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자, 숨어있는 작가의 분신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입장, 그리하여 이야기의 신빙성을 은근히 강조하는 장치가 바로 화자의 선택 문제다. 소설 속의 인물과 사건의 흐름을 조절하며 독자의 반응을 살피는 작가의 숨겨진 분신 만들기가 바로 화자의 선택인 것이다.
2. 화자의 이야기하는 위치가 분명해야 된다. 관찰대상을 어느 각도에서 바라보는가, 대상과의 거리를 얼마나 두어야 하는가는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사람의 태도나 심경에 따라 이야기의 톤이나 분위기도 달라진다.
3. 시점은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바라보는 위치와 거리, 작품을 지배하는 톤을 시점이라 한다. 이는 곧 서술방법이다. 흥미 있고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고 안 되고는 시점의 선택과 서술방법에 달렸다. 시점이 잡혀져야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점은 독자가 누구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 속 인물이나 사건과 만나는가, 어느 인물의 입장이 되어 인생을 바라보게 되는가의 문제다. 독자는 작가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방법으로 말하는가 그 기법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이야기가 재미가 있다 없다, 좋다 나쁘다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소설을 쓰려는 당신은 독자의 그런 반응에 속아선 안된다. 이미 독자의 입장이 아닌 당신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을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을 즐기기 때문이다. 당신은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가 되려는 게 아니다. 그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말하는 게 독자에게 감동적인가를 즐기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4. 시점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이야기하는 상황이 아무리 달라진다 해도 이야기꾼으로서의 직무와 태도를 달리해선 안 된다. 화자는 다양하면서도 일관성있는 화법을 구사해야 된다.
5. 작가와 화자는 다르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지 '이야기를 하는'사람이 아니다. 화자는 작가가 소설을 쓸 때 만들어내는 제 3의 등장인물이다. 실제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만들어진 인물이 이야기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울뿐더러 신뢰가 더 갈 수 있다는 작가로서의 계산이 있다. 작가가 소설의 이야기나 등장인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아는척 참견하고 나서면 독자의 자존심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고 그만큼 이야기의 실감이 삭감된다.
6.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화자를 찾아야 한다. 작가가 화자를 등장인물화하지 않고 그대로 자신과 일치시킬 수도 있지만, 그것도 소설구조에는 그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작가 나름의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7. 시점, 위에서 주변에서 중심부에서 정면에서 유동적으로 위에서 이야기를 이끌면 관념소설, 주변적 위치에 서면 행동소설, 중심부에서 이야기하면 심리소설의 양상이다. 유동적으로 시각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나'가 주관적인 위치에서 서술하는 시점은 독자가 '나'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 사건과 인물을 만난다.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제 3의 눈으로 관찰하는 객관적 서술은 그 인물들의 성격과 생각을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화자가 모든 것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다 아는 투로 독자를 제압하는 경우 사건이나 인물을 독자가 상상할 여유를 빼앗는다. 소설의 시점은 설명보다는 그려내 보이는 데 편리하도록 설정한다.
8. 공인된 시점과 서술방법을 무시하려면 이미 널리 알려진 시점과 서술방법에 얽매여선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하려면 알려진 시점과 서술방법을 철저히 알아야함은 물론 그 방법에 의거한 소설을 20편 이상 써 봐야한다.
9. 전통적인 서술방법은 '나'나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나 '그'는 서술자를 인칭화한 바로 흔히 일인칭 시점과 삼인칭 시점으로 구분한다. 2인칭 시점은 '너'나 '당신'이란 인칭을 이용한 것이나 별반 설득력이 없고 실패의 확률이 크다.
10. 초보자는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 수월하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은 화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하려고 자기(작가가 아니다) 목소리로 말하고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관에 의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을 때 쓰는 방법이다. 장점은 그 깊이에 있다. 화자의 시점이 소설밖에 있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내부에 있어 독자들은 그 화자만이 지니는 감춰진 부분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린다. 인간의 가장 섬세한 정서와 사물을 대하는 민감한 반응까지를 놓치지 않고 포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독자는 화자의 확신에 찬 말이나 고뇌, 반성의 태도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화자와 주인공 사이에 일체의 거리감이 없기 때문에 얻어내는 솔직함에 기인한다. 독자가 화자와 작가를 구분하지 않게 함으로써 작가의 의지나 확신을 부담 없이 소설 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 직접 체험했다는데 어느 독자가 믿지 않겠는가 말이다.
