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우리말 열 개를 꼽아본 적이 있다. 그때는 되는대로 즉흥적으로 꼽기만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나는 그 말들을 살고 있었다.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그래서 글을 쓰고 산다는 건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여기저기에 갖다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략)
맬겁시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냥이다. 나는 그대가 맬겁시 좋다. 동백은 맬겁시 겨울에 꽃을 피운다. 그러다가 맬겁시 툭 떨어져 진다. 이유 없다. 매사에 이유 달고 살면 머리가 터진다. 맬겁시 산다. (중략)
말은 이야기를 부른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다. 말로 하는 이야기를 통해 인류의 삶은 존재했고 이어졌다. 나는 글이 된 말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누구의 삶이든 그 자신을 벗어나 다른 사람에 이르기를 바라기에.
목차
작가의 말
1장 사랑에 젖다
어머니의 사랑|모정의 세월|진도는 오늘도 구슬픈 가락으로 일렁이고|안개의 섬, 감수성의 땅|그 땅 그 하늘|다시 살아야 하는 고향의 삶|혜진이|서늘한 그리움을 남기다|봉숭아 물들이기
2장 낯선 풍경, 함께하는
향 한 대에 삼독을 태우며|세월아,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으련다|마음이 부처라네|업의 구름, 번뇌의 구름을 거둬가는 참선 수행|화두 놓치면 생명을 놓친 걸로 알고 정진하는 게지|바라는 것이 없으니 보람도 없어요|〈오세암〉, 잃어버린 어른들의 초상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3장 글의 품 안에서
김남주 시인의 ‘좆까 마이신’|국가 공인 미남|글을 보면 다 알아!|사랑과 글쓰기|글을 쓰다 불쑥 떠나다|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동명이인|파브르가 곤충이어서 곤충기를 썼을까?|내 맘대로 정한|글쟁이 등급|문학도 올림픽?|노벨‘문화상’이 어때서?|아름다운 일을 한 게 없으면서 ‘아름다운 작가상’을 받았다|길고 긴 짝사랑|다시 봄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4장 소란한 밤을 끌어안다
나의 발밑부터 돌아보라|착한 일도 하지 말라 했거늘|인간방생|다시 동심이다|〈진도아리랑〉 사설로 풀어보는 세상|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아버지와 아들의 자리|바람, 바람, 바람이 분다!|신의 나라에는 예술이 없다|상식이 통하는 사회
5장 사라져가는 것들의 뒷모습
‘순’이라고 불러보는 소녀, 혹은 여인|다나다라야야 나막알야······|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사는 값을 하고 있다|추억을 곱씹어야 하는 나이|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김 형 어디쯤 가고 있는가?|나는 열아홉 살이에요|뒷모습은 눈물 아닌 것이 없으니|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시인의 한숨|내일까지 살 것처럼 굴지 말자|오늘을 산다|어머님의 손을 놓고|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고 하나인 바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