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무엇인가, 도대체?
김창식
1. 수필은 무엇인가?
가. 그 전에 문학이란?
“사상과 감정을 상상력을 발휘해 언어(문자)를 통해 아름답게(진실되게) 표현 하는 예술의 한 장르”
- 문학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헌법의 전문'
나. 그렇다면 수필이란?
(1) 피천득 수필론
수필계의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 수필 ‘인연’, ‘오월’
* 일세를 풍미한 이론이지만 현재에는 거의 채택되지 않음
“수필은 청자(靑磁) 연적(硏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 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 하고 고요한 길이다.”
“그 제재(題材)가 무엇이든지간에 쓰는 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液)이 고치를 만들 듯이’ 수필은 써지는 것이 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대로 가 는 것이 수필의 행로(行路)이다.”
(2) 윤오영 수필론
피천득과 비견되는 고매한 수필가. ‘염소' ‘방망이 깎는 노인’
* 피천득의 아름다운 수필론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수필론 개진
“옛 사람이 높은 선비의 맑은 향기를 그리려 하되, 형태 없기로 난(蘭)을 그 렸던 것이다. 아리다운 여인의 빙옥(氷玉) 같은 심정을 그리려 하되, 형태 없 음으로 매화(梅花)를 그렸던 것이다”
“작자와 독자 사이에 맺어지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시대의 공민(公愍)이요, 사 회의 공분(公憤)이요, 인생의 공명(公鳴)인 것이다. 문인들이 흔히 대단할 곳도 없는 신변잡사(身邊雜事)를 즐겨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편모(片貌)와 생활의 정회(情懷)를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3) 김태길 수필론
철학계의 태두이자 지적인 수필가. ‘대열’ ‘수필의 문학성과 철학성’
* 미적 감동을 설명하고 현대수필이론을 정립하여 지지를 받음
“좋은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글이 독자에게 미적 감동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미적 감동은 글 속에 담긴 내용(대상)의 깊이에서 올 수도 있고, 그 대상을 묘사한 문장의 아름다움에서 올 수도 있다.”
“작가의 내면세계가 진솔하게 표현되고 문학적 향기가 있으며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하는 사유가 담겨 있을 때 미적 감동을 느낀다. 문장은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이어야 하며, 철학성은 사물과 삶을 넓고 깊게 생각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다. 또한 사유의 진행과정에서 논리적 오류가 없어야 한다.”
(4) 김우종 수필론
상상의 힘을 중시하고 서술의 논리성을 강조하는 현역 원로 평론가이자 수필가.
‘그 겨울의 날개’ ‘그 여름 배짱이의 마지막 연주’
* 상상력, 소재의 확대, 보편적인 주제의식과 삶에 대한 균형 감각 주창
a. 수필은 언어로써 상상을 통하여 사상과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예술
b. 수필은 실제적 사실을 거짓 없이 표현하는 문학. 기록성은 특성이자 특권
c. 수필은 전통적인 짧은 형식(12 ~15매)으로 완성된 주제를 전하는 문학
d. 수필은 상상적 기법으로 예술성(미적 감동)을 일구는 문학이며 논리가 뒷받침 돼야함
* "이미지가 상상력을 촉발시킴으로써 상상력의 전적인 움직임 속에서 원형의 이미지로 동적인 변화를 수행할 때 우리가 느끼는 정신적인 효과가 곧 미적 감동이다."- 가스똥 바슐라르
(5) 정목일 수필론
현 수필가협회이사장. 피천득의 계보를 잇는 서정수필가. ‘침향’ ‘가을 금관’
* 글과 사람의 일치 주장. 단순한 기록이 아닌 체험의 의미화를 강조
“수필은 멀리 있지 않다. 나의 생활 곁에,있다. 슬픔의 곁에, 눈물의 곁에, 기쁨의 곁에, 그리움의 곁에, 정갈한 고독의 한 가운데. 수필은 삶과 인생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맑고 투명한 거울이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한 글이지만, 기록문에 그치지 않고 그에 대한 느낌과 인생의 발견, 의미부여를 창출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a. 체험의 단순한 서술 ㅡ> 기록문 b. 체험 + 느낌 ㅡ> 불균형 시 깊이와 재미에 문제
c. 체험 + 느낌 + 의미부여 ㅡ>수필 진입 d. 체험 + 느낌 + 의미부여 + 감동 ㅡ>좋은 수필
2. 그러니까 수필은, 결국( ! )
“개인의 경험, 사상, 감정, 관념, 관점, 주장을 짧은 산문 형식으로 진솔하게 서술하면 일단 수필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봄.
"좋은 수필은 한마디로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글.
즉, 허구가 아닌 상상력을 동원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치밀한 사유를 통해 고유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며,
문장은 정확하고 일관성이 있어 미적 감동을 주어야 함."
*초보자를 위한 Tip:
체험이나 일상의 일을 짧고 정확하게 씀. 단, 묘사를 세밀하게 하거나 비유를 통해 아름답게 꾸미고, 생각을 덧붙여 깊이를 갖출 것.