나는 시간을 잘 지키는 열성 학생이 있었다. 그는 고마워했고 자기가 오랫동안 코치를 하는 탁구장에서 치자고 했다. 식사도 같이 하자고 했지만 나는 미소만 지었다. 한국인이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잡음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개인지도가 끝나면 나는 급한 사람처럼 가방을 꾸려서 빠져나왔다. 

  우리 둘이 탁구할 때는 그의 개인기를 보여주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탁구치는 시간만은 탁구로 대화를 주고 받는 환상의 커풀로 보냈다. 시간은 2년을 훌쩍 넘겼다.
  어느 날부터 나는 그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그를 만나서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실비치도 거닐었다.  연습이 끝나면 탁구장에서 5분 거리인 내집으로 오게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저녁도 함께 먹고 와인도 한잔하면서 붉어졌다. 영화의 남자는 여자의 호텔에 들어서자 입마춤 부터 하지 안했던가. 그의 눈빛이 깊어지며 포옹을 시작하자 나는 참았던 숨을 쉬며 잠에서 깼다. 나는 멍청하게 누워있었다.  내가 무너질까 겁을 내지 않았던가. 영화 주인공처럼 나는 호텔은 없지만 일도하고 여유도 좀 있는 이혼녀라는 것을 그도 안다. 영화의 연하남처럼 그는 거짓 사랑으로 나를 대 할 수도 있다. 나의 주름살 잡힌 얼굴과 흐늘한 뱃살의 모습이 들어오자 나의 정신은 가을 하늘 처럼 맑아졌다.
   그와 만남의 시작도 안 했으니 나는 결정하는 것도 쉬었다. 바쁜 일로 산타모니카에서 지내므로 탁구하기는 힘들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 이후로 나는 탁구장에 가지 않았고 코치를 만난 적이 없다. 후에야 그가 가졌을 배신감을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와 탁구하며 함께 웃던 시간이 남아있어 좋다. 오늘처럼 가을바람이 스며들 때는 그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모니카, 우리 탁구 칠까요. 당신의 화요일, 저녁 7시는 비어 있어요“
그리움을 담아 그도 내 생각을 했겠지. 나의 착각이라 한들 중요하지 않다.

  사랑에 빠지는 마음은 흔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때때로 찾아온다. 자유로운 신세대는 사랑을 쉽게 잡겠지만, 나처럼 구세대 여인의 사랑 방식은 욕망을 억제하고 가슴에 담고 산다. 나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마지막 인생을 걸며 모험을 하지 못했다. 아들 같은 연인을 가족 파티에 소개하는 주인공 같은 한국 여자가 있을까. 서양인과 동양인의 문화차이이다. 
  나는 그와 공으로 2년의 데이트를 했다.  아직 아쉬움이 남아 지울 수가 없었을까. 올해가 가면 그를 못본지 2년이 된다. 
단풍 깊은 날,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향기로 차오른다.

2024, 단풍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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