11. 삼인칭 주인공 시점 삼인칭 주인공 시점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보다 객관화된다. 화자가 주인공이면서도 '그'라고 객관화함으로써 어떤 거리를 갖고 보여지게 된다. 작가가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을 넓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며 일인칭시점에서 제한 받던 전지적 권한이 많이 풀려진다.
12. 전지적 권한 전지적 권한이 주어짐으로써 작가는 주인공을 더욱 실감나게 묘사할 수도 있고 주인공이 갈 수 없고 알지 못하는 사실도 넌지시 이야기할 수 있다. 소설을 처음 쓰는 당신으로서는 자칫하면 시점의 혼란을 가져오거나 전지적 권한이 조금 주어진 걸 제대로 활용 못하고 남용함으로 독자의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13. 일인칭 관찰자 시점 일인칭 관찰자 시점은 일인칭 주인공 시점처럼 화자와 주인공이 같은 인물이 아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이 주인공의 사람됨이나 그가 벌이는 사건을 관찰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서술방법이다. 첫째, '나'가 그냥 화자일뿐 중심이야기에 참여 안 해 사건의 변화와 무관한 경우. 중심이야기를 하기 위한 전제로서 '나'가 나와 이제부터 말하려는 이야기의 중요성과 방향을 암시하여 독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액자소설의 방법이며, 독자들은 화자인 '나'가 작가 자신이라고 편리한대로 생각하게 된다. 둘째, 화자가 중심이야기 속에 참가하되 조역정도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이 경우는 화자가 주인공을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되 더욱 과장하거나 희화시킬 여유를 갖는다.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그 서술방법을 쓰고 있다. 셋째, '나'대신 '우리'란 복수로 어떤 관심사나 인물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경우. 이때 실은 '우리'가 맞서고 있는 어떤 문제나 인물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관찰을 통한 가치 판단을 시도하려는 저의가 깔려있다.
14. 삼인칭 관찰자 시점 '그'가 또다른 '그'를 말하는 경우다. 예)그는 사무실을 나오면서 그의 책상에 놓여져 있는 책을 보았다. 그는 책벌레였다. 이런 식의 서술은 독자를 혼란시킬 우려가 크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15. 전지적 시점 시점의 제한과 서술의 한계를 벗어난 서술방법이 전지적 시점이다. 삼인칭 객관자 시점이라고도 하며 전대의 장편소설에서 흔히 쓰였다. 사건의 전면을 화자가 모두 아는 입장에서 이야기하므로,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가진 내밀한 생각까지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화자는 시공을 초월하여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화자는 그 비밀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설명을 안 한다. 전지적 시점의 소설을 읽는 독자와 작가는 그런 것 을 따지지 않기로 묵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16. 전지적 시점의 경우 화자는 어디에도 없다. 즉 화자는 소설 밖의 존재다. 전지적 시점은 작가의 시점이며 필요에 따라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돌아가며 선택하여 그 한사람의 위치에서 사건을 말한다. 한 작품 속에 시점을 자주 옮기는 경우 이야기의 초점을 잃어 산만한 흐름이 되기 쉽다.
17. 화자의 입장과 태도를 분명히 하라. 화자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이쪽 혹은 저쪽, 아니면 중간자적 입장인가를 마음속에 분명히 하되, 독자가 눈치채지 않도록 설정하는 게 좋다. 화자의 입장이 섣불리 누설되면 소설 읽기의 재미가 반감된다. 독자가 등장인물 중의 하나를 미워하게 된다면 전적으로 작가가 그 인물을 마음속에서 미워하기 때문이다. 그 미워하는 작가의 마음을 눈치채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18. 시점의 새로움을 연구하자. 편지투나 일기 형식을 빌어 사건과 화자의 거리를 좁히는 서술방법도 많이 쓰인다. 독백체, 대화체, 기행체 등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와 방법을 새로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