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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과 다른 지금의 나, 그 고유성    
글쓴이 : 봉혜선    25-08-20 15:36    조회 : 1,526

남과 다른 지금의 나, 그 고유성

 

 사철 푸른 소나무도, 일시에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 은행나무도, 키가 펄쩍 크고 여름에 무성했다가 잎들이 무참하게 스러지는 플라타너스도 아니다. 이목을 끄는 꽃이나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는 나무도 아니다. 움직이고 활동하고 이동 가능하니 식물이 아니다. 바람이 불면 피하거나 막을 수 있고 비도 그을 수 있다. 영원히 살지도 한해살이풀처럼 스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각도 있다.

 호랑이나 토끼나 혹은 개나 고양이가 아니다. 발이 많은 벌레나 발이 없는 뱀도 아니다. 두 발로 걷고 있다. 여러 소리를 낼 수 있고 다양한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 협동 가능하고 물러날 때를 가릴 수 있고 양보할 줄 안다. 욕망을 참을 수 있다. 기다릴 줄 알고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기꺼이 배우고자 한다. 동물만은 아니다.

 남자가 아니니 80억 인구에서 반은 제외다. 남자를 사랑의 상대로 여기지만 남자가 되기를 선망하거나 부러워한 적은 없다. 내가 남자라면 옆지기보다는 자상하거나 친절해야 하리라는 생각은 있다. 특히 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는 결심은 해보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니 범위는 꽤 좁혀진다. 선진국 어디는 치안이 어떻고, 어디는 밤에 안 나가는 것이 좋고, 어디는 물가가 살인적이라거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므로 외국인은 특히 조심해야 한단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그렇지 않다고 여기므로 살기에 익숙하다는 의미에서 한국은 내게는 맞춤이다. 태생에 대해서 적응되어 있다.

 지금 나이는 60이다. 태어날 때 한 살을 먹고 태어났든 태어나 1년이 지나야 한 살 더 먹든 명실공히 나이에 6이라는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다. 아래 나이는 제외다. 몸무게도 나이와 비슷하다. 날씬이들은 범접불가다. 그렇다고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의 비만은 아니다. 위태롭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지만 다이어트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들이 둘이다. 여기서 제외할 대상들은 딸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있는 사람들이다. 아들 한 명이나 셋 가진 이들도 제외, 남매를 둔 사람들과도 다르다. 물론 부모 아닌 사람들과도 차별이 있다. 남자 고등학교에 다닌 큰아들 학부모 회의에서 자녀 성별대로 모여 앉은 엄마들끼리 나중에 늙으면 찜질방 계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딸을 가진 사람들과는 차별이 있는 것이다. 남편과의 세()나 기()에서 딸린 아내가 낳은 아이가 사내아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들을 키우며 엄마가 억세어지기도 하니 원래는 천생 여자라는 뜻이다. 딸 가진 엄마들의 기나 말빨에 밀려 보았으니 믿어 주시라. 남편을 이겨야 딸을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여자들끼리 모여 기 센 척해도 소용없다. 여자 중에서도 약한 쪽이다.

 그동안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거나 병원 출입이 잦아 일상을 방해받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모가 출중해 모임에서 주목 받거나 인기몰이를 해본 적도 없고 미스코리아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 그렇다고 남이 꺼릴 정도거나 남이 가까이하기를 싫어할 만큼도 아니다. 나름 자주 씻고 청결히 하려는 노력에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는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거북이처럼 꾸준히에 방점을 두었다. 오랫동안 해온 수영이니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제외다. 재미로 보는 사주에 물을 싫어한다고 나와 있는데, 마치 팔자를 극복한 듯이 여겨지는 수영하기는 17년을 계속해왔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주풀이가 맞지 않는 걸로 치부해도 되지 않을까. 춤추기도 계속하고 있다. 리듬에 흔드는 몸은 즐겁다. 몸치라도 좋다. 

 나이 들어 몰취미인 사람도 제외다. 수영 외에 흔히 써내던 취미난의 독서하기가 인생 후반인 지금 소원이던 글쓰기까지 이르렀다. 마치 나의 정체성을 늦어서야 찾은 듯 기쁜 마음이다. 더 근본으로 돌아가 알아볼 필요를 느낀다. 우리 남매는 오빠, 여동생, 남동생으로 나는 둘째이자 장녀다. 아버지는 교육계에서 정년퇴직하였다. 오빠 역시 대학에 적을 두고 있으니 교육자 집안 출신이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과는 다르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오빠네 가족이 유학 등으로 외국에 나가있는 바람에 부모님은 내 차지다. 가까이에서 도움 받는 혜택을 오랫동안 누려왔으니 잠시잠깐씩 들여다보는 정도도 효도라 할 수 있다면 나름효녀다. 부모님 휴대폰에 내 이름을 효년이라고 입력해 드렸다. 내 편리에 의해 자가 붙었다 떨어진다. 여동생이 착한데 직장여성이니 시간을 내기 힘들다. 내가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께 하지 못하는 불만을 토로하면 잘 받아준다. 이런 여동생이 있으니 그럭저럭 꾸린다. 그러고 보니 직장여성 대열에서도 예외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러나 고아라는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되도록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남아있는 아버지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뵈려고 온갖 만날 거리를 만들고 있다. 부모상을 당하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뵈면 고아라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지만 불효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지는 않는다. 이런 실정이니 부모 다 살아계시거나 두 분 다 안 계신 부류와도 다르다.

 이 모든 개별성과 특수성이 지금의 나다. 특별하지 않지만 아무와도 같지 않고 누구를 부러워한다고 해서 그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닮을 수 없는 고유함과 닮지 않은 다름이 곧 지금의 나를 만든 실체이며 나를 만든 조건이다. 어느 하나 맞물리는 상태나 조건이 달랐다면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리라. 만족을 모르고 한없이 다른 사람과 조건을 부러워하고 다른 것을 탐내왔다.

 누구나 자기 자식을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 나도 부모님께 그런 존재였으리라. 엄마는 니가 이런 효녀가 될 줄 몰랐다고 병석에서 자주 말해주었다. 그리고 자식에게서 가장 신뢰받고 믿음직한 존재는 엄마이리라. 서툴기 짝이 없고 어설픈 나를 두 아이들은 그렇게 의지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슬하(膝下)시절에 할 효도는 다 한다고들 한다. 그 시절의 아이의 눈망울에 비친 무조건 신뢰와 사랑은 나를 전업주부로 살게 하기 충분했다.

 “옷 한 벌은 남겼잖소.” 라는 노래 가사에 의해도 부자고 감옥에 가지 않은 상태를 행복하다고 한 철학에 비춰보아도 나는 지금 충분하다. 다양함이야말로 각자를 자기 자신으로 세울 수 있다. 나를 더 소중하게 돌보며 지내야할 것 같다


<<선수필, 2025,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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