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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은 슬프다    
글쓴이 : 박경임    25-06-16 14:05    조회 : 654

가난은 슬프다

 

박경임

 

낡은 1톤 트럭이 아파트 입구를 빠져나오고 있다. 앞 유리창에 주차위반 스티커가 가장자리는 조금 뜯겨진 채 붙어있다. 아파트 주민이 아닌데 주차했다가 경비원이 붙인 스티커를 떼려다 다 못 떼고 나오는 모습이다. 그나마 주차위반 범칙금은 없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트럭 기사도 그렇게 위안하며 출근을 서둘렀을지도 모른다.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는 진입이 원천봉쇄되어있지만, 우리 아파트 같은 경우는 경비원이 순찰을 돌거나 재활용품 걷는 날이면 아예 차단봉을 올려놓아서 진입이 쉽다. 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가끔 주차하는 경우 고급 자가용은 얄미운 생각도 들었지만, 저렇게 작은 트럭 같은 경우는 매일 주차하는 경우가 아니면 조금 눈감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생업을 위해 꼭 필요한 자동차인데 열악한 환경에 살아서 주차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을 테니 말이다.

 

나도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에는 주차공간을 못 찾아 1년에 서너 번씩 주차위반 딱지를 떼곤 했다. <거주자우선주차> 공간 배정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 시설공단에 신청하고 6개월 이상 기다려도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았다. 주차위반 한번 과태료밖에 안 되는 월 4만 원으로 주차면을 얻었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눈, 비 오는 대로 다 맞아야 하고 지나는 사람이 긁어놓거나 술 먹고 차 바퀴에 토해놓는 등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일반 유료주차장은 월 10만 원 이상이니 서민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금액이다. 주차할 자리를 찾아 저녁마다 헤맬 생각을 하면 싸지만, 누구나 자신은 걸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선뜻 유료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다. 요즘엔 그마저도 자리가 없고 주택에서 먼 경우도 많다. 가난하면 추가 생활비가 더 많이 든다. 자동차 경우를 보더라도 주차공간 없으니 주차비 따로 내야 하거나 주차위반 과태료 내면서 불안해야 한다. 또한, 눈비 맞으며 세워놓으니 금방 더러워져서 세차비도 많이 든다.

 

지금도 연탄을 때는 산동네 열악한 주택이 있다. 연탄불을 안 꺼뜨리고 살려면 방 두 개짜리라도 하루에 연탄 열 장은 필요하다. 연탄 열 장이면 배달비까지 하루 만 원이 든다. 그러나 지역난방이나 도시가스를 쓰는 아파트는 30평이라도 그 절반 값이면 반바지 반소매 입고 더운물에 샤워하며 산다. 자다가 일어나 연탄불 가느라 시간 볼 필요도 없고 연탄 갈고 나서 불붙을 때까지 냉기를 안고 이불 속에 있을 필요도 없다. 예전에 연탄보일러 시절이 생각난다. 시어머니는 연탄 아끼느라고 내가 출근하면 우리 방 연탄을 빼고 안방만 때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 방에 이제 막 불붙인 연탄을 넣으면 새벽이 되어서야 조금 따뜻해지곤 했다. 이불 속에 오그리고 자다가 아침밥 하러 나오는 날이 많아서 슬펐다. 연탄집에 사는 사람은 두툼한 내복이 필수다. 아파트 주민에게는 필요 없는 지출이다.

이렇듯 기본적인 것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추가로 비용도 노력도 많이 든다. 기본은 어떻게 갖추어야 할까? 아직도 고민을 많이 하고 산다. 더 나이 들어 추해질까 봐.

 

가난은 참 슬픈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다. 허리가 많이 아파 수술을 하고 멀쩡해져서 걸어 다니며, 허리를 구부리고 걷거나 절뚝거리며 걷는 어른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들이 나처럼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저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돈이 가장 효자임을 느끼게 되었다. 자기 몸에 들어가는 돈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 몸이 망가지는 줄 알면서도 치료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목이 메었다.

또한,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을 때가 제일 슬프다. 만져보기만 했던 잘 익은 복숭아의 향내. 갈빗집에서 냉면을 시키며 주위를 둘러보던 아이들의 눈빛이 스쳐 지난다. 앞 유리창에 주차위반 스티커를 달고 차를 모는 트럭 아저씨가 슬픈 하루를 열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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