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문학회 >  회원작품 >> 

* 작가명 : 문경자
* 작가소개/경력


* 이메일 : moon3727@naver.com
* 홈페이지 :
  나 홀로 식사    
글쓴이 : 문경자    25-08-09 00:11    조회 : 924


나 홀로 식사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밥을 먹어야 한다. 그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 차라리 혼자 먹는 밥이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신경을 쓰지 않고 나만의 공간에서 먹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도 없지 않다. 사회생활에서 비정상적이거나 인간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오죽하면 밥 먹을 친구 하나 없을까! 저 나이에 세상 잘못 살았어! 하며 남의 눈에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다. “혼자 왔어요?” 식당아주머니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한마디에 주눅이 들어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엉덩이에 닿는 부분이 가시방석 같았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주문을 받지 않았다. “여기도 주문 좀 받아요했다. “뭘 주문 할꺼예요”? 하고 물어보았다. 식당아주머니는 내가 시킨 된장찌개와 잡곡밥을 가지고 왔다. 여자가 혼자 궁상스럽게 먹는 모습이 남 보기에 썩 좋게 보일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도 혼자 먹는 모습이 그렇지만. 한끼 밥을 먹는 것은 생명을 이어가는 행위일 뿐인데 밥 먹는 일이 남을 의식할 일은 아닌데 말이다.

 

시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첫 아이를 가지고 한참 입덧을 할 시기였다. 밥을 먹어도 왜 그렇게 배가 고픈지 모를 일이었다. 그날따라 식구들이 모두 들일을 나갔다. 솥 안에 넣어둔 밥 생각에 나는 입가 웃음이 피었다. 시어머님이 아껴 둔 참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고 맛있게 비볐다. 고소한 냄새가 부엌 안에 진동을 하였다. 숨도 쉴 틈 없이 계속 정신없이 먹었다. 혼자 몰래 먹는 밥은 도둑 밥 같이 빨리 먹었다. 참기름 냄새가 없어지기를 바랬다.

 

 한번은 늦게 들어온 남편 때문에 크게 다투었다. 왜 늦었는지! 따져 보아도 대

답은 하지 않고 코를 골면서 잠만 자고 있었다. 평소에도 말이 없는 사람이라

답답하여 속에 천불이 났다. 여태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린 보람도 없이 내 머리

속을 뒤집어 놓았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열무김치를 꺼내 참기름, 고추장을 넣

고 성질대로 밥을 비비면서 화풀이를 했다. 앉아 먹는 밥이 아니라 서서 먹었다.

잠을 자고 있던 남편이 구수한 냄새가 뭐지하는 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밥

그릇을 놓쳐 버릴 뻔했다. 남편에게 눈을 흘기면서 계속 혼자 먹었다. 맛있다!

고소하다! 온갖 말을 속으로 곱씹어 보았다.

 

심지어는 이런 일도 있었다. 오랫동안 펜팔을 주고받았던 남자 친구가 소식이 뜸하였다. 혹시 마음이 변했을까 하는 짐작을 해보기도 했다. 어느 날 우체부아저씨가 분홍색 편지를 전해주었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뜯어 부모 몰래 숨을 죽여 가며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정성이 가득 담긴 사연을 보니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얼굴이 뜨거워졌다. 바다가 있는 곳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바다야! 어디면 어때 그냥 좋은 거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부모님이 눈치를 챌까 두려워 웃지 못하고 속만 태웠다. 그런 날이 다시 올 수는 없지만 생각하면 우습다. 생전처음으로 부산까지 가서 남자를 만난다는 기대에 설레었다. 고속버스를 타고 밖을 내다보니 화사한 봄 꽃들이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은 내 마음과 같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핑크색 블라우스에 연두색 스커트를 입었다. 내가 보아도 봄 색상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동생은 아직도 그 때 모습을 기억하면서 언니 정말 멋쟁이 아가씨였다.” 라는 말을 하곤 한다. 너무 촌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을까!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인 한식집으로 갔다. 식당안에 들어서자 비릿한 냄새가 났다.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숙녀를 만나는 장소 치고는 너무 초라하고 볼품이 없었다.

식당 안을 둘러 보아도 나를 기다리는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힘없이 빨간 식탁 앞에 앉았다. 내 옆 자리에는 시커먼 얼굴의 남자는 혼자서 초라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식당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돌렸다. 얼굴이 곱상한 남자가 검정 티셔츠를 입고 들어오면서 신문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왔다. 나는 미소를 보냈다. 첫 인상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웃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나는 눈을 얼른 돌렸다.    

사진으로 본 그 얼굴이었다. 실물이 더 못 생겨 보였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바지는 먼지를 쓸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자세로 보아 불량 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처음 만나는 숙녀 앞에서 하는 말 아가씨. 뭘 먹을까요?” 하고는 맘대로 시켰다. 아무래도 내가 맘에 안 든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눈치였다. 속으로 뭔가 확 올라오는 것을 꾹 참았다. 밥을 앞에 놓고 그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한답시고 내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만날 일이 없겠네요. 조심해 가세요?” 하는 말이 끝나자 혼자 식당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들어올 때 눈치는 챘지만 예감이 맞았다. 차라리 잘 됐지 뭐야! 미역국을 보니 멀건 국물이 흙탕물 같았다. 빈 공간에 홀로 남아 먹는 밥은 사랑의 쓴 맛이었다.

 

혼자 먹는 밥은 싱겁다. 남들은 혼자 먹어도 예쁘게 상을 차려 먹는다지만 게으름이 많은 나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렸다. 평생을 먹어도 질리지 않은 김치를 식탁에 올려 놓았다. 혼자 앉아 먹는 밥은 참 씁쓸하다. 밥을 씹는 소리,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딸그락 소리만 더 크게 들렸다. 밥 한 숟가락 먹으면서 별별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음악을 듣는다. 책을 본다. 텔레비전을 켠다. 모든 것이 다 시시하였다. 사는 재미도 혼자는 멋이 없어.

이러니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은 얼마나 고충이 클까 그날이 그날이라. 자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돌보아 드릴 수도 없으니 누구를 원망 할 마음조차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스스로 감당을 해야 한다. 앞으로 100세 인구가 늘어만 가는데.

 

혼자 밥을 먹는 일뿐만 아니다. 영화관람, 전시회 가기, 스포츠 등 혼자 즐기는 사람도 늘어 나는 추세다. 1인가구수가 늘어나고 핵가족으로 변해 가는 세상인데 먹는 일도 함께 보다는 각자 해결을 해야 하는 세상이다. 우리 가족들도 때를 맞추어 함께 밥을 먹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아들도 휴대폰을 밥그릇 옆에 두고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러니 혼자 밥을 먹어도 외롭거나 쓸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는 1인용 탁자만 놓여 있는 식당이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온 세계를 지배하는 때가 왔다. 혼자서 각자의 생활을 하며 격리되기도 하고 부모, 형제, 이웃집 친척들이 죽어도 장례식장에 갈 수도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세상에 살아남기를 모두 조심하며 지내는 일상이 되었다.   

 

밥을 먹다가 신문기사를 훑어보았다. 어느 회사 재벌이라는 남자가 양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디로 끌려가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곳에서 혼자 먹는 밥은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를까! 밥을 어디서 먹는가에 따라서 단맛 쓴맛을 느끼게 한다.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문경자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4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 글쓰기 버튼이 보이지 않을 때(회원등급 … 사이버문학부 11-26 101321
공지 ★(공지) 발표된 작품만 올리세요. 사이버문학부 08-01 103482
 
 1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